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콘셉트카 #1, 21세기형 리무진 1997 현대차 'SLV'

  • 입력 2019.04.30 12:40
  • 수정 2019.05.01 07:2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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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꽃으로 불리지만 콘셉트카는 난해하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적용될 것이라는 첨단 기술의 실현 가능성까지 해석이 쉽지 않다. 콘셉트카는 판매보다 완성차 메이커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디자인은 물론, 기술의 한계도 콘셉트카에는 없다. 그래서 더 기괴하고 파격적인 콘셉트카가 모터쇼에는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소비자가 어떤 트랜드에 관심을 갖는지, 여기에 맞춰 신차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18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세계 최초로 열린 이후 지금까지 콘셉트카가 '모터쇼의 꽃'으로 불리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때문에 완성차 메이커는 과욕을 부리기도 하고 그래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콘셉트카'도 제법 등장을 했다. 모터쇼에 등장했지만, 브랜드의 무리수가 돋보인 최악의 콘셉트카를 연재한다.

1997년 서울모터쇼 현대자동차 'SLV'

현대차 콘셉트카의 프로젝트명은 'HCD'로 이어진다. 현대차 콘셉트 디자인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HCD 시리즈는 디트로이트, 파리,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등 유수의 모터쇼에서 한국의 신생 브랜드 현대차를 알리는 크게 기여했다. 2인승 스포츠카(HCD-1), 사륜구동(HCD-2),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콘셉트카(HCD-3), 그리고 카르마 Q, 블루 등 현대차가 요즘 선 보이고 있는 모델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 현대차가 '1997 서울모터쇼'에 기괴한 콘셉트카를 내놨다. 거창하게 슈퍼 럭셔리 자동차를 의미하는 'SLV'로 명명된 이 콘셉트카는 차체의 길이가 5630mm나 되고 너비는 1980mm, 높이는 1580mm나 되는 거대한 체구를 가졌다. 럭셔리카 가운데 가장 큰 체구를 갖고 있는 롤스 로이스의 사이즈를 압도하는 수치다.

차체는 모두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 실내에는 후석 공간에 서로 마주보는 시트가 배치됐고 간이 테이블, 내비게이션, TV, 카폰, 팩스 등 당시로서는 첨단이자 획기적인 다양한 편의 및 업무에 필요한 장비가 갖춰졌다. 아웃사이드 미러 대신 이제서야 일부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카메라가 장착된 것도 특징이다.

파워트레인은 4.5리터 DOHC V8이 탑재됐지만 성능 수치는 알려진 것이 없다. 제원은 훌륭했지만 디자인은 혹평을 받았다. 롤스로이스, 부가티의 실루엣이 노골적으로 엿보이고 백 디자인에서는 폭스바겐 비틀 느낌이 진하게 난다. 후면은 더 생뚱맞다. 트렁크 도어는 마치 1960년대 리무진과 같은 디자인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5m가 넘는 긴 차체와 엄청난 면적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면서 결국 이런 저런 럭셔리카의 특징을 부분 부분 차용한 흔적이다. 게다가 이 차는 중간 프레임이 없는 차체 구조에 도어가 위로 열리는 날개문을 갖고 있어 엄청난 크기의 실내를 남김없이 보여줬다.

해외 혹평도 이어졌다. 한 매체는 "술에 취한 디자이너들이 고급스럽고 큰 프리미엄 자동차 여러대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만든 디자인"이라고 표현했다. SLV가 서울모터쇼를 위해 급조한 차라는 얘기도 있다.

콘셉트카의  경우 실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지 않고 외관이나 인테리어의 기본 조형만으로도 완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서둘러 '졸작'을 내놨다는 추즉이다. 그래서인지 현대차 홈페이지에서조차 'SLV'의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남아있는 것은 당시 현장을 스케치한 서울모터쇼 조직위의 자료 사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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