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능한 집콕, 헌 차 팔아 새 차 사야 하는 렌터카 업체 비상

  • 입력 2020.05.26 08:29
  • 수정 2020.05.26 08:3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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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업체 '허츠(Hertz)'가 그제(현지 시각 25일) 파산 신청을 했다. 코로나 19 이후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지만 허츠가 미국 2위 렌터카 업체이고 102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라는 점에서 국내 업계와 수송 산업 분야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허츠는 전 세계 공항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대여뿐만 아니라 상업용 등 56만대의 차량을 1만200개의 가맹점을 통해 운영해왔다. 이 거대 기업이 자동차 리스 대금 상환기한 연장에 실패해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신청한 파산보호 요청과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회생절차에 들어가겠지만 공중분해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허츠의 파산은 렌터카 기업 여러 곳이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있어 연쇄적이고 동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최대의 엔터프라이즈(nterprise), 글로벌 영업망을 가진 에이비스(Avis), 버드젯(Budget), 내셔널(National), 알라모(Alamo) 등도 코로나 19로 여행객 수요가 급감했고 이에 따른 매출 감소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사정이 녹록지 않아서다.

렌터카 회사는 정기적으로 운행차를 처분하고 신차를 구매하는 패턴을 이어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허츠와 같은 대형 렌터카 기업의 파산과 관련 기업의 부진은 신차와 중고차 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을 던져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Dollar), 쓰리프티(Thrifty) 등 여러 렌털 브랜드를 운영하는 허츠의 신차 구매가 사실상 멈췄고 중고차를 법정 관리가 받아 들여진다해도 내다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비상 경영이 불가피해졌다.

매년 100만대 규모의 중고차를 처분하고 그만한 규모의 신차를 대체하고 있는 미국 최대 기업 엔터프라이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렌터카 회사가 매년 사들이는 신차는 전체 수요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허츠의 파산, 렌터카 업체의 부진은 그만큼의 신차 판매가 줄고 그 이상의 중고차가 매물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 양질의 매물이 가득하면 소비자는 신차보다 중고차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신차 판매가 그만큼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렌터카 비중이 높은 제주를 비롯해 주요 관광지의 수요가 급감했다. 같은 이유로 렌터카 업체의 신차 주문도 크게 줄었다. 완성차 업계의 법인 판매 관계자는 "렌터카 업체의 신차 구매 건수가 급감했다"라며 "렌터카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법인 수요도 줄었고 내수 시장은 일반 판매가 주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다른 것은 렌터카의 중고차 매물이 급증하는 현상은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다. 중고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운행차를 처분하고 신차를 구매하는 선순환이 필요하지만 요즘 시세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19사태에도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경제 활동을 완화하는 조치를 강행하고 있지만 여행이나 이동을 꺼리는 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자동차 수요 부진을 포함한 수송 분야의 타격은 크고 오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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