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전기차 다크호스 현대차 그룹 'E-GMP' 100만대가 보인다

  • 입력 2020.12.04 08:0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크호스(Dark Horse)'는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가 영국 총리에 오르기 전 쓴 소설 '젊은 공작(The Young Duke)'에 처음 등장한다. 소설 주인공이 경마에서 돈을 걸었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우승하면서 큰돈을 잃는 대목이 나오고 이때부터 주목받지 못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냈거나 낼 것으로 예상되면 다크호스로 불리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나 3일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가 전기차 시장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난 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강남에서 처음 E-GMP를 직접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그런 확신이 들었다. 주요 경쟁사인 폭스바겐 MEB(Modular Electric Drive) 등과 다르지 않은 모듈형 컨셉이지만 확장성과 효율성은 차원이 달랐다.

모듈형 플랫폼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다. E-GMP는 어느 차종이나 차급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세단, 해치백, SUV는 물론 폭스바겐 MEB와 다르게 고성능 전기차도 E-GMP 하나로 만들어 낼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이 짧은 기간 23종에 달하는 전기차를 만들어 내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도 E-GMP가 가진 확장성을 믿기 때문이다.

E-GMP를 처음 대했을 때 넓고 평평한 바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를 기반으로 어느 차종, 차급도 기존 내연기관에서 꿈도 꾸지 못할 공간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휠베이스를 기준으로 가늠하는 내연기관 실내는 15%가량 공간을 차지하는 대시보드 때문에 수치보다 좁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E-GMP는 앞과 뒤 차축이 시작하고 끝나는 지점까지 실내 공간을 만들어 낼 있기 때문에 바닥을 포함, 센터 터널과 같은 돌출부 없이 더 넉넉하고 여유 있는 실내 그리고 형태 제한이 없는 외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E-GMP를 설명할 때 복잡한 용어가 많이 등장하지만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터도 인상적이었다. 내연기관과 비교해 절반 크기에 불과한 모터에는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 변속기 역할을 하는 감속기가 하나로 통합돼 있었다. E-GMP에 올려진 이 모터는 이렇게 작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콤팩트한 사이즈를 갖고 있다. 복잡한 부품과 배선이 어지럽게 배치된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르다.

이 모터에 냉각 성능을 높이고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사용됐다는 설명보다 더 관심이 갔던 것은 가변형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기존 양산 전기차에 일부 적용된 사륜구동 시스템은 2개 모터로 전륜과 후륜이 상시 구동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E-GMP는 감속기 디스커넥터로 동력을 분리해 필요할 때만 4WD로 구동이 가능하다. 효율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후륜 5링크 서스펜션, 바닥에 배치되는 배터리 모듈, 드라이브 샤프트와 휠 베어링을 하나로 통합해 주행 감성 그리고 다이내믹한 운전이 가능하게 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사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E-GMP로 현대차와 기아차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종과 차급뿐 아니라 이 뼈대 하나로 대중적 전기차뿐만 아니라 3초대 가속력을 발휘하는 고성능 모델로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확장성이고 경쟁사 역시 이런 부분에 개발 포인트를 주고 있지만 E-GMP는 활용성에도 못지않게 많은 공을 들였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00V와 함께 800V 고전압 충전이 가능한 세계 최초 멀티 충전 시스템,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냉장고나 TV를 24시간 켜도 되는 양방향 충전 시스템 V2L(Vehicle to Load)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E-GMP를 직접 살펴보면서 현대차 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이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만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승 예상마 목록에도 없었고 따라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있는 '다크호스 E-GMP'가 2021년 본격 시작될 전기차 더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지, 정의선 회장이 공언한대로 2025년 100만대 판매를 달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