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끝물, 경계가 모호해진 '일반과 프리미엄'

  • 입력 2018.05.31 15:1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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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브랜드의 사양 요구치는 높아지고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내ㆍ외부의 압력이 심하다. 브랜드 포지션과 상관없이 가격과 사양 격차가 좁혀지고 있고 이 때문에 브랜드를 이원화한 업체의 고민이 깊어질 것".

일반 및 프리미엄으로 브랜드를 나눠 운영하고 있는 현대차, 토요타, 혼다 등의 완성차 업체가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브랜드 전략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 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일반 브랜드 모델이 같은 회사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가격을 추월한 경우도 있다"며 "첨단 그리고 고가의 사양이 많아지면서 일반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전 단계인 운전보조시스템, 안전 사양 등 고가의 첨단 장비가 경쟁적으로 탑재되면서 같은 메이커의 브랜드간 가격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예를 들어 지금은 북미 시장에서 판매가 중단된 현대차 그랜저(수출명 아제라)와 제네시스 G80의 미국 현지 판매 가격 차이는 최고급 트림을 기준으로 5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가 그랜저의 북미 판매를 중단한 것도 국내 기준으로 G80보다 약 1000만 원 저렴한 G70 또는 그 아래 차급을 투입했을 때 브랜드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것을 염려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회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보다 비싼 일반 브랜드 모델이 팔릴 이유는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런 고민은 렉서스와 인피니티, 아큐라 등으로 브랜드를 이원화한 토요타와 닛산, 혼다도 하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도 아발론이 미국 시장에서 4만2800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렉서스의 주력 모델인 ES300h는 약 1000달러가량 저렴한 4만1820달러다. 

차종과 차급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렉서스 브랜드의 ES300h 대신 아발론을 선택할 이유는 사라진다. 토요타 라인업 가운데 아발론은 가장 낮은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닛산과 인피니티, 혼다와 아큐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가격뿐만 아니라 파워 트레인, 섀시, 플랫폼 그리고 첨단 사양을 대부분 공유하면서도 디자인과 일부 소재의 차이만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수요자를 유입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반면, 하나의 라인으로 구성된 세그먼트와 차종에 맞춰 필요한 사양을 적용하거나 가격을 올리거나 내려도 간섭을 받지 않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재규어 랜드로버와 같은 원조 프리미엄 브랜드와 폭스바겐과 같이 하나의 지향점을 가진 브랜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로 시장 구도가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이원화된 브랜드의 고민을 깊게 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부품 상당수를 공유하기 때문에 일반 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 정책을 시장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제네시스, 렉서스, 인피니티 등 어중간한 위치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라며 "이런 점에서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은 끝물에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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