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멋쟁이 시대, 대세 이어받은 쿠페형 SUV 대 열풍

  • 입력 2019.03.28 07:15
  • 기자명 김주영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UV와 크로스오버 시장 규모가 확장되면서 틈새 시장으로 여겨져 온 쿠페형 SUV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때는 실용성보다 스타일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전유물이었지만, SUV 수요가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대중차 브랜드에서도 속속 출시돼 향후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BMW가 연 쿠페형 SUV, 프리미엄 시장 전체로 확대

쿠페형 SUV의 원조가 어떤 차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쌍용자동차 액티언을 원조로 보는 견해도 있고, 2000년에 출시된 폰티액 아즈텍을 쿠페형 SUV의 원조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쿠페형 SUV의 개념을 정립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시킨 브랜드가 BMW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08년 데뷔한 X5의 쿠페형 형제 모델, X6를 시작으로 BMW는 쿠페형 SUV 시장을 선도해 왔다.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port Activity Coupe, SAC)’라는 이름이 붙여진 X6에 이어 컴팩트한 X4, C-세그먼트 SUV 크기의 X2에 이르는 쿠페형 SUV 풀 라인업을 구축했다.

BMW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도 GLE 쿠페, GLC 쿠페 등을 속속 출시했고, 아우디 역시 쿠페 디자인이 적용된 Q8을 출시하며 유행의 대열에 합류했다. 전통적인 SUV 전문 브랜드, 랜드로버는 2011년부터 쿠페 스타일의 럭셔리 엔트리 모델,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출시해 그야말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전기차 업계의 반응이다. 테슬라는 첫 SUV, 모델 X에 쿠페 스타일의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대형 전기 SUV라는 새로운 장르에 걸맞게 세련되고 미래 지향적인 쿠페 디자인을 접목한 것이다. 뒤이어 출시된 재규어 I-페이스, 아우디 e-트론 등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SUV의 투박한 디자인 대신 날렵하게 루프 라인을 깎은 쿠페 스타일로 다듬어졌다.

2015년 이후 SUV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쿠페형 SUV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일반 쿠페가 스타일을 위해 공간활용도를 포기하듯, 쿠페형 SUV 역시 SUV임에도 쿠페 스타일을 접목해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다소 희생해야 한다. 때문에 초창기에는 루프라인을 깎아도 충분한 공간을 만들 수 있고 멋진 스타일을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대형·고급 SUV 시장을 노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SUV에서도 실용성보다는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점차 작은 모델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신흥·대중차 브랜드도 쿠페형 SUV 속속 출시… 조만간 ‘대유행’

기존 고급차 소비자 외에 일반 대중차 소비자들도 보다 세분화된 라인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2인 가구가 보편화되고 용도보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대중차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세그먼트의 쿠페형 SUV 출시를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게 르노 아르카나다. 지난 해 모스크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르카나는 C-세그먼트급 차체에 쿠페형 바디 스타일을 적용했다. 우리나라에도 XM3라는 이름으로 현지화 작업을 거친 아르카나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르노삼성은 서울모터쇼에 쇼카인 ‘XM3 인스파이어’를 선보였다.

다른 대중차 브랜드들도 쿠페형 SUV를 조만간 시장에 내놓는다. 푸조는 3008의 플랫폼을 활용한 쿠페형 SUV를 내년 출시한다.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도전하는 세그먼트인 만큼 모델명은 미정이지만, 현재로선 4008이 유력하다. 폭스바겐과 그 산하에 있는 스코다, 세아트 등도 2~3년 내로 쿠페형 SUV를 잇달아 출시한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신흥 브랜드들도 쿠페형 SUV 시장을 탐내고 있다. 볼보와 지리자동차가 함께 만든 새 브랜드 링크앤코는 쿠페형 SUV ‘05’를 개발 중이며, 지리 브랜드로도 볼보 XC40 플랫폼으로 만든 FY11을 곧 출시한다. 인도의 타타, 마힌드라 등도 쿠페 스타일이 접목된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가까운 미래에 여러 신차 출시가 예고되면서 1~2년 내로 수십 종의 쿠페형 SUV가 글로벌 시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쿠페형 SUV의 ‘대유행’ 시대다.

보수적인 한국 소비자도 쿠페형 SUV는 ‘OK’

개인용 자동차보다는 가족용 자동차 개념이 강하고, 디자인이나 컬러 선택에 있어 보수적인 한국 시장에서도 쿠페형 SUV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불투명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긍정적이다.

특히 2030 세대에서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자동차의 실용성에 대한 요구는 낮아지는 추세다. 동시에 신차 판매 중 SUV 비중은 빠르게 늘면서 SUV, 그 중에서도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쿠페형 SUV의 판매 성장이 기대된다. 또 대다수의 쿠페형 SUV가 4도어를 채택하고 패스트백 스타일로 넓은 트렁크 공간을 확보, 유사 시의 실용성 역시 일반 세단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수준으로 구매 거부감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최근 소형 SUV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전문가들은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 강렬한 신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쿠페형 SUV가 출시된다면 한국 시장에서도 상업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들은 발빠르게 트렌드를 따라가는 반면, 국산 브랜드들은 아직까지 전통적인 2-박스형 SUV 위주의 라인업만 판매 중”이라며 “기존 모델을 기반으로 비교적 부담없이 개발할 수 있는 쿠페형 SUV는 내수 시장은 물론 수출 시장에서도 국내 제조사들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