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30. 새로운 역사의 시작 '테슬라 로드스터'

  • 입력 2019.02.12 08:58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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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이 전기차 EV1을 양산해 시판한 뒤 다시 회수해 폐기한 데 자극을 받은 엔지니어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와 마크 타페닝(Marc Tarpenning)은 전기가 지구 온난화를 억제할 수 있는 최적의 미래 자동차 동력원으로 확신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2003년 7월에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환경보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고 있던 시기여서, 실리콘 밸리에서 사업을 키운 두 사람이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2004년에 들어서 여러 사업가가 테슬라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전자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로 성공한 사업가 일런 머스크(Elon Musk)가 적극 투자에 나섰다.

테슬라는 개발 초기에 전기차 구동계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AC 프로펄전(AC Propulsion)의 구동 시스템 특허를 활용한 전기차를 시험했다. 그러나 계획했던 성능을 내지 못하자 전력 관리 시스템, 모터를 비롯한 구동 시스템을 독자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구동계를 올릴 섀시는 영국 로터스와 계약을 맺고 이미 생산되고 있던 엘리즈(Elise)의 것을 바탕으로 만들기로 했다.

로터스는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주문제작에 가까운 생산으로 재고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동계와 배터리 설치를 고려해 설계가 바뀌어 엘리즈와 공유하는 부품은 앞 유리, 에어백, 타이어, 그리고 대시보드와 서스펜션의 일부에 불과했다. 또 북미 시장용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나머지 시장용은 영국에서 최종 조립이 이뤄졌다. 

테슬라의 첫 전기차인 로드스터는 2006년 7월 처음 시제차가 공개되었고, 2008년 2월부터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시작했다. 양산 첫 차의 주인은 테슬라의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던 머스크였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이전 전기차들과 구분되는 네 가지 특징적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배터리 팩에 해당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감속 에너지 회생 시스템을 중심으로 하는 전력 전자 모듈(PEM), 전기 모터, 시퀀셜 수동변속기가 그것이었다.

우선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주류 전기차 처음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쓴 것이 특징이었다. 당시만 해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자제품에 주로 쓰이고 있었다. 특히 범용 배터리(18650 셀)을 활용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전기차를 개발하는 많은 업체가 파우치형 또는 각형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드스터의 ESS는 69개의 18650 배터리를 병렬연결한 브릭(brick) 9개를 묶은 시트(sheet) 11개로 구성해 모두 6831개의 18650 배터리가 들어갔다. 각 시트에는 개별 프로세서를 달아 충전 및 방전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하게 만들었다. ESS의 에너지 용량은 53kWh였다.

PEM은 전력 인버터와 충전 시스템으로 구성되었다. 전력 인버터는 72개의 72개의 IGBT(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ESS에서 나온 직류 전기를 모터를 구동할 수 있는 교류 전기로 바꾼다. 아울러 감속 에너지 회생 시스템은 제동 과정에서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ESS를 충전한다. 그와 더불어 ESS의 충전률 및 방전률, 전압 수준, 모터 회전수와 토크 등을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PEM의 정밀한 제어를 통해, ESS는 최대 가속 때 200kW의 에너지를 모터로 전달할 수 있었다.

전기 모터는 3상 4극 유도 방식으로 185kW(약 252마력)의 최고출력, 27.6kg・m의 최대토크를 내어 총중량 1130kg이 넘는 2인승 컨버터블을 약 4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97km까지 가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모터의 최대 회전수는 1만3000rpm에 이르렀고, 최고속도는 시속 209km 정도였다. 변속기는 전진 2단, 후진 1단 구성으로, 수동으로 변속하지만 클러치 페달이 없는 반자동이었다. 서스펜션과 제동 시스템은 로터스 설계를 바탕으로  크게 손질했다.

무엇보다도 획기적인 것은 주행가능 거리였다. 납 축전지를 쓴 1세대 전기차 GM EV1이 한 번 충전으로 100~160km 정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테슬라 로드스터는 320~400km를 달릴 수 있었다. 배터리 수명은 1만 6000km 이상으로, 테슬라는 5년 8만 km를 달린 뒤에도 최대 충전용량의 70%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테슬라 로드스터의 값은 8만 달러부터 시작했다. 비슷한 개념과 성능의 내연기관 스포츠카에 비하면 비쌌지만, 환경보호에 관한 관심을 등에 업고 주로 부유한 얼리 어답터에게 인기를 얻었다. 테슬라 로드스터는 생산 기간 중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되며 2012년까지 2400대 이상 생산되었다. 생산대수는 많지 않았지만, 테슬라 로드스터는 전기차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능성과 더불어 현실적인 주행가능 거리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전기차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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