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 치명적 약점?

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입력 2012.05.25 08:32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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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년 동안 우리의 자동차 수준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최근 수년 사이에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해외 메이커의 가장 두려운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고 품질수준도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대상도 있지만 벤치마킹 대상으로도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품질 수준도 그렇지만 현지에 맞는 차종 투입과 높은 가격 경쟁력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이 한몫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대표적인 차량이 바로 기아차 K9이다. 지난 국산차 역사상 가장 훌륭한 차종이라고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의미 있는 차종이라고 확신한다. 기아차의 최고 고급 차종으로 많은 기간과 자금을 투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고 그 만큼의 결과도 낳고 있다고 판단된다.

디자인이나 실내외 인테리어와 첨단 안전 및 편의장치는 물론이고 구석구석 마무리까지 잘 하여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차종이다. 현재 일반 신청자가 이 차종을 받기 위하여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그러나 기아차 K9을 통하여 앞으로 해결하여야 할 숙제가 도리어 등장한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우선 기아차를 대표하는 차종의 색깔이다.

현재 K9은 BMW나 벤츠를 비교하면서 세계 정상급 프리미엄 차종을 추구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러한 차종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국산차 어느 차종이 감히 이러한 차종과 비교하였을 까 생각하면 대단한 발전이고 자신감이다. 따라서 이러한 차종을 대상으로 벤치마킹하여 하나하나 구현하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과정이 진행되다보니 기아차 정점의 색깔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미지를 주어서 전체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과연 기아차를 대표하는 색깔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디자인, 최초의 장치, 패밀리 룩 어느 것을 특징지어 의미 부여를 할까 고민된다는 것이다. 세계 명차는 나름대로 색깔이 있고 대표하는 특화된 특징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추종하다보니 색깔이 무엇인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앞으로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둘째로 프리미엄 차종의 지향성이다. 이 부분은 기아차뿐만 아니라 현대차에도 함께 등장하는 문제이다. 지난 수년 간 현대기아차그룹은 프리미엄 진출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 베라크루즈 이후 제네시스, 에쿠스 그리고 이번 K9에 이르기까지 기존 대중차 이미지와 달리 프리미엄급 차종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하여 고민을 거듭하여 왔다.

특히 다른 메이커와 달리 별도의 브랜드가 아닌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프리미엄급 이미지에 주력하여 왔다. 지난 2009년 말 미국에 수출한 에쿠스가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른 상태로 진행 중에 있고 K9이 그 시험대로 다시 오르게 될 것이다. 물론 기아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지향하고 노력하고 있으나 수십 년간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음한 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기존 대중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특화시키는 초점을 찾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이 어떠한 브랜드로 어떻게 프리미엄 브랜드를 창출할 것인지 전략적 접근을 고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아차 K9의 출시는 본격적으로 메이커 측면에서 앞으로 해결하여야 할 숙제를 크게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대중 브랜드와 수익의 극대화와 첨단 기술을 알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투 트랙 방식은 메이커 차원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더욱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로 지속적으로 지적된 패키지 문제이다. 언론에서 계속 지적한 가격 문제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K9과 같은 고급 브랜드의 경우 워낙 가격이 고가여서 가격적인 융통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가격 선정 시 고민이 덜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반기 출시되는 준준형차인 포르테 후속 모델, 가칭 K3는 엔트리카 인 만큼 가격의 자유로움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K9의 경우 가격적 폭은 넓어도 패키지에서의 한계는 앞으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언론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패키지는 소비자가 개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좁히고 가격적 부담으로 ‘그림의 떡’을 만든다는 것이다.

패키지 가격이 전체 차량의 가격의 30~40% 이상을 차지한다면 초점이 흐려지면서 앞으로 프리미엄 차량의 지향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소비자를 배려하고 선택의 폭을 넓게 하며, 차량의 기본 옵션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국내 소비자의 취향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경우 워낙 풀 옵션을 좋아하는 특성이 많아서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구축하는 것은 문화적 취향일 수도 있으나 폐차할 때까지 장착된 옵션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비용만 낭비하는 특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 문화와 메이커의 기업적 논리 등이 조화를 이루어 건전한 선진국형 자동차 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더불어 기아차 K9를 필두로 국내 메이커의 본격적인 프리미엄 전략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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