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순수 전기차 닛산 리프 'e-페달의 놀라운 효율성'

  • 입력 2019.06.03 11:08
  • 수정 2019.06.03 11:2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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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역사는 18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에 진출, 내연기관을 누르는 위세를 떨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위기감을 느낀 석유 업계의 음모론 얘기도 있지만 엄청난 무게와 그에 못지않은 충전 시간에도 항속거리가 형편없이 짧아 반짝 인기를 누리고 사라졌다. 전기차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100년이 훌쩍 지난 1990년대부터다.

화석연료의 고갈,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배출 가스 규제가 강화되자 전기차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각국의 정책, 각 브랜드의 개발 경쟁으로 이어졌다. 다시 부활한 전기차의 역사는 GM이 1996년 공개한 전기차 EV1로 시작됐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개발이 중단되고 폐기 처분되면서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가 전기차 1호 양산 모델로 기록되게 됐다.

미쓰비시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 전기차와 관련해 가장 많은 기술을 가진 나라가 일본이다. 2010년 일반 판매를 시작한 미쓰비시 아이미브, 그리고 여기에 닛산 리프가 가세하면서 BMW, GM,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 현대차 등 기존 브랜드는 물론, 테슬라와 같은 신생 브랜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도 일본 브랜드의 전기차 경쟁력은 돋보이지 않는다. 걸출한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아이미브의 존재감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토요타와 혼다는 아직 이렇다 할 전기차를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전기차 경쟁력은 닛산 브랜드 하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닛산의 전기차 역사도 70년이 넘었다. 1947년부터 제로 이미션 구축을 위해 전기차 기술을 축적해 온 닛산의 결실이 바로 '리프(LEAF)'다. 2010년 처음 출시돼서 지금까지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은 40만대 이상의 누적 판매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 중국 BYD,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 등 후발 업체의 최근 추격이 만만치 않아 이 기록이 깨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닛산은 2세대 리프로 재반전을 노리고 있다. 배터리를 가득 충전했을 때 갈 수 있는 231km의 주행거리가 짧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번 장거리 주행에서 충전하면서 완충을 기다린 시간은 단 22분에 불과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들르고 주전부리를 하면서 보낼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니까 짧은 주행 거리가 리프의 경쟁력에 전혀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출발은 경기도 군포 당정역에서 했다. 목적지는 포천에 있는 '레이스웨이',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편도 거리는 119km로 리프의 제원상 주행 가능거리로는 왕복을 할 수 없는 거리다. 앞서 시승을 했던 전기차의 대부분은 표시된 주행 거리 이상을 달렸다. 그리고 완충 후 표시된 리프의 주행 가능 거리는 247km, 따라서 여유는 없어도 일상적으로 주행을 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출발했다.

2세대 리프의 가장 큰 변화는 'e-페달'로 회생 제동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축적하고 가속, 감속, 제동을 하나로 구현해 운전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앞차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마치 제동을 하듯 감속을 하고 완전 정지까지 이뤄진다. 물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감속할 때 클러스터의 충전 게이지가 최대치까지 상승하면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실제 주행 거리와 비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10km를 달려도 주행 가능 거리는 5km만 줄어드는 식이다. D 모드에서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 그래서인지 포천 레이스웨이에 도착했을 때 남은 주행 거리는 118km나 됐다. 완충하고 출발할 때 표시된 247km에서 정확하게 129km가 줄었다.

정체 구간을 피하기 위해 이면 도로를 선택한 탓에 실제 주행 거리는 140km나 됐다. 이 상태로는 처음 출발지로 되돌아 가기가 불가능한 상황, 결국 주행 거리가 70km 남짓으로 줄었을 때 구리~포천 고속도로 의정부 휴게소에서 충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곳에서 충전하면서 기다린 시간은 22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전기차 주행 거리를 '경쟁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충전소가 더 많아지고 충전 시간이 더 짧아져야 한다는 요구에도 리프를 몰고 나선 장거리 주행에서 큰 불편이나 불만은 없었다. 더군다나 출ㆍ퇴근 등의 일상적 용도라면 배터리 용량을 낮춰 가격을 내리는 것이 더 큰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2세대 리프는 대부분 60kWh급인 일반적인 전기차보다 작은 용량인 40kWh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 사양으로 보면 1kWh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5.1 km/kWh다. 60kWh급을 탑재한 쉐보레 볼트 EV의 연비는 5.5km/kWh다. 모터의 최대 출력(110Kw)도 볼트 EV(150Kw)보다 낮아 전체적인 구동력 제원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2세대 리프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480mm, 1790mm, 1540mm에 휠베이스 2700mm로 경쟁모델인 볼트 EV, BMW i3보다 여유가 있다. 보닛 끝에 있는 충전구를 45도 각도로 살짝 기울여 놔서 충전이 편리하도록 한 것도 세심한 배려다. 스타일로 보면 공력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한계로 멋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앞 유리나 플로팅 루프 스타일, 후방 범퍼 같은 것들은 제법 잘 다듬어놨다.

트렁크가 특히 인상적이다.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해서 기본 용량을 비슷한 차급의 내연기관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435ℓ를 확보했다. 2열 시트 베리에이션으로 더 많은 짐을 수납할 수도 있다. 실내는 단순하다. 7인치 계기판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해 배터리 잔량, 출력수치, 주행 가능 거리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시인성이 좋은 센터 모니터는 일반적인 AVN 기능을 담고는 있다. 터치감, 반응 속도도 빠르다.

주행 질감은 말 그대로 고요하다. 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 바람소리가 조금 들리는 정도, 핸들링이나 발진, 차체의 움직임 등은 과격하게 다루지 이상 크게 거슬리는 것이 없다. 조용한 느낌이 워낙 강해 매우 부드럽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도 꼭 필요한 것은 갖춰놨다. 전방 추돌 경고, 긴급 제동,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이어가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됐다.

<총평> 배터리의 용량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사양을 과감하게 배제한 덕에 닛산 리프의 기본 판매 가격은 수입 경쟁 모델 대비 수백만 원 저렴하다. S, SL 등 2가지 트림의 가격은 각각 4190만원, 4900만원, 여기에 환경부 보조금 90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많게는 1000만원까지 받는다.

주행 가능 거리에 열세에 있지만, 리프의 가장 큰 장점은 일상 용도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ㆍ퇴근과 같은 용도에서 리프는 부족한 것이 없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충전소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장거리 주행 역시 큰 불편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가속과 감속, 제동이 e-페달 하나로 이뤄지는 편리함은 리프만 가진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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