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싼타페, 휴머니즘으로 쏘렌토를 잡겠다

  • 입력 2018.02.22 14:00
  • 수정 2018.02.22 14: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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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의 2017년은 치욕스러웠다. SUV 시장이 파죽지세로 성장 했는 데도 판매가 줄었고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 기아차 쏘렌토에도 한참을 미치지 못했다. 싼타페의 2017년 판매는 5만 1000여 대, 쏘렌토는 7만 8000여 대로 추격권을 벗어났고 지난 1월 실적은 3000대 이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신차 출시에 따른 대기 수요가 있었다고 해도 막판 떨이까지 했는 배 이상 차이가 나면서 자존심도 상처가 났다. 14,243대. 현대차는 21일 싼타페를 처음 공개하면서 사전 계약 대수가 국내 SUV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 기아차 쏘렌토도 비슷한 숫자를 기록했다. 그때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최대 규모'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런데도 신형 싼타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 모양새가 어떻고 인테리어의 재질이 어떻고를 따지기 이전에 꽤 많은 부분에서 안전을 우선 생각하는, 휴머니즘 사양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첨단 안전 시스템 ADAS, 전 트림 기본 적용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지능형 주행 안전 기술(ADAS)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작동해도 돈값을 하고도 남는다. 전방 충돌방지 및 경고 장치는 주행 중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는 추돌 사고를 막아준다. 속도와 거리를 계산, 추돌이 예상되면 요란한 경보음이 들리고 이마저 놓치면 알아서 멈춰준다. 

차로를 벗어나면 소리나 스티어링 휠로 경고를 해주는 차로 이탈 방지 보조 및 경고 장치와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도 매우 유용한 첨단 안전장치다. 신형 싼타페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안전장치도 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에 다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문이 열리지 않는 안전하차 보조 장치, 후석에 아이 또는 반려동물이 타고 있으면 내릴 때 잊지 말라고 경고하는 후석 승객 알림 장치가 제공된다. 

이 경고를 놓치면 문자 메시지로도 알려주기 때문에 매년 여름이 차 안에 방치된 아이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적어도 신형 싼타페에서는 들리지 않게 했다. 안전하차 보조 장치는 아직 자동차 정도만 정확하게 인식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추후 개선 작업을 통해 이륜차와 보행자까지 감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1일 미디어 시승에서 이런 안전  장치가 비교적 정확하게 작동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전면 주차 후 후진으로 차를 뺄 때, 후측방 상황을 살펴 볼 수 있는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장치도 제공한다.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및 경고, 후방 교차 충돌 경고 등으로 구성된 현대 스마트 센스는 옵션이다.

운전을 유쾌하게 해 준 '커넥티비티'

시승차를 함께 탄 모 기자는 "차에서 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각적으로는 적당한 고급스러움을 갖고 있고 충분한 공간이 주는 여유, 손끝으로 전달되는 촉감, 풍부하고 다양한 편의 사양을 다 경험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운전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7인치 버추얼 클러스터와 윈드실드에 비추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색이 변화고 타코미터와 연료계를 좌우에 사다리꼴로 배치했다. 

속도계의 중앙부에도 길 안내를 포함한 주행 정보가 제공돼 어디에 시선을 두고 있어도 속도나 가야 할 길을 놓치지 않는다. 카카오 통합 AI 플랫폼 카카오 I를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시스템은 인식률이 뛰어나지 않다. 아주 간단한 명령어에도 엇갈린 결과물을 내놓는다. 서울시를 시흥시로 받는 식이다. 

재생 중인 음악을 인식해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음성으로 가능한 메모 기능도 제공된다. 이건 아주 정확했다. 기존 모델 대비 늘어난 전장(+70mm)과 휠베이스(+65mm)는 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2열은 성인도 무릎을 큰 각도로 펼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내 준다. 

시트의 기능도 다양했다. 운전석 시트는 끝단에 슬라이딩과 회전 기능을 추가해 허벅지 부분을 단단하게 밀착시켜 주고 동승석 시트 위치도 조절할 수 있는 워크인 디바이스를 적용했다. 대시보드의 상단을 인조 가죽으로 마감하고 글로브 박스와의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들고 바닥을 고무 재질로 처리한 것도 세심한 배려다. 

