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역사의 시작 #15. 4기통 오픈카로 출발한 볼보 ÖV 4

  • 입력 2019.01.22 08:43
  • 수정 2019.01.28 08:25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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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볼보는 1920년대 중반 베어링 업체로 유명했던 SKF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SKF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판매 책임자로 있던 아사 가브리엘손(Assar Gabrielsson)을 자동차 부문 책임자로 임명해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가브리엘손은 1924년 6월 오랜 친구인 구스타프 라르손(Gustav Larson)을 만나 자동차 개발에 관해 의논을 시작했다. 

당시 AB 갈코(Galco)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라르손은 프로젝트가 잘못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AB 갈코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자동차 설계를 시작했다. 2년 남짓한 기간동안 개발을 거쳐 만들어진 볼보의 첫 차가 ÖV 4였다. ÖV 4라는 모델 이름은 4기통 엔진 오픈 카라는 뜻의 스웨덴어(Öppen Vagn 4 cylindrar) 머리글자다. '야콥(Jakob)'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는 본격 생산에 앞서 만들어진 열 대의 시제차 중 하나가 7월 25일에 만들어져 붙은 이름이다.

7월 25일은 기독교의 영명 축일 중 하나로 성인 야콥이 태어난 것을 기리는 날이다. 이들 시제차 열 대는 1926년 라르손이 기술 책임자로 일하고 있던 AB 갈코의 스톡홀름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엔진은 영국에서 엔진 기술을 익힌 라르손이, 프레임과 변속기를 포함한 구동계 등 주요 섀시 구성요소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얀 스미스(Jan G. Smith)가 설계했다. 디자인은 헬머 마스올레(Helmer MasOlle)가 맡았다. 나중에 그는 초기 볼보 엠블럼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개발이 이루어지는 동안, SKF의 자회사였던 AB 볼보가 독립해 1927년 1월 1일에 자동차 회사로 새롭게 시작했다. 새 회사의 사장은 가브리엘손이 맡았다. ÖV 4의 첫 양산 모델은 예테보리에 있는 룬드비(Lundby) 공장에서 1927년 4월 13일에 출고되었다. 처음 공장에서 생산된 ÖV 4를 기술자 에릭 카를베르그(Eric Carlberg)가 몰고 출발하려고 했을 때, 기어를 1단에 넣었는 데도 차는 뒤로 움직였다. 

뒤 차축 디퍼렌셜 기어를 잘못 조립한 탓이었다.이 문제를 바로잡는 데 시간이 걸렸고, 결국 공식 출시는 계획보다 하루 미뤄진 1927년 4월 14일에 이루어졌다. 엔진은 볼보 펜타(Volvo Penta)의 전신인 선박 및 산업용 엔진 업체 펜타베르켄(Pentaverken)에서, 변속기는 나중에 볼보 파워트레인에 합병된 기계 가공업체 KMV에서, 일부 섀시 부품은 훗날 세계적 총기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보포스(Bofors)에서 만들었다. 기계 부품에 쓰인 베어링은 물론 모두 SKF에서 공급했다.

ÖV 4는 사이드 밸브 구조가 쓰인 직렬 4기통 1944cc 엔진을 얹었다. 압축비 4.9:1인 이 엔진은 2000rpm에서 최고출력 28마력의 힘을 냈다. 변속기는 동기기구(싱크로나이저)가 없는 3단 수동이었다. 주차 브레이크는 변속기 출력축에 달린 드럼에 직접 작동하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최고속도는 시속 90km였지만 시속 60km 정속 주행이 권장되었다. 초기 생산 모델에는 뒷바퀴에만 브레이크가 달렸지만, 1928년에 선택사항으로 앞바퀴 브레이크가 추가되었다. 

차체에는 네 개의 문이 달렸고, 물푸레나무와 너도밤나무로 만든 프레임에 강판을 씌워 만들었다. 내장재는 가죽이었고, 차체 색은 짙은 파란색 한 가지였다. 볼보는 처음부터 스웨덴 철강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ÖV 4를 알렸다. 그러나 이름처럼 오픈 카였던 ÖV 4는 스웨덴의 날씨에는 어울리지 않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1929년까지 생산된ÖV 4는 275대로, 그 중 205대는 오픈 투어러로 만들어졌다. 

오히려 ÖV 4의 섀시를 이용한 트럭과 상자형 차체를 갖추고 나중에 나온 PV 4 세단이 더 잘 팔렸다. 일부 자동차 역사가는 볼보가 처음부터 세단을 만들지 않은 이유를 생산기술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탓으로 추측한다. 판매는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ÖV 4는 볼보 뿐 아니라 스웨덴 기술로 만든 첫 차라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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