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커졌는데 타이밍 놓친 쉐보레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 입력 2019.04.08 13:30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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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제때 출시되지 못하는 신차 탓에 홍역을 앓고 있다. 브랜드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신차가 타이밍을 놓치면서 판매 견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내 진출을 앞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의 출시 시기를 놓쳐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에 다르면 쉐보레 브랜드의 대형 SUV 트래버스,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 등이 올 하반기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트래버스는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기아자동차 모하비, 쌍용자동차 렉스턴 등 국산 대형 SUV들이 경쟁하는 시장에 마지막으로 합류한다. 콜로라도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와 픽업트럭 시장 패권을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하지만 출시 전부터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동급 시장의 주도권을 경쟁 모델이 가져간 상황에서 너무 늦게 출시돼 이렇다 할 파급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 이미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고 있음에도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탄력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 섞인 비판이다.

앞서 쉐보레는 지난해 부산모터쇼를 통해 이미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출품한 바 있다. 당시 한국GM은 두 모델을 이르면 2019년 초 한국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두 모델의 출시 시기는 올 하반기로 미뤄졌다.

그 사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의 강력한 라이벌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지난 12월 출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5만 대 넘는 주문을 받으며 유례 없는 품귀 현상을 빚었다. 쌍용차 역시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함을 연장한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해 다양한 픽업트럭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라인업을 확충했다. 팰리세이드와 렉스턴 스포츠는 각각 월 6000대, 4000대 이상 팔리며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현 시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모델 모두 동급의 주력인 디젤 엔진이 없는 데다 편의사양이나 첨단 장비 면에서도 경쟁 모델 대비 뒤처진다.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 모델이라 가격 또한 4000만 원대 이상 고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디젤 엔진이 제공되고, 옵션이 풍부한 데다 저렴하기까지 한 팰리세이드나 렉스턴 스포츠를 압도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에서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더 빨리 출시됐다면 시장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 출시 전 대형 SUV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팰리세이드 출시 후 출고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콜로라도 역시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 이미지를 활용해 중형 픽업트럭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두 모델 모두 올 하반기로 출시가 미뤄지면서 경쟁 모델의 인기를 뒤따르는 신세가 됐다.

쉐보레가 이처럼 출시 지연으로 ‘타이밍’을 놓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월 출시된 신형 말리부에는 뒤늦게 1.6 디젤 엔진이 추가됐다. 그러나 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문제, 유로6c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의 이슈로 승용 디젤의 인기가 하락세로 돌아선 뒤였다. 실제로 신형 말리부 디젤의 판매는 매우 저조해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은 100대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리부 판매량의 2.5%에 불과하다.

첫 국산 소형 SUV였던 트랙스도 출시 초기 디젤 SUV에 대한 수요가 많았음에도 가솔린 1.4 터보 엔진만을 고수하다가 뒤늦게 1.6 디젤을 추가했지만, 후발주자인 QM3, 티볼리, 코나 등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중형 SUV 시장에서도 노후 모델인 캡티바가 지난 해에야 단종되고 이쿼녹스가 수입 판매되기 시작했으나 이미 싼타페, 쏘렌토 등이 장악한 중형 SUV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GM이 제품 라인업 구축에 있어 선제적으로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고 뒤늦게 대세를 따라가는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먼저 출시해 ‘대세’를 주도하는 타사와 달리, 경쟁 모델의 흥행으로 시장의 가능성이 검증된 뒤에야 제품이 출시되면서 주도권을 놓치고 소비자의 관심도 낮아진다는 것. 국내 제조사들이 만들지 않는 픽업트럭이나 대형 SUV,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제품 도입 없이는 앞으로도 이런 ‘뒷북’ 행진이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쉐보레 브랜드는 국내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쟁이 치열한 중형 세단,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차 등의 라인업에만 판매량을 의존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국내에 경쟁자가 없는 카마로의 출시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대형 SUV, 픽업트럭 등 쉐보레만의 제품군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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