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닛산 철수의 교훈 '수입차에도 가족이 있다'

  • 입력 2020.05.29 09: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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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닛산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2004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지 16년 만이다. 일본 브랜드의 철수는 2012년 스바루, 2013년 미쓰비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닛산이 철수할 것이라는 예상은 진즉부터 있었다. 지난해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로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판매가 급감했고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 닛산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2019년을 기준으로 닛산 브랜드는 전년 대비 39.7%, 인피니티 브랜드는 6.1% 판매가 줄었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36.7%, 혼다는 10.1% 증가했다. 코로나 19로 올해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1월부터 4월까지의 누계를 작년과 비교하면 닛산은 41.3%, 인피니티는 79.1% 급감했다. 이보다는 닛산 그룹 전체가 더 급박해진 것을 한국 닛산 철수의 배경으로 봐야 한다.

닛산은 전기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결산에서 6710억엔(약 7조 7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최근 10년간 최악의 경영 실적이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구속과 도피, 이에 따른 르노와의 동맹이 흔들린 탓으로 보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닛산은 같은 날 발표한 미래 성장 전략에서 오는 2023년 회계 연도까지 5%의 영업 이익과 6%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목표로 제시했다.

닛산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즉각 시행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공장을 폐쇄한다고 밝히면서 스페인 정부의 유감 표명이 나왔고 어제 하루 극렬한 시위가 있었다. 이 공장 폐쇄로 약 3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됐고 직간접적으로 2만2000여명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됐다. 닛산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공장도 폐쇄할 예정이며 핵심 모델의 북미 생산 통합과 글로벌 제품 라인업 합리화, 고정 비용 절감 등의 합리화 방안도 내놨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량을 20% 줄여 540만대 규모로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 닛산의 철수 결정도 아시아 시장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 닛산의 철수가 우리에게 충격을 줬지만 스페인에서는 강도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스페인 정부의 유감 표명이 나왔고 어제 하루 극렬한 시위도 있었다.

경영 위기에 몰린 기업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이렇게 뻔한 것들이다. 공장과 거점의 폐쇄, 직원해고와 임금 삭감 등 잔혹하고 잔인한 정도의 강도에 따라 구조 조정의 성패가 달려있다. 한국 닛산은 국내에 8개의 딜러와 13개의 서비스센터, 물류 센터 등에 수많은 고용 인력을 갖고 있다. 12월이 되면 이들 모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따라서 한국 닛산의 철수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정이 다르지 않은 토요타와 혼다도 일본과의 감정적 순화 없이 지금의 상황이 지속할 경우 더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모기업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하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도 언제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처럼 희생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지엠 쉐보레 브랜드의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차의 XM3 생산과 수출, 내수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얘기까지 나온 쌍용차도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말고는 수입사와 외국 기업의 계열사로 대부분 구성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문제는 어느 나라의 어떤 브랜드가 됐든 그렇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힘들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산차, 완성차 제조 외국계는 물론 수입차 판매 업계의 애로에도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소비도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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