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도로는 지금, 테슬라 오토파일럿 '안전성 테스트'

  • 입력 2020.06.08 09:38
  • 수정 2020.06.08 09:5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토파일럿(Autopilot)은 항공기나 선박 또는 로켓의 자동 조종 장치를 말한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모델 시리즈에 사용되는 운전 보조 시스템의 명칭을 '오토파일럿'이라고 부른다. 360도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를 이용한 울트라소닉 센서로 작동되는 초보 단계의 운전 지원 시스템인데도 그렇게 부른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첨단 안전 및 편의 기술로 주행할 때 부담스러운 부분을 돕도록 설계됐다"라고 설명한다.  차로 변경, 고속도로 진출입로, 신호등과 각종 도로 표지판 인식까지 가능한 FSD(Full Self Driving Capability)는 완전자율주행 기능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프로그램을 추가 구매하면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모델 Y는 오토파일럿으로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을 하는 'Self-Driving Car' 자율주행은 일반 자동차를 0단계로 하고 (운전을 하는)사람이 필요 없는 최고 수준의 무인차 완전 자율주행을 5단계로 나눠 구분한다. 지금까지의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부분적 자율주행이 가능한 2단계 수준에 불과하다. 요즘 대부분의 국산 신차가 달고 나오는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와 기능의 차이는 있지만 기술적 차이는 크지 않다.

그런데도 대다수 테슬라 소유자 대부분이 오토파일럿을 '자율주행' 기능으로 보고 '자율주행'을 즐기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무용담이 가득 넘치고 있다. 최근 판매가 급증한 모델3의 오토파일럿의 NOA(Navigate on Autopilot)가 여전히 운전을 보조하는 제한적 기능임에도 완전자율주행을 얘기하고 있다. 오토파일럿으로 100km 이상 다달렸고 자동차가 알아서 서울에서 부산을 갔다는 영상도 등장해 있다.

NOA가 포함된 테슬라의 FSD는 경찻값에 근접하는 770만원짜리 옵션이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이 현존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 가운데 가장 진보한 것은 분명하다. 아직 대부분의 자동차는 자동 조향, 차로 변경, 고속도로 진·출입, 자동 주차와 같은 까다로운 명령을 테슬라 오토파일럿 수준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반론이 있겠지만 국산차나 외국 브랜드에도 이런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독일과 미국, 한국의 일부 모델에도 이런 기능이 일부 포함돼 있고 매끄럽게 실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독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 발생한 사고와 같이 고속도로에 전복된 화물 트럭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모델3의 영상이 보여 준 것처럼 오토파일럿에도 여전히 허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다행히 운전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이전에도 오토파일럿 작동 상태에서 운전자가 숨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인터넷을 보면 조만간 국내에서도 이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특히 1월부터 5월까지 4000대가 넘는 누적 판매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 모델3은 더 걱정스럽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모델3과 관련한 영상은 오토파일럿, 자율주행과 관련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완전자율주행으로 어디에서 어디를 갔다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고속도로에서 어떤 속도를 냈고 교차로에서 어떤 테스트를 해봤고 악천후에 사용을 해봤고 복잡한 차량 정체 상황에서 차로 변경을 시도해 봤다는 등의 아찔한 실험적 영상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영상이 너무 많아 조금 과장하면 모든 모델3 운전자가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기능과 안전도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의 자율주행 기능을 강조해 소개하고 이를 맹신한 구매자들이 경쟁적으로 실험적 주행을 하면서 벌어지고 있다. 경쟁을 벌이듯 '자율주행' 자랑을 하고 있어 누군가 언제, 어디서 아찔한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토파일럿의 기능에 대해 흠을 잡자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믿을 만한 기관과 각종 통계가 검증해주고 있다.

그러나 좋은 약이 쓴 것처럼 대만에서의 사고, 미국에서 종종 벌어졌던 사망 사고와 같이 오토파일럿을 맹신했다가는 누구나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로 인해 엉뚱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 도로에서 일반 자동차와 뒤섞여 오토파일럿에 의존한 주행을 계속하는 일이 늘고 있고 최근 미국에서는 달리는 테슬라 모델3의 오토 파일럿을 켜고 운전석에서 뛰어 내린 남자도 있었다. 시속 60마일(96km/h)로 빠르게 달리고 있는 모델 X의 운전자가 고개를 숙인 상태로 잠에 곯아 떨어진 것처럼 연출하는 영상도 있다.

모두가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능을 자랑삼아 해보는 행동들이지만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이어서 아찔하다. 국내에서 테슬라의 모델 판매가 급증하면서 이런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지금 단계의 오토파일럿을 자율주행차로 맹신했다가는 자신과 주변에 큰 위협을 주고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율주행이 믿을 만한 수준에 도달하기 이전까지 안전 법규를 손 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