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다고?, 유럽이나 서울이나 대기 오염 심각

  • 입력 2018.04.23 08:59
  • 수정 2018.04.23 09:0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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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하늘은 맑아 보여도 깨끗하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에미션스애널리틱스(EA RDE, Emissions Analytics) 닉 몰덴(Nick Molden) CEO는 "디젤 스캔들 이후, 경유차가 줄고 휘발유차가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A RDE는 기존 RDE보다 강화된 실제 운전 조건을 반영, 2011년부터 2000여 대의 자동차 배출가스를 실도로 주행 조건에서 측정(RDE), 독자적인 시험과 분석으로 도출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지수화해 공개했다. EA RDE가 지난 수년간 축적한 배출가스 데이터는 런던 등 주요 도시에 제공돼 공개되고 있다. 

닉 몰덴 CEO는 지난 20일 오토헤럴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경유차 수요를 끌어 내렸지만 대신 지금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휘발유차가 내뿜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이 이산화탄소"라며 "미세먼지는 감지가 쉽고 인간에 해롭다는 이유로 모두가 경계하고 다양한 대책과 규제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은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 이후 판매 비중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폭스바겐 본거지인 독일의 경유차 판매도 1년 만에 10% 이상 줄었고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는 경유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의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경유차 수요가 줄어든 만큼 늘어난 휘발유차로 유럽 지역 대기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닉 몰덴 CEO (EA RDE, Emissions Analytics)

영국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유럽 23개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CO2 평균 배출량이 전년 대비 0.3g/km 증가한 118.1g/km로 조사됐다.

디젤 스캔들의 후유증은 또 있다. 닉 몰덴 CEO는 "시장에서 좀처럼 노후 경유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유차를 보유한 사람은 연비가 좋다는 이유로 가능한 오래 보유하려는 경향이 늘었고 휘발유 신차보다 디젤 중고차 수요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닉 몰덴 CEO는 "결국 유럽의 배출가스 정책은 실패한 셈이 됐다"며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차종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아직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해서 우선은 정확하고 투명한 데이터를 통해 제조사가 저공해 차를 만들도록 유도하고 소비자는 이 정보를 토대로 구매를 하도록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주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EA RDE의 에쿠아 등급을 관용차 구매 조건에 활용하고 있다. 배출가스 등급 표시제를 도입한 런던시는 홈페이지에 각 차량의 등급을 공개하고 있으며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닉 몰덴 CEO는 "영국 정부가 최근 신규 규매한 2000여 대의 관용차는 모두 에쿠아 지수 1등급을 받은 차"라며 "관공서와 기업체 등 대량 수요처가 환경지수가 높은 차를 우선 구매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조사의 저공해 차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기에 대한 첫인상은 '더럽다'라고 말했다. 몰덴 CEO는 서울의 공기가 1980년대 미국 LA의 산업단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형적 차이가 있지만 유럽의 대기는 이산화탄소와 NOx(질소산화물) 또 여러 부유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공기 오염이 심각하다"며 "서울은 미세먼지가 스모그 형태로 보이면서 더럽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닉 몰덴 CEO는 또 "우리가 실시한 2000여 대 자동차 조사에서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가 신차보다 베출 가스가 더 적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자동차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EA RDE는 지난 1월 한국지사(EAK)를 설립하고 배출가스 등급제 도입에 필요한 협업 등 국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닉 몰덴 CEO는 "한국의 지형과 운전 특성에 맞춰 운행 중인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측정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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