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카투고 공유 차 100여 대 도난 사건 '해킹 또는 사기'

  • 입력 2019.04.19 10:22
  • 수정 2019.04.19 11:44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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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유 차량 100여 대가 순식간에 도난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카셰어링 업체 측은 기술적 결함이 아닌 사기 사건이라고 해명했지만, 카셰어링을 둘러싼 사건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CBS 뉴스 등 복수의 외신은 미국 카셰어링 업체 ‘카투고(Car2go)’의 시카고 지역 공유 차량 100여 대가 도난당했다고 보도했다. 카투고는 다임러 그룹이 운영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로, 유럽과 북미 주요 도시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번에 도난 사건이 발생한 시카고에는 총 400대의 공유 차량이 운행되고 있어 이들 중 약 25%가 도난당한 셈이다.

최초로 이 사건을 알린 CBS 뉴스는 카투고의 모바일 앱이 해킹을 당해 차량이 빼돌려졌다고 보도했지만, 카투고 측은 해킹이 아닌 사기 사건이며, 고객 개인정보 유출이나 공유 시스템 상의 결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사태 수습과 보안 점검을 위해 시카고 지역에서의 카투고 서비스는 일시 중지된 상태다.

카투고에 따르면 시카고 수사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대부분의 차량 소재가 파악돼 회수 중이며, 이와 관련된 사기 혐의자 12명이 구치소에 수감됐다. 다수의 차량을 동시 다발적으로 훔친 만큼 실제 범죄에 가담한 용의자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투고와 시카고 수사 당국이 범인들의 절도 수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모바일 앱으로 예약하고 차량을 사용하는 카셰어링 서비스인 만큼 차량을 훔치기 위해서는 차량 자체를 해킹해 문을 열고 시동을 걸거나, 혹은 모바일 앱을 해킹해 차량을 조작하거나 고객의 계정 정보를 빼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적 허점이 있거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카셰어링 서비스가 도난, 해킹 등 안전성 논란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호주에서는 한 남성이 카셰어링 업체 ‘GoGet’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 임의로 정보를 조작하고 타인의 계정으로 무려 33회나 공유 차량을 무단 이용하다 적발됐다. 그는 카셰어링 업체의 서버에 멀웨어를 몰래 설치해 결제 정보와 회원 정보 등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카투고에서도 과거 일부 고객정보가 해킹을 통해 유출된 적 있다.

공유 차량 자체를 해킹해 절도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많은 신형 차량들이 스마트키 시스템을 사용하고, 공유 차량들은 서버에서 원격으로 차량의 문을 여닫거나 여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만큼 전파를 중간에서 낚아채거나, 차량 내부의 각종 커넥티드 기능을 해킹해 차량을 임의로 조종하거나 훔칠 수 있다는 것. 여러 보안 업체에서 이러한 커넥티드 카의 해킹을 직접 시연하고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도난 및 무허가 사용 문제도 꾸준히 발생 중이다. 최근 강원도 강릉시에서도10대 5명이 타인의 계정으로 공유 차량을 빌려 운행하다 바다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이 무인으로 관리되고 운행을 시작할 때 별다른 인증 절차가 없는 카셰어링의 시스템 허점 탓에 발생한 사고다. 운전 경력이 부족한 미숙련 운전자들에 의한 카셰어링 교통사고도 날로 증가하는 등 카셰어링을 둘러싼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 중이다.

특히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거나 이번 카투고 사건처럼 특정 수단을 통해 차량을 훔친 경우,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반 렌터카는 대여 절차 중에 본인 확인이 이뤄지지만, 도용되거나 절도된 카셰어링 차량은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매우 곤란해 강력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제기된다.

카투고와 시카고 경찰은 이번 사건이 안정적으로 수습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자칫 대형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미국 내에서 카셰어링과 관련된 범죄가 날로 증가하면서 안전대책 마련, 검증절차 강화 등 카셰어링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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