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자동차 #2] 한 달 살이, 생애 가장 긴 화요일로 시작

  • 입력 2018.09.13 06:00
  • 수정 2018.09.17 12:24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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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독일 뮌헨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파리 샤를 드골까지 총 비행시간은 12시간 40분. 경유지에서 대기 1시간 30분을 포함하면 공항과 비행기에서 약 14시간 10분이 소요된다. 한국보다 7시간이 느린 현지 시차를 고려하면 파리 도착은 여전히 화요일 오후 7시 25분, 이 것이 당초 계획이다. 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8년 9월 11일은 생애 가장 긴 하루를 보낸 화요일로, 비행기는 11일 오후 11시 30분이 되어서야 파리에 착륙했다.

11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은 여름 성수기를 막 넘기고 다가올 추석 연휴를 앞둔 탓에 평소보다 한적한 모습이다. 수속을 위해 3층 체크인 카운터로 이동 중 예상과 달리 출시 후 줄곧 판매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기아자동차 신형 K9의 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가 있어 잠시 지켜보니 일부 여행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신차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거나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는 등 자동차 전시장에서도 볼 수 없던 적극성을 띤다. 다만 실제 차량을 만져보고나 탑승할 수 없어 호기심에 그치는 부분은 아쉬워 보인다.

지난 4월 2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신형 K9은 앞선 1세대 모델과 달리 출시 후 지난달까지 5개월간 누적판매 7460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신차효과를 발휘 중이다. 판매 첫 달 1203대에서 5·6월 연속 1600대 이상을 기록한 신차는 7월과 8월 각각 1455대, 1204대가 팔리며 월평균 네자릿수 판매량을 유지 중이다. 최저 5000만원대에서 최고 1억원을 육박하는 판매가격을 감안하면 침체된 국산 대형세단 시장에서도 놀라운 수치다. 신형 K9은 기아차가 올해 판매 목표로 설정한 1만5000대 달성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꾸준한 활약이 기대된다.

발걸음을 조금 옮기니 기존에 없던 제네시스 전시관에 붉은색 G70 전시차가 보인다. 이곳은 여행객들이 직접 차량을 만져보고나 탑승할 수 있었다. 또 전문 큐레이터 상주로 차량에 대한 상담 또한 가능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로 차량과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후 12시 15분,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하기로 한 루프트한자 LH719편은 승객을 모두 태우고도 30분이 지연된 12시 45분에 이륙했다. 움직이지 않는 비행기에 10분을 넘게 앉으면 설렘으로 가득했던 여행객들의 밝은 표정이 곧장 무릎까지 내려오는 다크서클을 동반한 저승사자로 쉽게 뒤바뀐다. 다행히 생사의 갈림길 30분의 고비에서 에어버스 A350-900은 영종도 활주로를 힘차게 올랐다.

루프트한자 항공기 중 보잉 747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A350-900은 약 300여명이 탑승할 수 있고 최대 항속 거리 1만5000km로 카타르 항공을 시작으로 델타와 아시아나 등에서 주로 이용된다. 이코노미 좌석의 경우 중앙 3열을 기준으로 좌우측 3열 구성이다. 비교적 빠른 응답성을 보인 터치스크린과 풍부한 엔터테인먼트로 11시간의 지루함을 조금 달래주었으나 여전히 시간이 지날수록 옥죄는 좌석과 빈틈없는 무릎 공간 등 장시간 비행에서 비추천이다.

독일 뮌헨에 도착해 유독 나에게만 더 까다로운 듯 느껴지는 유럽연합의 촘촘한 출입국 심사를 거친 뒤 연결 항공편 게이트로 이동 중 LH2236의 결항 소식을 확인했다. 멘탈의 붕괴를 부여잡고 무작정 찾아간 게이트에서 '기술적 문제'라는 단답형 답변과 함께 10유로 저녁식사 쿠폰을 받았다. 당초 1시간 30분의 대기를 거쳐 오후 5시55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는 10시 출발로 변경되고 공항에서 4시간을 더 견뎌야 했다.

일단 아무리 맛있어도 이상하게 배불리 먹을 수 없던 기내식 기억을 삭제할 마음으로 식당을 찾았다. 의외로 큰 기대 없이 주문한 햄버거는 그동안 독일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깰 만큼 맛있었다. 모처럼의 포만감을 안고 유독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공항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또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고 에어버스 A320에 마침내 오를 수 있었다. 도시의 화려한 불 빛과 또 그와 반대로 더욱 짙어지는 밤하늘 어둠이 공존하는 공간을 1시간 반 달려 최종 목적지 파리 샤를 드골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30분. 한국을 떠나 목적지 파리까지 거의 하루가 걸려 도착했지만 여전히 화요일. 생애 가장 길었던 하루를 경험하고 그리고 한 달의 프랑스 자동차 여정이 시작됐다.

최초 타이틀은 아니지만 사실상 자동차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한 프랑스. 최근의 글로벌 시장에서 디젤 이슈에 앞서 누구보다 디젤차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사용했던 이유로 그에 대한 고민과 시행 착오를 경험한 파리에서 자동차와 디젤차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생한 현지 경험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또 유럽시장에서 여전히 꾸준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으나 한국에선 독일에 비해 조금 생소한 자동차 브랜드로 인식되던 프랑스 자동차들의 이야기를 보다 현장감 넘치는 리포트로 한 달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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