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수리비 줄인다더니, 외면 받는 '대체부품'

  • 입력 2018.05.17 08:40
  • 수정 2018.05.17 08:4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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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차량 수리 시 민간 기관의 품질 인증을 받은 대체 부품을 사용하면 과거 순정품으로 불린 OEM 부품 가격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주는 '품질인증 대체부품'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대체부품 제도 시행에 맞춰 자동차 수리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보험료 인상 요인 완화, 그리고 부품 생산자인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3개월 동안 대체부품을 사용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차에 비해 고가의 수리비로 보험료 인상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수입차의 대체부품 이용을 유도해 보험료를 끌어 내리겠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목적이었지만 보험 가입자와 정비 업체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체부품 제도는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하고 단독 및 가해자 불명 사고, 일방 과실로 인한 사고 시 품질인증을 받은 대체부품으로 차량을 수리하면 과거 순정품으로 부르던 OEM 부품 가격의 최대 25%를 현금으로 되돌려 준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되돌려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이용자가 없고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이유는 대체 부품의 범위와 적용 대상의 제한, 인증 부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품질인증을 받은 부품은 620개, 대부분이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는 OEM 부품과 품질이 같은 신품이지만 대체 부품 상당수가 범퍼와 판넬, 미러, 램프류 등 사고 시 수리 빈도가 많은 외장 교체용이다.

동력계와 섀시 등 고가의 대체 부품은 중국과 대만 등에서 일부 수입품이 들어오고 있으나 이는 소비자가 기피하고 있어 사실상 보험 수리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비 업계의 지적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대체부품은 사고 시 파손 빈도가 많은 그러니까 돈이 되는 외장이나 소모품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대체부품의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수리를 하려면 OEM 부품을 같이 사용해야 하므로 업체나 차주나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완성차 업체가 보유한 디자인권 때문에 국산차의 외장성 부품은 제대로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차 보험에 가입한 고가의 수입차 보유자가 저가 또는 조악하다는 인식이 강한 대체부품을 사용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부품과 OEM 부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문제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소모성 부품의 경우 OEM보다 시중품이 더 저렴하고 기능성 또는 안전 관련 부품도 사실상 경쟁 관계"라며 "대체부품이라는 애매한 용어 때문에 비순정 또는 조악한 부품이라는 인상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조사 A/S 부품은 90% 이상의 재고를 항상 보유하고 있으며 단종 모델 것도 8년간 의무 공급을 한다"며 "시중 부품생산업체인 경우에는 자동차 업체와는 달리 부품을 보유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지 않아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 수리의 대체부품 사용률이 20%에 달한다는 보험개발원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OEM 부품 사용을 권장하거나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미국 버몬트는 대체부품의 사용을 권유하지 못하도록 했고 캘리포니아에서도 사고 수리 시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안전한 부품이 아니라는 확신, 재작업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비용과 안전성 측면에서 효율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대체부품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단독 또는 일방 사고보다 자동차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쌍방, 대물사고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부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방안도 필요하다.

민간인증 기관이 전담하는 현재의 부품 인증 방식으로는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고 부품의 결함, 품질 문제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제받을 방법도 현재는 없다. 

자동차는 사소한 결함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인명의 손실과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리비 부담을 덜고 보험료 인상 요인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누구도 공감하지 않는 대체부품 인증 제도를 더 늦기 전에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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