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이렇게 멋진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 입력 2019.09.16 07:47
  • 기자명 김이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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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바 왕국 좀도둑이 자스민 공주와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모험을 그린 영화 '알라딘'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램프에서 나온 거인 지니와 함께 알라딘이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매끄럽게 하늘을 날며 위기 때마다 등장해 반전을 보여주고 깜찍한 감정 표현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 '마법의 양탄자'도 오래도록 여운에 남는다. 

자동차의 승차감을 뜬금없이 마법의 양탄자에 비유하고 싶다면 무리일까. 시트로엥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중형 SUV, C5 에어크로스는 마법의 양탄자 같은 승차감을 보여준다.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편안함’을 강조하는 시트로엥의 지향점을 오롯이 담고 있어서다. 늦여름 제주, 피서객이 빠져나가면서 한걸해진 도로를 C5 에어크로스로 달려봤다.

개성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

시트로엥이 C4 칵투스와 C4 피카소를 처음 출시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지금에야 현대기아차, GM 등 여러 브랜드가 LED DRL과 헤드램프를 분리한 디자인의 SUV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그 강렬함이 상대적으로 덜해졌지만, 시트로엥이 그러한 디자인 트렌드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C5 에어크로스도 그런 시트로엥 디자인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DRL과 헤드램프가 분리된 전면부의 디자인은 제법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상술했듯 여러 브랜드에서 비슷한 디자인이 출시된 것도 있지만, C5 에어크로스의 외관 디자인 자체가 정제돼 있는 까닭이 크다. 보다 젊은 소비자들을 노린 C4 칵투스, C3 에어크로스 등 동생들에 비하면 C5 에어크로스는 선이 굵고 엣지를 살려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조됐다. 그러면서도 루프랙, 도어 하단, 전면 범퍼 하단 등에 컬러 포인트를 더해 위트를 잊지 않았다.

실내 분위기도 외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모서리는 조약돌처럼 둥글게 깎여 시각적 긴장감을 줄여준다. 쌍둥이 형제, 푸조 3008의 날선 인테리어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러면서도 C3 에어크로스에 비하면 시원한 직선을 적극 활용해 넓고 정갈해 보인다. 굳이 흠이라면 메인 디스플레이 아래에 나열된 터치식 버튼들. 하이글로시 재질이라 지문이 묻는 건 둘째치고, 낮에는 햇빛이 반사돼 직관적인 조작이 어렵다.

2열 시트는 3개의 시트가 동형인 타입이다. 동급 SUV 중 이런 형태의 시트를 채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5명이 모두 탔을 땐 가운데 앉는 승객도 편하지만, 일반적인 벤치 시트에 비해 좌우 좌석은 좁기 때문에 3~4명이 탈 때는 다소 불편하다. 대신 3개의 시트 모두 독립적으로 틸팅과 슬라이딩, 폴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편안함이 돋보이는 퍼포먼스

C5 에어크로스는 푸조 3008과 같은 EMP2 모듈러 플랫폼으로 제작됐다. 동일한 파워트레인과 비슷한 사양 등, 겉으로 보여지는 상품 구성으로만 본다면 디자인 외에는 3008과의 차이점이 크지 않다. 하지만 C5 에어크로스의 차별화 포인트가 디자인에 그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보다는 ‘어드밴스드 컴포트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한다.

편안함에 대한 시트로엥의 철학은 남다르다. 한때 시트로엥 기술력의 상징이었던 차고조절식 유압 서스펜션은 비포장도로가 많은 근교에서도, 고속도로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됐다. 운전의 재미, 완벽주의에 가까운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있는 반면 시트로엥은 편안한 이동이 주는 즐거움을 추구한다. 내·외관에 엣지를 살리기보다 둥그런 모서리를 적용해 시각적 긴장감을 해소하고, 친숙함과 다정함을 더한 최신 시트로엥의 디자인 트렌드조차 편안함에 대한 시각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철학이 잘 드러난 것이 ‘어드밴스드 컴포트 프로그램’이다. 큰 틀에서는 보다 편안한 운전 및 승차 경험을 위해 도입되는 다양한 기능과 기술의 총칭이다. 가령 개방감을 극대화한 C4 스페이스투어러의 앞유리나 강화된 커넥티비티 기능도 ‘진보적 편안함’의 일부분이다.

