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하이브리드, 1048km 무박 시승의 최종 결말은

  • 입력 2019.09.02 08:51
  • 수정 2019.09.03 07: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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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마시라.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몰고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거치고 돌고 찍으면서 무박으로 달렸다. 서울에서 출발한 시간이 오후 4시 15분, 그렇게 달려 다음 날 오후 1시 26분에 시승을 마쳤으니까 운전을 하고 간간이 휴식을 취한, 그리고 쪽잠 시간을 합치면 20시간 넘게 걸린 무박 시승.

그렇게 무모한 시승을 한 이유가 있다. 많아야 200~300km를 달리고 연비가 어떻고 하는 것은 하이브리드카의 지향점, 그리고 정확한 정보와 괴리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같은 배기량, 차급의 가솔린은 물론이고 디젤보다 비싼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택하는 이유는 '좋은 연비'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지 않은가.

가격을 보면 쏘나타 하이브리드 엔트리 트림이 세제 혜택을 주고 2754만원에 팔린다. 가솔린이 2340만원부터 시작하니까 300만원 이상 비싸다. 그래서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연료 경고등이 켜질 때까지 얼마나 달리고 그 순간까지의 평균 연비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금부터 그 여정과 결말을 소개한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출발했다. 서부간선도로가 끝나고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해 서해대교를 지날 때까지도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쏘나타 디자인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고속도로 고속 주행 질감은 풍절음이 거슬렸던 것을 빼면 대체적으로 매끄러웠다. 

최고급 인스퍼레이션 트림 쏘나타 하이브리드에는 온갖 편의 및 안전 사양이 죄다 적용됐다. 빌트인 캠, 클러스터의 후측방 모니터와 같이 흔하지 않은 것들이 보이고 10.25인치나 되는 와이드 내비게이션, 풀 디지털 계기반,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 화려한 사양이 가득하다.

덕분에 편하고 여유롭게 운전을 했다. 쓸만한 힘도 갖췄다. 모터를 합친 시스템 총 출력이 195마력이나 되고 이 힘이 매우 부드럽게 차체를 밀어낸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상 가속이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쓸만하다. 같은 가솔린 모델의 컴포트나 에코 모드의 질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출발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20km/ℓ(복합 연비 18.8km/ℓ)를 가볍게 넘긴 연비가 기분을 좋게 했다. 17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시승차의 고속도로 인증 연비는 19.1km/ℓ다. 얼마나 달렸을까. 눈 앞에 춘장대로 가는 출구 표시가 보였다. 그대로 빠져 충남 서천에 있는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도착 시간은 오후 6시 38분,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달린 거리는 180km, 거기까지의 평균 연비는 27.0km/ℓ를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춘장대 해수욕장은 썰렁했다. 대신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고 다시 방향을 다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국도와 지방도를 타고 전주에서 완주~순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경남 남해로 잡았다.

날씨가 흐린대도 지붕에 달린 솔라 패널에서 태양광 충전이 계속됐다. 달리면서도, 낮이면 해가 구름에 가려도 충전이 이뤄진다. 솔라 루프의 효율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있다. 128만원이라는 가격을 주고 선택해서 12~13년을 타야 본전을 뽑는 옵션의 가치가 있냐는 것이지만 양산차에 무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솔라 패널이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요즘 낮과 밤의 온도차 만큼이나 빠르게 주변이 어둑해졌다. 남해 인근부터는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고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 미조항에 도착했을 때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밤 12시가 다돼 도착한 미조항 주변은 암흑천지였다. 7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미조항까지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달린 거리는 473km, 평균 연비는 27.2km/ℓ를 기록했다.

그렇게 달렸는데 계기반 수치들은 쉽게 여정을 끝낼 것 같지가 않았다. 연료 게이지는 절반 이상이 남아있었고 더 달릴 수 거리도 495km나 됐다. 무박 시승에 나선 것을 후회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노을을 봤으니 일출도 보자는 심사로 다음 목적지는 길게 잡았다. 포항  호미곶,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잡자 미조항에서 의 거리는 290km, 3시간 42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다.

남해안고속도로,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포항 IC로 진입해 호미곶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55분, 일출을 보러 온듯한 몇 대 차가 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을 출발해 호미곶까지 764km를 달린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평균 연비는 26.6km/ℓ, 11시간 넘게 운전을 하면서 체력도 바닥이 난듯했다.

쪽잠을 마치고 눈을 뜬 시간이 새벽 6시 30분, 일출을 놓쳤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출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끝나기도 전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 안동까지 가는 길, 장대비 같은 비 탓에 고속도로에서 미리 출구를 빠져 나오는 바람에 먼 길을 돌아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쏘나타 하이브리드 무박시승 결말의 시간이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의 총 주행거리는 965km, 평균 연비는 26.4km/ℓ를 기록했다.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연비 변화의 폭이 줄어든 것도 보인다. 돌아 보니 남해 미조항에서 호미곶으로 가는 중간 정도부터 26km/ℓ 초ㆍ중반대를 계속 유지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가장 일상적인 고속도로 연비라고 볼 수 있겠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서울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면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한 번 주유로 1000km를 돌파했다. 이어 주유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황색 주유 경고등이 켜진 것은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 진입전, 1015km를 막 넘겼을 때다. 평균 연비는 26.2km/ℓ, 주유를 위해 괴산 휴게소까지 더 달린 쏘나타 하이브리드 무박 시승의 최종 주행거리는 1048km, 최종 연비는 26.3km/ℓ를 기록했다.

기대했던 수치들이 나오면서 몸은 녹초가 됐지만 기분은 좋았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하이브리드는 토요타라는 등식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에서 입증이 된 것처럼 국산 하이브리드카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일본산 하이브리드도 쏘나타 하이브리드 수준의 연비를 내기가 쉽지 않다.  

성능, 배터리 내구성, 디젤차하고 비교되는 연비 때문에 하이브리드 타입의 자동차 구매를 망설일 필요가 없다. 중형 세단을 경제적으로 타고 싶은 사람에게 쏘나타가 아니어도 하이브리드 타입을 적극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1000km가 넘는 거리를 무박으로 달리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다. 하이브리드카의 연비를 실 생활, 실 주행의 여건에 맞춰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봐 줄 일이지 절대 따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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