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프 사장 직무 정지 '수입차 협회장' 눈독 들이는 독일계
[기자수첩] 지프 사장 직무 정지 '수입차 협회장' 눈독 들이는 독일계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0.07.2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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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CA 본사와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가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 직무를 정지시켰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직원에게 폭행과 폭언 그리고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오자 본사가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한국 법인 대표 직무 정지에도 FCA 코리아는 내달로 예정된 픽업트럭 지프 글래디에이터 출시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대표 이사 추문과 직무 정지가 주력인 지프 브랜드 판매나 신차 출시 일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다는 한국수입차협회(KAIDA)가 혼란스럽게 됐다. 로쏘 대표는 지난 4월부터 한국수입차협회 회장 자리를 맡아왔다. 수입차 협회 처음으로 외국인 CEO가 회장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 외국인 CEO가 대거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지난 26년간 한국인 협회장과 부회장이 이끌어 왔던 협회를 장악했다.

로쏘 회장은 그때  “중요한 시기에 수입차 시장을 대표하는 중책을 맡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회원사와 관련 기관과의 가교 구실에 힘쓰며 수입차 업계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4개월여 만에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본사 직무 정지 처분, 협회 위상으로 봤을 때 로쏘 사장이 회장직을 더 이상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로쏘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신임 회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수입차 협회는 서로 회장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여왔지만 정우영 전 회장이 사임하고 후임자를 뽑는 과정에서 나왔던 얘기들은 그렇지가 않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누가 회장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부 정책을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수입사 그리고 국가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은 국가별, 제조사별 제품이 갖고 있는 차량 타입과 성격이 판이한 특성이 있다.

독일은 디젤차와 프리미엄, 일본은 하이브리드, 미국은 픽업트럭에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관련 정책과 세제 또는 규제나 지원 등이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판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선점하고 정부와 협의할 수 있는 수입차 협회 회장은 따라서 명함만 필요했던 이전과 다르게 절대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수입차 협회 회장 자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노리는 곳은 독일 계열로 알려져 있다. 디젤차 라인이 핵심 전략인 독일 브랜드는 정부 환경 규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정부 세제 정책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정우영 전 회장 후임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독일 계열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수입차 협회 내부에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계열 브랜드를 쪼개고 상용 브랜드까지 동원해 개별 회원으로 협회에 가입하도록 한 것도 표를 확보하기 위해서 였다는 얘기도 있었다. 로쏘 회장 거취가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만약 후임 선출이 필요해진다면 이런 이유로 수입차 협회 회원사마다, 국가마다 이해관계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현재 수입차 협회 회원사는 상용 브랜드를 합쳐 모두 28개사다. 이 가운데 독일 계열은 11개다.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시트로엥, 재규어, 푸조, 볼보와 같이 독일 계열과 입장이 다르지 않은 브랜드가 힘을 합치면 벤츠나 폭스바겐 대표가 협회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는 이런 가능성을 꽤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협회가 전체 회원사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이권 단체라고 봤을 때 브랜드마다 국가마다 너무 분명한 제품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이나 브랜드에 힘이 쏠리면 이에 따른 부작용 혹은 공평하지 않은 운영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누가 회장이 되든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어느 수입사가 표를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쪼개기를 했다는 얘기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17.3% 증가한 12만8000대, 이 가운데 독일산은 8만3000대, 그리고 3만7000대나 팔린 디젤차 대부분이 유럽산이다. 특정 국가 브랜드가 협회를 장악했을 때, 우려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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