[이슈 2020 #2] 석유의 시대가 가고 있다, 탈내연기관 선언 봇물

  • 입력 2020.12.10 08: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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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지배하는 산업, 100년 넘게 자동차를 움직여왔던 내연기관 시대는 종말에 다가가고 있을까? 2009년 순수 전기차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가 등장했을 때, 대부분은 그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유럽을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강력한 환경 규제가 나오면서 이후 전기차 몇 종이 출시됐을 때만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관심은 극히 미미했다.

10년 전인 201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팔린 순수 전기차는 2만여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9년 220만대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250만대 이상이 팔릴 전망이다. 2019년 현재 전기차는 약 720만대로 집계되고 있다. 전 세계 연간 자동차 판매 대수가 약 9000만대 그리고 누적 등록 대수가 2019년 기준 약 15억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별것 아닌 수치지만 미래 전망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5년 연간 규모를 1000만대로 예상했지만 1200만대, 그 이상으로 보는 유력 기관 전망치도 수두룩하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블룸버그 NEF(BNEF)는 2025년 전 세계 신차 판매량 가운데 10%, 2030년 28%, 2040년에는 58%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봤다. 그리고 2040년 도로에서 운행되는 전 세계 14억대 차량 10대 가운데 3대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연기관이 당장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극지 빙하가 서서히 녹듯, 우리 주변에 전기차가 더 많아질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올 한해에는 우리나라를 포함, 탈내연기관을 선언하는 나라가 많았다. 이에 맞춰 테슬라와 같은 스타트업이 여기 저기 생겼고 기존 완성차 업체도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디젤차 퇴출에 초점이 맞춰졌던 대기환경 정책이 올해부터는 가솔린을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차로 범위가 확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영국은 2035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내연기관 사용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고 프랑스,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일부 주, 일본과 한국 등이 시기가 다를 뿐 내연기관차를 완전 퇴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벨기에 브뤼셀은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 운행을 아예 금지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BNEF에 따르면 현재까지 내연기관차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국가는 13개, 도시를 기준으로 하면 31개나 된다. 

내연기관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를 통제하는 수준에서 아예 운행을 금지하고 팔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경한 정책이 나오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를 만들어야만 생존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뿐만 아니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전기차 개발에 수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경쟁적으로 내놨다. 최근 그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2021년은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세계 빅3 제조사인 토요타(e-TNGA), 폭스바겐(MEB), GM(BEV 3)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완료해 양산차를 만들거나 생산이 임박해 있고 현대차 그룹도 최근 E-GMP를 공개하고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중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임러(MEA)와 같은 고급 브랜드도 전용 플랫폼 개발을 마쳤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내연기관 플랫폼과 성격이 다르다. 차종이나 차급에 따라 플랫폼을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무한 확장성을 갖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모듈형으로 배터리 용량, 모터 위치나 개수를 조절해 소형차에서 대형 승용차, 해치백, SUV, 소형 상용차 그리고 일반 모델에서 고성능 모델까지 모두 수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이 완료되면 단기간에 다양한 모델을 시장 특성, 소비자 취향 또는 트랜드에 맞춰 적기에 투입할 수 있다. BNEF는 2022년 전기차 모델 수가 50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전기차 플랫폼 확장성과 가용성으로 봤을 때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2021년 국내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전기차만 어림잡아 30여 종에 달할 전망이다.

전기차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비싸고 불편하고 짧은 주행거리 약점을 극복하면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2021년은 쓸만한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고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국내는 물론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대중화가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전기차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내연기관 입지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반면, 전기차 가격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내연기관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 숙제, 전기를 생산해 동력으로 전달되는 웰 투 힐(Well to Wheel) 과정 전부가 과연 친환경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반론, 전기차에 소비되는 막대한 전력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 내연기관 역시 빠르게 진화하면서 환경 친화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지적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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