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 프리미어, 거성 그랜저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

  • 입력 2019.06.28 07:00
  • 수정 2019.06.28 12:1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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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변경 모델로는 이례적이다. 3년 만에 부분 변경이 이뤄진 기아차 K7 프리미어는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1만 대라는, 신차급 사전 예약 실적을 거뒀다. 기아차에 따르면 사전 예약자의 40%가 3.0 GDi를 선택했고  2.5 GDi(35%), 하이브리드(20%) 순을 기록했다. 신차나 부분 변경이 출시되면 엔진이나 트림이 고배기량, 고급형에 쏠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연비의 효율성을 경험한 고객의 재구매 비중이 특히 많다"라고 말했다. K7 프리미어가 신차급 실적을 거둔 이유가 있다. 준대형 시장을 장악한 그랜저가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는 탓도 있지만 겉과 속의 디자인이 요즘 트렌드에 맞춰 비교적 큰 폭으로 변화한 신선함, 여기에 첨단 기능이 대폭 추가되고 이런 기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트림에 따라 패키지의 선택에 제한을 뒀던 예전과 다르게 K7 프리미어는 어떤 트림에서도 원하는 패키지의 선택이 가능하다. 엔진의 타입은 물론 프레스티지든 노블레스든, 시그니처든 트림을 가리지 않고 컴포트, HUD 팩, 스타일, 드라이브 와이즈, 모니터링 팩을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전 예약자의 70%가 드라이브 와이즈를, HUD 팩, 스타일 패키지는 60%가 선택했다. 가격에 맞춰 트림을 정하고 여기에 필요한 품목이 있으면 제한 없이 선택이 가능하도록 한 것, 신의 한 수다.

장마 전선이 남부 지방에서 서서히 북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에도 수도권 북부의 하늘은 더 없이 맑았던 27일, K7 프리미어를 파주 출판단지에서 만났다. 기본 가격 3799만 원인 최고급 트림 3.0 시그니처에 모든 선택품목과 파노라마 선루프(108만 원)이 장착돼 총 가격이 4496만 원이나 하는 풀 옵션 모델이다. 기본 가격으로 보면 이전 모델에 비해 3.0 가솔린 기준 254만 원이 인상된 가격이다.

변화의 폭을 생각하면 가격 인상의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전장이 4995mm로 기존보다 25mm 길어졌고  확대된 인탈리오 라디에이터 그릴, 이전보다 심플해지고 고급스러워진 램프류가 K7 프리미어의 외관 디자인의 완성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전면 범퍼 하부의 크롬 라인, 좌우 리어램프를 하나로 연결하는 커넥티드 타입 라이팅은 디자인의 무게 중심을 노면에 밀착시켜 시각적으로 뛰어난 스탠스를 느끼게 했다.

실내 변화의 폭은 더 크다. 12.3인치 AVN 모니터와 슈퍼비전 클러스터의 짜임새와 견고함은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어떤 모델과 비교해도 꿀림이 없다.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후측방 영상도 유용했다. 오로지 달리기만 하는 시승이어서 기아차가 자랑을 멈추지 않은 첨단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모두 구현해 볼 수는 없었지만 3분할 AVN 모니터, 여기에서 구현되는 자연의 소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따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내비게이션, 빌트인 캠, 다양한 컬러로 주행 및 길 안내 정보가 표시되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무엇보다 고속도로에서 설정된 속도에 맞춰 주행을 하면서 굽은 길, 위험 구간을 만나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는 고속도로주행 보조 시스템(HDA)는 정확도에서 독일이고 일본이고 세상 그 어떤 브랜드의 것들을 압도했다. 

기본적인 첨단 운전보조 시스템(전방 충돌 경고,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이 전 트림의 기본 품목이라는 것도 놀랍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로 구성된 드라이브 와이즈만 선택 품목이다. 

부분변경 출시와 함께 파워 트레인 라인업에 스마트 스트림 2.5 GDi가 추가됐지만 시승은 V6 3.0 GDi로 진행됐다. 최고출력 266마력(ps), 최대토크 31.4kgf · m의 동력을 8단 자동변속기와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로 제어하는 모델이다. 주행의 질감은 이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2열에 추가된 2중 접합 차음 유리가 실내 정숙성을 크게 높여 준다. 

서 있을 때나, 저속, 중속, 고속을 가리지 않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 풍절음, 엔진의 진동이나 소음까지 잘 걸러준다. 눈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 확연하게 달라진 정숙한 승차감이 더 인상적이었다. 라이드나 핸들링은 시승 코스가 평범했던 탓에 딱히 전할 말이 없다. 아주 짧게 지그재그로 차체를 놀리고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서스펜션과 쇽 업소버의 세팅이 다소 무르게 느껴진 정도다.

드라이브 모드의 차이는 에코와 스포츠 모드의 페달 반응, 엔진의 질감, 스티어링 휠 조향력에 변별력이 있을 뿐 컴포트와는 차이가 미세했다. 생김새와 다르게 달리는 맛이 밋밋해 기아차가 말한 것처럼 40대를 타깃으로 했다면 조금은 더 다이내믹한 쪽으로 세팅을 했어야 했다.

<총평>

그랜저가 독식하고 있는 준대형 시장에 높은 상품성과 제대로 맞설 투지를 가진 대항마가 등장했다. 역부족을 얘기하는 쪽도 있지만 K7 프리미어의 출시가 임박하면서 그랜저의 판매가 뚝 떨어진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타격을 준 것이 분명하다. 3월과 4월 1만 대 이상 팔렸던 그랜저는 5월 8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K7 프리미어는 그간의 평균인 2000대 수준의 출고량을 7월 8000대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 한계는 6000대이지만 6월에 만들어 쌓아 놓은 물량이 함께 풀리기 때문에 상대적 영향을 받게 될 그랜저와 실적이 비슷하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구동성, 시승에 참가한 자동차 전문기자들은 K7 프리미어의 실내 구성과 사양이 그랜저보다 좋다고 말했다. 7월 준대형 시장에 이변이 있을지, 기아차가 늘 염원하는 '한여름 밤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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