운전자와 달리 휴대전화나 작은 소품을 보관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는 동승자에게 작지만 매우 유용한 쓰임새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의 천장은 촉감과 색상이 낯선 패블릭 소재로 마감돼 있었다. 미세한 단차도 보였고 콘솔 박스의 크기가 차급에 비해 빈약해 보였고 플로팅 타입의 내비게이션 양 옆의 버튼류는 운전 중 동선이 무너질 정도로 멀었다. 신체적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버튼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조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루크 동커볼케 "하나의 DNA로 집약된 디자인"

신차가 나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닮은 꼴 얘기는 신형 싼타페도 피해 나가지 못했다. 멀리서 보면 BMW X5 같다는 얘기, 푸조 또는 포르쉐 느낌이 나는 램프류 심지어 덩치를 키운 코나라는 얘기도 나왔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은 "현대차는 앞으로 하나의 디자인 디엔에이(DNA) 안에서 각 모델의 개성을 표현하겠다"며 "신형 싼타페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더 커진 캐스케이딩 그릴은 중형 SUV가 가져야 할 웅장함을 잘 담아내고 있다. 주간 주행등을 보닛과 같은 높이에 슬림한 레이아웃으로 디자인하고 헤드램프는 처음 본 타입이다. 

헤드램프의 주변을 반듯한 볼륨으로 처리하고 아웃 사이드미러를 최대한 뒤쪽으로 빼내 측면 시야를 넓게 확보하고 날카로운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루프 라인, 비례감이 돋보이는 측면, 좌우를 연결한 크롬 가니쉬와 트윈 머플러로 마감한 후면은 따라서 뭘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개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쏘렌토보다는 노면과의 밀착감, 풍부함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후면부는 꽤 복잡한 굴곡과 선을 하고 있다. 간결한 맛에 요즘 젊은 층이 더 끌린다는 얘기도 들려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몸집은 이전 세대보다 더 커졌다. 전장 4770mm, 전폭 1890mm, 축거(휠베이스) 2765mm로 각각 70mm, 10mm, 65mm 늘어났다. 전고는 1680mm로 같다. 

R-MDPS로 주홍글씨 지우고, R-엔진은 경쾌

기아차 쏘렌토에 이어서 신형 싼타페도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R-MDPS)를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R-MDPS는 전동모터를 조향축에 달고 조향 값을 읽어 들여 직접 구동하기 때문에 조향 응답성이 그만큼 빠르고 정교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이전 모델에 사용한 C-MDPS는 한참 동안 값싸고 내구성이 형편없는 차, 그렇게 주홍 글씨처럼 싼타페를 따라다녔다. R-MDPS 하나로 신형 싼타페의 움직임이 단박에 민첩해질 수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다른 메커니즘과의 조화가 당연히 수반됐을 것이고 덕분에 굽은 길을 공략할 때, 고속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 빼어난 능력으로 방향을 잡아준다. 적당한 힘으로 차체가 쏠리지 않도록 버텨주고 또 빠르게 복원시켜 주는 능력도 탁월했다. 전고가 높은 SUV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어떤 요구에도 반듯한 균형을 유지해 준다.

그러라고 있는 것이지만 드라이브 모드별 편차가 크다는 것은 아쉽다. 에코 모드에서는 이런 삼삼한 맛이 덜하다. 노면이나 운전 상황에 맞춰 각 휠에 토크를 분배할 수 있도록 사륜구동을 고정하지 않고 노멀이나 스포츠 모드로 달려야만 이런 주행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시승 차는 전자식 사륜구동 HTARC이 적용된 디젤 R2.0 e-VGT. 이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ps), 최대토크 41.0kgf·m, 복합연비 13.8km/ℓ의 엔진성능을 갖췄다. 디젤 R2.2 e-VGT는 최고출력 202마력(ps), 최대토크 45.0kgf·m 그리고 가솔린 세타Ⅱ 2.0 터보 GDi는 최고출력 235마력(ps), 최대토크 36.0kgf·m의 폭발적인 성능에 복합연비 9.5km/ℓ의 성능 제원을 갖고 있다. 

주력 R2.0 e-VGT는 고르고 일정하게 속도를 상승시켜 준다.  풀 스로틀을 하면 4000rpm 인근에서 기어의 변화가 처음 시작된다. 이 과정의 진동 소음도 잘 걸러지고 있으며 가속 페달을 압박하는 정도에 맞춰 반응하는 속도 역시 빠르다.

차체의 흔들림도 적절하게 잡아놨다. 차만 타면 멀미를 한다는 뒷자리 동승자가 "이렇게 달리는데 멀미를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만큼 차체의 좌우 롤링이나 진동이 작 억제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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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열까지 갖춘 4770mm의 긴 차체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쏘렌토보다 짧은데도 과격하게 차를 잡아 돌리면 후미에서 불쾌한 느낌이 전달된다. 더 불쾌한 것도 있었다. 새차 냄새가 지독했다. 옵션을 합치면 4000만 원대에 근접하는 자동차에서 이런 냄새가 나서는 안 된다. 

주력인 신형 싼타페 디젤 2.0의 가격은 2895만 원에서 3635만 원 사이, 여기에 공통옵션인 HTRAC(200만 원), 3열에 에어컨과 폴딩 기능을 추가하면 65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작지 않은 부담이지만 신형 싼타페 계약자의 절반 이상은 3040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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