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한국GM '노조가 아닌 근로자가 살 수 있는 방법 찾아야'

  • 입력 2020.11.19 12: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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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한국GM 군산공장 정문에는 이제 '명신'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명신은 현대차 1차 협력업체로 이곳에서 중국 바이톤 전기차를 생산해 납품하고 자체 모델 생산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 공장에 다시 사람이 북적이고는 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지난여름 이곳을 찾았을 때도 공장문은 닫혀 있었고 오가는 사람도 자주 보이지 않았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018년 2월 13일 “올해 5월 말까지 군산공장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라고 밝힌 것이 전부였지만 모두가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GM은 당시 전 세계 주요 시설을 재정비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었다. 가동률이 20% 아래로 떨어진 군산공장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2000명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덩달아 주변 상가도 문을 닫았다. 군산시 전체 지역 경제도 휘청거렸다. 군산공장을 전격적으로 폐쇄한 것은 GM이 한국GM에 내린 강력한 경고이기도 했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 곳이 어디든 가차 없이 문을 닫겠다는 경고였다.

이런 경고에도 한국지엠 부평 공장은 생산성을 높이지 못했다. 얼마 전 시간당 생산 대수를 올려보자고 노사가 합의를 했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한국지엠 부평 공장 시간당 생산량(UPH)은 30대를 밑도는 28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당 30대 생산이 힘들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수출물량이 줄어든 르노삼성차는 시간당 생산 대수를 60대에서 45대, 최근에는 35대로 줄였다. 이보다도 낮게 생산성을 높이자는데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 제조 공장 가운데 가장 낮은 생산성에 머문 부평공장이 부릴 베짱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GM 노조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부분파업까지 벌이고 있다. 일감이 없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서 보면 참으로 배부른 파업이다.

배부른 파업이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한국GM은 임금 협상을 둘러싼 노조 파업과 코로나 19 영향으로 "6만대 이상 심각한 생산 차질과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다"라며 부평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와 생산 차종 투입 보류를 선언했고 GM 본사는 '철수'라는 의미를 담은 단어를 숨기지 않았다. 

단순한 엄포로 보이지 않는 것은 중량감이 큰 GM 핵심 임원한테서 나왔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이번 주말 2만대에 달할 것"이라며 "올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속한 해결이 없다면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장기적 영향은 영구적 철수에 따른 것을 의미했다.

일부 직원들이 스티브 키퍼 수석 부사장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노조는 민주노총이 제시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부평 2공장 신차 배정 등을 요구하며 더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다. 2014년 이후 매년 적자에 허덕이면서 지난 6년 누적 적자액이 3조원에 달하는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 

노조는 변한 것이 없지만 GM은 예전 같지가 않다. 한국 철수로 발생하는 차질을 중국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유럽에서 발을 빼고 미국 일부 생산 시설을 폐쇄하는 과정을 보면 GM은 냉정했다. 군산공장에서 봤듯이 부평공장에서 발을 빼는 일도 복잡한 절차나 정치적일 것도 없다. 노조가 지금처럼 심각한 생산 차질을 주도하고 손실이 불어나면 하루아침에 협력업체를 포함 3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혹독한 댓가를 치를 수 있다. GM은 지금 그런 경고를 하고 있다. 노조가 아닌 근로자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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