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버튼과 다이얼' 대체 첨단 인포테인먼트의 경고

  • 입력 2020.04.17 12:00
  • 수정 2020.04.19 08: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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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속도나 안전, 기능뿐만 아니라 첨단 전자 시스템의 수준과 적용 여부에 따라 자동차의 상품성, 경쟁력이 판가름 나는 시대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음성인식으로 자동차의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오디오, 공조 장치 심지어 휴대전화의 기능까지 담아내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의 전자화는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운전대가 사라지는 날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센터패시아에 즐비했던 인위적 버튼이나 다이얼은 요즘 멸종되어 가는 추세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도 오디오, 공조 장치와 같이 사용 빈도가 높고 직관적으로 접근이 필요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겨놨다.

버튼이나 다이얼 대신 터치 또는 음성 심지어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기능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면서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첨단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조작이 쉽고 직관성이 뛰어난 버튼이나 다이얼이 사라지면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운전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MG ZS EV

치명적인 충돌 사고의 25%가 운전자의 주의력 집중이 떨어진 순간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자동차 대시 보드 컨트롤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버튼과 다이얼이 터치스크린으로 대체되면서 주의력을 떨어트려 산만한 운전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보다 안전하게 음성이나 제스처로 명령을 수행하는 첨단 시스템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브랜드의 얘기다. 

영국 유명 자동차 사이트 왓카는 최근 20개 모델을 대상으로 조작 편의성을 테스트하고 최악, 최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왓카는  이번 실험이 영국 교통국 자료를 인용해 운전자가 인포테인먼트와 같은 시스템을 조작하면서 '산만한 운전'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터치스크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왓카의 이번 실험은 각 모델의 시스템에 따라 조작 편의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왓카는 실내 온도를 2도 올리고, 바람의 세기를 조절하고, 지도 화면을 확대하거나 늘리고, 경로 안내를 취소하고, 라디오에서 특정 방송국을 찾고, 음성 명령으로 가장 가까운 주유소를 검색하는 6개의 미션을 통해 각 모델에 점수를 부여하고 최고와 최악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순위를 매겼다.

현대차 아이오닉

총점 30점 가운데 12점을 받아 최악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평가된 모델은 MG ZS EV다. 8.0인치 터치스크린을 탑재하고 있는 MG ZS EV는 공조 장치를 조작하는 데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고 길 안내를 종료하는데 무려 3단계를 거치는 불편음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터치에 반응하는 속도가 느리고 잦은 오류가 발생해 제법 긴 시간 화면을 바라봐야 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 그룹에 속해 있는 MG ZS EV는 영국에서 가장 대중화된 크로스오버 전기차다. 비상등과 전원 버튼을 제외한 모든 버튼을 터치스크린에 몰아넣은 피아트 500X는 작은 사이즈에 문자나 아이콘까지 작아 판별이 쉽지 않았고 버튼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인식률이 크게 떨어지는 음성제어로 가까운 주유소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고 그나마 단 한 곳만 안내했다.

터치 패드로 조작해야 하는 렉서스 RX도 전체 20개 모델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고 혼다 CR-V, 닛산 쥬크, 토요타 코롤라 등 일본 브랜드 대부분도 터치스크린의 반응 속도가 느리거나 특정 기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불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볼보 S60(Sensus)은 목적지를 선택하는데 무려 4단계의 과정이 필요했고 단 3개의 명령어를 사전에 설정해야 작동하는 재규어의 Touch Pro Duo 시스템도 혼란스러운 시스템으로 지적을 받았다. 22점을 받은 전체 20개 모델 가운데 8위에 오른 현대차 아이오닉은 반응 속도가 빠르고 두 단계로 끝나는 목적지 설정, 간단하게 설정이 가능한 라디오 채널, 산만하지 않은 구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BMW 3시리즈

1위는 총점 30점 가운데 28점을 얻은 BMW3 시리즈가 이름을 올렸다. 왓카는 공조장치 조작이 쉽지 않은 것을 빼면 인포테인먼트 접근성이 뛰어나고 라디오 채널 설정, 질 안내 지도의 축소와 확대가 쉽게 이뤄지고 단 한 번으로 종료되는 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특정 기능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버튼의 기능과 자연어까지 능숙하게 받아들이는 'Hey BMW'의 음성 인식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왓카가 요즘 등장한 국산차 제네시스 G80,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5 등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살펴봤다면 순위가 달라졌을 것이다. 음성명령으로 자동차 대부분의 엔터메인먼트, 길 안내, 공조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편의성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나도 어떤 기능을 조작하기 위해서든 운전자가 도로에서 시선을 떼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시속 50km 남짓한 속도에서 잠깐 한눈을 팔면 초당 13.5m를 달리게 되고 이러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40초 이상 시선을 팔면 축구장 6개의 거리를 눈을 감고 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운전을 하기 전 목적지, 듣고 싶은 방송의 채널, 실내 온도의 설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출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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