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와 코나의 맹공, 쌍용차의 2019년 생존 전략

  • 입력 2018.12.24 09:05
  • 기자명 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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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2019년형 G4 렉스턴
쌍용자동차의 2019년형 G4 렉스턴

현대자동차가 SUV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면서 SUV 모델에 판매를 의존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순항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달까지는 1만 대 넘게 팔며 내수 3위를 지켰지만, 주력 시장에 쟁쟁한 라이벌들이 등장하며 내년에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지난 11월 국내에서 1만 330대를 팔아 점유율 7.4%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점유율의 1/10 수준이지만, 라인업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특정 모델의 꾸준한 인기로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나가고 있다. 불과 수 년 전 회사의 존폐를 걱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과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처럼 안정적인 판매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SUV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쌍용차의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는 소형 SUV와 대형 SUV 시장에 쟁쟁한 경쟁 모델들이 출격하면서 내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티볼리, 코나 출시 후 주도권 ‘흔들’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모델은 소형 SUV인 티볼리다.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는 소형 SUV 열풍을 이끌며 쌍용의 판매량을 견인했다. 내수 시장은 물론 유럽 수출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듬해 롱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까지 추가되면서 한국 소형 SUV 시장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코나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독보적이었던 동급 1위 자리를 서서히 위협받고 있다. 올해 1월~11월 판매에서 티볼리는 3만 9330대를 팔아 코나(3만 8676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티볼리는 숏바디와 롱바디를 합친 판매량인 반면, 코나는 단일 모델의 판매량인 만큼 절대적인 판매 우위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코나 외에도 라이벌들의 소형 SUV 공략이 거세다. 기아차 니로와 스토닉이 티볼리의 뒤를 쫓고 있으며,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가 각각 내년에 신형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내년이면 출시 5년차에 들어서는 티볼리로선 힘든 타이틀 방어전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형 SUV·픽업트럭도 경쟁 치열해

티볼리의 바톤을 이어받은 G4렉스턴의 입지도 위태롭다. 지금까지는 ‘사골’ 모하비만 상대하면 됐지만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출시 전부터 2만 대 넘는 사전계약을 받아 대형 SUV 시장도 장악하는 분위기이다. 올해 1월~11월 G4렉스턴과 모하비의 누적 판매량이 2만 491대에 불과했다. 팰리세이드는 출시와 동시에 국산 대형 SUV 시장 1년치 판매량의 계약을 받은 셈이다.

무엇보다 팰리세이드는 가격 면에서도 G4렉스턴을 압박하고 있다. 팰리세이드의 판매 가격은 2.2 디젤 기준으로 3622만 원~4408만 원이다. 3448만 원~4605만 원인 G4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다. 이에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과 편의 사양, 연비와 출력 등 여러 면에서 팰리세이드가 앞서 G4렉스턴이 ‘가성비’로 승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쉐보레도 7인승 대형 SUV 트래버스 수입을 예고해 G4렉스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독점 시장인 픽업트럭도 안심할 수 없다. 렉스턴 스포츠는 올해 1월~11월 3만 7464대 팔려 쌍용차 내수 판매량의 38%를 담당한 ‘효자 상품’이다. 하지만 내년 쉐보레가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수입할 예정이며, 현대차 역시 2020년께 준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양산을 예고한 바 있어 렉스턴 스포츠의 독점적 지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미지수다.

원인은 ‘판매 쏠림’, 처방은 ‘라인업 다변화’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

이처럼 쌍용차의 내년 판매 전망이 불투명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특정 모델에 대한 판매 쏠림 현상이다. 쌍용차의 올해 1월~11월 내수판매량은 9만 8484대. 이 중 티볼리와 G4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3개 차종의 판매량이 무려 9만 2805대로 약 93.5%를 차지했다. 이처럼 일부 모델이 전체 판매량을 견인하는 구조 상 해당 모델들의 판매가 줄어들면 브랜드 전체 판매량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세 모델 모두 그간 경쟁 상대가 적어 사실 상 해당 시장을 독과점해왔기 때문에 경쟁 모델의 출현만으로도 판매량이 휘청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책은 라인업 다변화다. 특히 현재 판매량이 미미한 코란도C, 코란도 투리스모 등 노후 모델의 변화가 시급하다. 두 모델은 각각 준중형 SUV, RV 세그먼트로 풀체인지(세대 완전변경) 만 잘 이뤄진다면 볼륨 모델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내년 출시 예정인 코란도C 후속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라인업 다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또 경쟁 모델에 없는 가지치기 라인업을 통해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초 렉스턴 스포츠의 롱바디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며 이 밖에도 G4렉스턴 롱바디, 티볼리 배리에이션 강화 등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라인업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디젤의 입지가 좁아지는 만큼 가솔린, EV 등 파워트레인 다양화도 절실하다. 한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모든 브랜드가 SUV와 크로스오버에 열을 올리면서, 쌍용차의 ‘SUV 전문 브랜드’ 이미지가 희석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쌍용차가 범람하는 SUV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다변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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