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2 자율주행?' 좋다고 남용 말고 모르고 오용하지 말자

  • 입력 2020.03.16 08:3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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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관련 영상을 검색해봤다. 지난해 본격 출고를 시작하면서 부쩍 늘어난 모델3 영상 대부분에는 '자율주행'이 제목이나 해시태그로 달려 있다. 무용담 같은 아찔한 체험기, 자율주행의 시대를 열었다는 극찬도 쏟아진다. 제네시스 GV80에도 '자율주행'이 연관 검색어로 빠짐없이 등장한다.

GV80에 탑재된 HDA2의 차로 변경 시스템을 직접 시연하는 영상도 수두룩하다. 현대차 HDA2와 테슬라 오토 파일럿에 기술적 차이는 없다. 주행 차로, 앞차와의 간격, 설정된 속도를 유지하는 기능에 주변 상황을 판단해 차로를 변경하는 시스템이 추가된 정도다. 엄밀하게 따져 볼 것도 없이 테슬라나 제네시스에 탑재된 오토 파일럿과 HDA2는 '자율주행'으로 보기에 민망한 주행 보조시스템에 불과하다.

자율주행 단계로 보면 레벨2의 초보 수준이다. 레벨2는 제한된 조건과 시간에 맞춰 자동차의 주행 시스템이 유지되지만 운전자는 언제든 운전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고속도로와 같이 제한적인 곳에서 부분적이나마 주행 중의 변수(차로변경, 추월 등)에 대응하며 자동차가 스스로 달리려면 레벨3에 도달해야 한다.

여러 완성차가 레벨3(심지어 레벨 2.5도 등장했다)을 언급하고 있지만 테슬라는 물론 어느 업체도 자동차가 주행의 주체가 되는 수준의 제한적인 '자율주행'을 자신하고 적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런데도 자율 주행이라는 용어가 적당하지 않은 레벨2의 주행 보조시스템을 테슬라 오토 파일럿과 같이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운전자가 많아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IHS)는 최근 보고서에서 "제한적인 주행 보조시스템에 의존하는 운전자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운전자의 부주의한 행동을 자동차가 강력하게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낮은 수준의 주행 보조 시스템을 자율 주행으로 오인하는 운전자가 많고 따라서 운전에 집중하지 않을 때(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거나 전방 주시에 소홀한 경우) 이에 대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IHS는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이 사용된 자동차일수록 운전자가 휴대전화로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는 등 유혹에 빠지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현재 최고 수준의 주행 보조시스템 대부분이 경사로와 곡선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초보 수준의 자동차 주행 보조시스템을 과신해서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X의 오토 파일럿은 고속도로 출구에서 차선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져 운전자가 사망한 사례가 있다. 당시 운전자는 오토 파일럿을 작동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토 파일럿과 같은 주행 보조시스템이 '자율주행'으로 인식되면서 운전자의 의존도를 높이고 집중력을 떨어트려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IIHS는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이 제공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이 마저도 운전자의 집중과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레벨2에 불과하다며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조사 주행 보조시스템에 불과한 레벨2를 '자율주행'으로 오인해 운전자가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부주의한 운전을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경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IHS는 따라서 레벨2 주행보조 시스템의 경우 운전자의 부주의한 행동을 1단계 시각적 경고를 시작으로 2단계로 소리 또는 진동을 통한 물리적 경고, 3단계에서는 소리와 진동의 강도를 높이고 4단계 감속 및 제동에 돌입하고 그래도 개입하지 않으면 비상제동등을 켜고 완전 정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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