핵심 기술은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이다. 매우 긴 이름이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충격을 흡수하는 쇼크업소버 내부에 충격을 분산시켜주는 유압식 쿠션이 추가된 서스펜션이라고 볼 수 있다. 노면의 잔진동은 댐퍼가 부드럽게 걸러내고, 큰 충격이 있을 땐 유압식 쿠션이 이를 탄탄하게 버텨낸다.

잘 닦인 신작로에서는 느끼기 어렵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도로에서 이 서스펜션이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제주도와 같이 포장이 불규칙하거나 곳곳에 요철이 많은 도로에서 극도로 편안한 승차감을 선보인다. SUV임에도 노면을 기민하게 읽어내는 3008과 달리, 노면과 운전석 사이에 말 그대로 ‘마법의 양탄자’라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노면 정보 피드백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다소 무디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부드러운 승차감 탓에 코너링 성능이 떨어지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체가 쏠리면 유압식 쿠션이 탄탄하게 지탱하면서 롤링을 억제한다. 무엇보다 이 서스펜션이 매력적인 점은 별도의 전자제어장치나 컴프레서 등 복잡한 장치 없이 순수한 기계식 댐퍼로 이런 승차감을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서스펜션 주행 모드를 바꾸지 않아도 항상 편안함을 누릴 수 있고, 에어 서스펜션처럼 댐퍼 하나가 터지면 수백만 원의 수리비가 나올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처 서스펜션이 걸러내지 못한 충격이 올라와도 메모리폼 시트가 대부분의 잔진동을 흡수한다. 라텍스 침대 같은 질감의 시트는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적고, 디젤 엔진의 진동이 탑승자에게 전달되는 것도 차단한다. 통풍 기능만 있었다면 완벽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C5 에어크로스에는 프랑스 현지에서도 통풍 시트가 탑재되지 않는다.

시승차는 177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0L 디젤 엔진이 탑재된 모델. 130마력을 내는 1.5L 디젤 엔진과 비교하면 퍼포먼스는 월등히 뛰어나지만,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고 연비 면에서는 불리하다. 효율을 중시하고 도심 주행 비중이 높다면 1.5L 디젤이, 넉넉한 추월 가속력을 원한다면 2.0L 디젤이 적합하다. 280km의 시승 간 평균 연비는 12.5km/L로, 복합 공인연비(12.7km/L)와 비슷하다. 공회전하거나 저속으로 골목길을 주행한 시간이 많은 걸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함께 타고 싶은 마법의 SUV

천편일률적인 SUV들 사이에서 C5 에어크로스는 단연 돋보인다. 자동차 회사들이 더 많은 SUV로 더 촘촘한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는 늘었지만, 동시에 개별 모델 간의 차별화 요소도 절실해졌다. C5 에어크로스는 자동차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지만, 비용이나 퍼포먼스에 밀려 간과하기 쉬운 ‘편안함’을 무기 삼아 동급 경쟁자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자동차의 품질이 상향평준화된 요즘 편안하지 않은 차가 드물겠지만 평균 수준의 편안함을 충족하는 차와 편안함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진 차는 전혀 다르다. 운전이 동반하는 스트레스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 차가 정제되고 밋밋한 차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운전의 스트레스보다 여정의 즐거움에 의미를 둔다면 C5 에어크로스는 최적의 동반자다.

때문에 C5 에어크로스는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타고 싶은 차다. 혼자 타기에는 다소 지루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탈 때는 운전보다 동승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동승자가 피곤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여정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니 훌쩍 떠나기도 좋다. 마법의 양탄자처럼 편안한 C5 에어크로스에서 ‘A Whole New World’를 들으며, 알라딘과 자스민처럼 누군가와 드라이브를 떠난다고 상상해 보라. C5 에어크로스는 지루한 여행을 낭만적인 ‘매직 카펫 라이드’로 바꿔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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