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로 EV, 세 마리 토끼를 잡은 대체불가 전기 SUV

  • 입력 2018.09.12 11: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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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판매되는 순수 전기차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을 모두 포함하는 전동화 차량의 수는 현대차와 기아차만 15개에 이른다. 르노삼성 SM.Z.E.와 트위지, 쉐보레 볼트 EV도 순수 전기차다.

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각각 5개, 수소차 1개 등 16개의 친환경 라인업을 구축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2011년 말 국내 첫 양산 전기차 레이 EV가 시작이었지만 기아차는 1회 충전 항속거리 385km를 실현한 니로 EV가 전기차의 대중화 시대를 여는 첨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토끼 한 마리, 고성능 차 부럽지 않은 가속 능력

어설프게 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7초대. 그러나 기아차가 말한 제로백은 4.8초대다. 한적한 도로에서 풀 가속을 했을 때 튕겨 나갔던 놀림을 보면 가능한 수치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자극해도 즉시 최대토크로 응답해주는 전기차 특유의 탄력성은 그야말로 끝내 준다.

다른 무엇보다 가속력은 놀라울 정도로 기민하다. 마음만 먹으면 어쭙잖은 상대는 물론이고 고성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웬만한 차까지 죄다 제칠 정도로 빠르다. 이런 고성능이 거친 조작에도 균형감을 유지해 가며 발휘된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배치하면서 무게 중심을 낮추고 미쉐린(Primacy MXV4)의 17인치 타이어, 후륜에 사용된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담력이 잘 짜여지고 조합돼 코너를 거칠게 공략해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회전 저항(RRC) 4등급의 미쉐린 타이어는 듬직했다.

204마력의 최고 출력 수치는 이 차급에서 넘치는 제원이다. 비슷한 차급보다 조금 무거운 1755kg의 중량을 갖고 있는데도 날렵하게 반응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서서히 가다가 밟든, 중속에서 밟든 원하는 속도에 빠르게 도달한다. 문제는 엔진 사운드의 감으로 알 수 있는 속도감이 전혀 없다는 것. 따라서 과속 단속에 걸리기에 십상일 듯하다.

두 번째 토끼, 전기차에 특화된 첨단 기술

생김새와 안쪽의 구성은 베이스 모델인 니로 하이브리드와 비슷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앞모습이 조금 낯설고 비행기를 닮은 주간전조등과 안개등 주변의 레이아웃, 인테이크 홀 베젤 등에 비취색 포인트를 준 정도가 다르다.

겉모습보다는 안쪽에서 달라진 것들이 더 많다. 다이얼식(R, N, D) 시프트 바이 와이어는 조작이 간편할 뿐 아니라 6개의 컬러로 변신할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노말, 스포츠, 에코)에 따라 디자인과 컬러가 달라지는 슈퍼비전 클러스터도 이채롭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서는 수많은 정보가 제공된다. 가까운 충전소를 검색하면 비어있는 충전기가 있는지, 타입은 무엇인지, 경제 운전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등이 표시된다. 패들 시프트는 일반 차와 다른 용도에 사용된다. 감속할 때 회생 제동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레벨을 올리고 내릴 수 있게 했다.

레벨3에서는 제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하게 속도를 줄여 회생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이렇게 해서 많게는 15%까지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한다. 급속으로 완충(80%)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4분이다. 완충을 하면 385km를 달릴 수 있지만 차분하게 그리고 회생 제동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400km 이상은 너끈해 보인다.

세 번째 토끼, 사양이나 공간이나 넉넉

앞서 출시된 코나 EV와 함께 니로 EV는 충분한 항속 거리가 최대 무기다. 니로 EV는 여기에 요즘 대세라는 SUV의 장점을 그대로 녹여냈다. 실내 공간은 차급이 다른 만큼 코나 EV를 크게 앞선다. 2700mm의 축간거리는 투싼(2670mm)을 앞선 수치고 따라서 앞줄이고 뒷줄이고 무릎이나 어깨 공간이 충분하다.

트렁크 적재용량은 2열 6:4 폴딩으로 최대 1405ℓ까지 확보된다. 사양은 더없이 풍부하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로 구성된 드라이브 와이즈가 기본 제공된다. 시승 차인 노블레스(세제 혜택 전 5207만 원)는 전방주차 보조시스템과 동승석 세이프티 파워윈도우까지 기본 품목으로 제공된다.

꼭 선택해야 할 옵션으로는 히트펌프와 배터리 히팅 시스템으로 구성된 히팅 패키지(118만 원)가 있다. 반론이 있기는 하지만 겨울철 히터를 사용할 때 폐열원을 사용해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최소화하는데 분명하게 도움이 된다.

또 도심 주행이 많다면 슬림 패키지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64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39.2kWh로 대체해 항속거리가 246km로 줄고 출력(136마력)도 감소하지만 프레스티지(세제 혜택 전 4997만 원) 기준 344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놓친 토끼, 깡통 트림도 필요하다

2018년 전기차 구매 시 정부 보조금(최대 1200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440~11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2만5416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이미 공급이 완료된 상태여서 제 가격을 주지 않는 이상 전기차를 구매하려면 내년을 노려야 한다. 항속 능력과 성능이 좋은 전기차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전기차는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래서인지 고가의 편의 또는 첨단 사양을 걷어 내서라도 저렴한 깡통 트림 하나 정도를 라인업에 추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기차가 환경과 경제성에 목적을 둔 차종이라면 드라이브 와이즈와 같은 것들은 과잉옵션으로 보인다.

내, 외장의 색상 조합이 무겁고 단출한 것도 아쉽다. 요란스럽게 색명을 달아놨지만, 흰색, 회색, 블루, 검정이 전부다. 전기차 구매 연령층에서 30,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봤을 때 조금은 화려한 색상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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