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굉음 하나로 서킷을 장악한 악동

  • 입력 2019.07.30 10:23
  • 수정 2019.07.30 10: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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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 우라랑캉캉!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의 굉음이 장악했다. 단 7대의 우라칸이 19개의 코너로 이어진 3.908km의 서킷을 달리고 짐카나의 코스를 공략하며 내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배기음, 여기에 피렐리 P 제로 타이어의 강렬한 스키드 사운드가 보태져 내는 굉음이다. 듣고 있자니 아드레날린이 저절로 상승한다.

10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빨아들인 공기가 리어 범퍼에 장착된 두 개의 거대한 배기관으로 분출되면서 나오는 굉음은 람보르기니의 세심한  R&D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그냥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이 소리가 궁금하면 아래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클릭하면 된다)

람보르기니 서울이 2세대 우라칸 에보(Hurac n EVO)를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지금은 사전 계약이 진행 중이고 본격적인 고객 인도는 오는 가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람보르기니가 인제 서킷 같은 곳을 빌려 미디어 행사를 하고 고객을 초청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우루스가 시작한 비슷한 프로그램 반응이 워낙 좋았던 탓에 우라칸 에보도 여세를 이어가기 위해 거창한 행사를 준비했다는 것이 람보르기니 서울의 설명이다.

우라칸 퍼포만테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지만 에보의 완성도는 그에 못지않다. 더 날렵하게 다듬어진 차체는 최상의 공기역학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면 범퍼가 낮아졌고 윙이 통합된 스플리터, 입실론 타입의 에어 인테이크 모두 공기역학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변경됐고 따라서 주행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했다.

측면에서는 새로 디자인된 휠이 우선 보이고 사이드 에어 인테이크도 살짝 모습을 바꿨지만, 람보르기니를 상징하는 육각형은 그대로 갖고 있다. 후면은 네이키드 레이스카 느낌이 물씬하다. 트윈 배기 파이프를 범퍼보다 높게 배치한 것, 다운포스 능력을 키운 스포일러도 우라칸 에보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요소다.

겉모습의 변화는 이 정도, 공기역학 효율을 위한 람보르기니 노력의 결정체는 우라칸 에보의 하부에 있다. 하부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해 공기 흐름을 효율적으로 개선했고 이를 통해 1세대 우라칸 대비 다운포스 7배, 전체적인 공기역학 효율성을 5배나 높였다.

따라서 5.2ℓ 자연 흡기 V10 엔진( 최고 출력 640마력/8000rpm, 최대 토크 61.2kg.m/6500rpm)은 가공할 힘을 낸다. 여기에 중형세단보다 가벼운 공차 중량(1422kg)으로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2.22kg밖에 되지 않는다. 경주마의 등에 2kg이 조금 넘는 음료수 한 병 정도를 실은 격이다. 잘 달릴 수밖에 없는 우라칸 에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2.9초, 시속 200km 도달은 9.0초면 끝이 난다.

인제 서킷에서 우라칸의 달리기 성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트라다, 스포츠, 그리고 람보르기니가 자랑하는 코르사 모드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서킷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즉각적으로 속력을 상승시킨다. 워낙 빠르게 속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코너에서는 꽤 강한 힘의 제동이 필요하다.

우라칸의 제동거리(시속 100km)는 31.9km, 따라서 빠르게 속력을 상승 시켜 제동을 해도 에이펙스(APEX)를 놓치지 않고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웬만한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노면의 접지력을 잃지 않고 후미가 반듯하게 추종하는 맛, 직선로 초입에서 강하게 몰아붙이면 순간적으로 시속 200km에 들어서는 가속력도 일품이다.

짐카나에서 보여준 조향력, 차체 안정감도 압권이다. 우라칸을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새롭게 선보인 LDVI(Lamborghini Dinamica Veicolo Integrata)가 모든 움직임을 기막히게 제어해 준다. LDVI는 우라칸의 지금은 물론 다음 움직임까지 예측해 후륜 조향 시스템, 네 바퀴 모두에서 작동하는 토크 벡터링 기능 등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해 준다.

람보르기니에 따르면 우라칸은 2세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센서 시스템 LPI(Lamborghini Piattaforma Inerziale)가 종횡 및 수직 가속도를 측정해 롤(roll), pitch(피치) 및 yaw(요) 레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즉각적으로 댐핑을 조절하는 마그네토 레올로직 서스펜션(Magneto Rheological Suspension)이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해 어느 순간에도 노면을 놓치지 않는다.

이런 모든 차체 제어를 통합 컨트롤하는 것이 LDVI다. 아무리 빠르게 그리고 거칠게 다뤄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차체의 균형, 지게차 수준의 짧은 회전반경, 정확한 제동, 찰나의 순간에 이뤄지는 복원 등이 그래서 가능했던 모양이다.

실내는 슈퍼카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비좁고 불편하다. 그러나 서킷을 돌고 짐카나를 체험하면서 시트의 모양새나 무르기가 왜 그래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공간의 여유보다는 섀시에서 올라오는 모든 피드백을 우라칸과 함께 운전자가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짜릿함을 즐기려면 그래야 한다.

이런 유의 슈퍼카답지 않게 커넥티비티 기능을 포함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훌륭하다. 8.4인치 정전식 터치스크린의 멀티핑거 제스쳐 컨트롤을 센터패시아에 배치해 앞서 얘기한 LDVI 시스템을 비롯한 차량의 여러 기능 설정을 가능하게 했다. 애플 카플레이도 가능하고 내비게이션, 음성인식도 가능하다.

이런 기능은 우라칸 에보가 일상적 용도의 데일리카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우라칸을 공로로 밀어내지는 못했지만 앞서 시승을 했던 아벤타도르가 그랬던 것처럼 스트라다 모드라면 일반 도로에서도 꽤 안락한 승차감으로 운전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람보르기니도 이런 점을 강조했다. 우라칸의 가격은 3억4500만 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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