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채는 재미, 의외로 선택의 폭이 넓은 수동변속기 장착 모델

  • 입력 2020.01.22 13:1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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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속도나 엔진의 회전수에 맞춰 변속비를 운전자가 제어하는 수동변속기의 장점은 단순한 구조와 내구성, 그리고 자동변속기 대비 뛰어난 연료 효율성이다. 반면, 도심과 같이 복잡한 주행 환경에서 클러치를 밟고 변속을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가속이나 감속을 할 때 차체로 전달되는 변속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보운전자에게는 출발이나 언덕길에서 자주 시동을 꺼트리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수동변속기가 제격이라는 마니아도 상당수 있다. 속도와 엔진의 회전수에 맞춰 변속하고 여기에 맞춰 거칠게 변화하는 배기음의 맛은 자동변속기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와인딩, 코너링 또는 노면의 상황에 맞춰 rpm의 영역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엔진 브레이크를 걸고 변속단을 높여 박차고 나가는 가속의 질감도 수동변속기만 가진 재미다. 자동변속기가 일반화됐지만 제조사가 여전히 수동변속기 라인을 갖고 있는 것도 드물지만 찾는 사람이 있어서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자동변속기 선택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국산 고성능 모델이 나오면서 수동변속기를 찾는 고객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DCT(듀얼 클러치), CVT(무단변속기)와 같이 다양한 파생 변속기도 등장했지만 찾아보면 경차부터 준중형, SUV까지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모델이 의외로 많다.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스마트 스트림 가솔린 1.6과 1.6 터보에 6단 수동변속기를 맞물려 놨다.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은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f.m의 파워트레인으로 자동변속기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는 가솔린 1.6을 기준으로 14.0km/ℓ(복합)에 달한다.

현대차는 아반떼 이외에도 벨로스터와 고성능 모델인 N 시리즈의 i30 N과 벨로스터 N에도 수동변속기 라인업을 갖고 있다. 이들 모델은 운전의 재미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된다. 사양의 구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반떼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엔진의 경우 150만원이 저렴하고 204마력의 가솔린 1.6 터보는 7단 DCT 대비 257만원이 저렴하다.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기아차 K3 GT도 매력적이다. 감마 1.6 T-GDI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려 있는 K3 GT는 7단 DCT 장착 모델과 비교해 180만원이 저렴하다. 7단 DCT와 비교해 연비 차이는 없지만 실제 주행을 해 보면 동급의 모델 가운데 가장 다이내믹한 거동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기아차는 차세대 경차 플랫폼에 카파 1.0 Eco Prime 엔진과 5단 수동 변속기가 조합된 경차 모닝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4단 자동변속기 장착 모델 대비 125만원이 저렴해 1000만원대 아래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쉐보레 브랜드의 스파크에도 5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린 트림이 있다. 가격은 기본 사양을 기준으로 982만원이다.

SUV 모델 중에서는 쌍용차 티볼리가 6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트림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1710만원으로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한편 변속기의 종류가 많아지고 효율성이 좋아지면서 수동변속기의 장점 가운데 하나로 부각된 연료 효율성 격차는 일부 역전이 됐거나 좁혀졌다. 티볼리의 경우만 해도 복합 연비를 기준으로 수동변속기 장착 모델이 12.1km/ℓ지만 자동 6단 변속기 장착 모델은 14.5km/ℓ(16인치 타이어 기준)다.

기아차 K3 GT의 경우도 6단 수동변속기와 7단 DCT의 복합 연비가 12.2km/ℓ(18인치 사계절 타이어)로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수동변속기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인 연료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앞으로는 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수동변속기 아반떼를 구매한 김영주(47세, 전북 남원) 씨는 "연비보다는 변속 레버를 잡아 채고 밀어 내면서 정령치, 노고단, 구례 등 지리산 와인딩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수동변속기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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