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유감 단종차 #4. 국산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아차 엘란'

  • 입력 2020.03.06 12:33
  • 수정 2020.03.16 16:32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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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정통 스포츠카' 타이틀과 함께 1996년 출시된 기아자동차 '엘란'은 1999년 IMF 외환 위기와 함께 단종 수순을 밟기까지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모델이다. 일부에선 판매 수량 등을 두고 실패한 모델로 평가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동호회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짧은 순간 깊은 인상을 남긴 모델임에는 분명하다.

기아차가 제너럴 모터스로부터 영국 로터스의 엔진과 변속기를 제외한 생산 권한을 인수하며 시작된 기아차 엘란의 탄생은 당시로는 생소한 2인승 시트 구조의 로드스터 모델로 앞서 세피아와 크레도스에 사용되던 1.8리터 T8D 엔진을 개량한 T8D를 탑재하고 5단 수동 변속기와 서스펜션 등 동력계를 국산화해 출시된다. 이 결과 기아차 엘란의 성능은 최고 출력 151마력에 최고 속도 220km/h, 정지상태에서 100km 도달까지 순간 가속력은 7.4초가 소요됐다. 

엘란의 또 하나 독특한 특징은 '백본 프레임'에 있다. 로터스 시절 첫 개발부터 사용된 해당 기술은 로드스터의 안전성을 감안해 제작된 것으로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도 경량화에 무게가 실렸다. 주요 골격을 로터스의 것을 사용했지만 기아차 엘란은 외관 디자인에서도 차별화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직사각형 모양의 테일램프는 둥근 모양으로 변경되고 기존 기아차 부품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최대한 투입됐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계기판, 스티어링 휠, 공조 패널 등 곳곳에 기아차 범용으로 사용되는 부품들이 탑재된다. 특히 시트는 이전 로터스의 것과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엘란 전용으로 개발된 국내용이 장착되는 등 국산화 비율을 높이려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기아차는 1996년 계열사인 서해공업을 통해 엘란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개발에 1100억원을 투입하고 대당 제조원가는 2400만원, 투자상각비와 판매 비용을 추가하면 3000만원이 넘는 가격이 책정되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아차는 대당 1000만원이 넘는 적자를 감수하고 2750만원에 엘란을 시장에 선보인다. 회사가 손해를 보며 차량을 판매한 셈이다.

기아차 엘란의 초기 반응은 국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전달했다. 당시로는 낯선 로드스터에 천으로 제작된 루프, 도로 어디에서도 존재감을 내뿜는 차체 디자인과 색상 등 엘란은 젊은이들의 로망처럼 여겨졌다. 단종 때까지 1055대가 생산된 엘란은 첫 출시 후 후속 모델에 대한 검토 또한 이어졌으나 IMF 사태와 기아차의 파산 등 악재가 겹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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