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공짜 대중교통에 허비한 애먼 돈 150억

  • 입력 2018.01.22 08:30
  • 수정 2018.01.22 15:1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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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조치로 사흘간 대중교통 무료이용에 투입한 예산은 150억 원이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 첫날인 16일의 도로 교통량은 평소보다 1.8%, 17일은 1.7%, 18일에는 2.4%가 줄었다.

오전 출근시간대(6~9시)를 기준으로 서울 시내 주요지점별 줄어든 도로교통량은 일일 평균 2000대 수준이다. 미세먼지 감소 효과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예산 낭비,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은 물론 경기 및 인천 등 수도권 단체장이 서울시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경보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차량 2부제 강제 시행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중교통 무료 이용과 자동차 부제 운행으로는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울시 환경 정책은 접근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미세먼지 유발원 가운데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9%다. 건설기계 22%를 합치면 50% 이상이다.

미세먼지의 87%는 듣기에도 살벌한 초미세먼지로 구성돼 있다. 이 초미세먼지는 경유차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만들어낸다. 같은 경유차라도 하중이 많은 화물차의 미세먼지는 승용차보다 3배, 질소산화물인 NOx는 27배나 많이 배출한다.

질소산화물의 경유차 기여도는 44%에 달한다. 낡았거나 배기량이 많거나 중량이 큰 화물차는 이에 비례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대책으로 150억 원을 들인 대중교통 공짜 이용이 허울로 보이는 이유는 평균 1.9% 줄어든 교통량 가운데 경유차가 몇 대고 화물차 비중이 얼마였는지를 더 세세하게 따져보면 보다 확실해진다.

생계형 또는 업무용이 태반인 소형 경유 화물차가 대중교통이 공짜라고 운행을 멈췄을 리는  만무하다. 또 차량 2부제를 강제 시행한다고 해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경유차가 대부분인 '사업용 및 업무용은 제외'될 공산이 크다.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휘발유 사용차 위주의 2부제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따라서 실효성있는 미세먼지 감소대책은 경유차 관리가 핵심이고 중심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사실상 방치된 건설기계도 포함돼야 하고 수조 원의 예산을 들여 저감장치(DPF)를 부착하고도 소홀한 사후관리로 방치되고 있는 노후 경유차에도 집중해야 한다.(DPF를 부착한 경유차는 새차건 노후차건 연간 1회 정기 크리닝을 받아야 한다.)

서울시가 공짜 대중교통에 사용한 예산 150억원(총예산 249억원)이 낭비로 생각되는 이유는 또 있다. 최대 미세먼지 유발원인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는데 배정된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508억원(3만1587대)이다.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물질을 내뿜는 노후 경유차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폐차지원 예산의 절반이 효과가 전혀없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에 쏟아부은 셈이다. 만약 이 돈이 노후 경유차 보유 비중이 큰 영세 사업자의 생계형 1t 화물차 폐차 지원금을 늘리는데 사용됐다면 어땠을까.

형편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면 새 차 구매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원금을 늘려 지급하면 더 근본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질소산화물에 대한 주의도 시급하다. 경유차에서 나오는 검댕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심해서 안되는 이유는 땀구멍으로 스며들어 혈관을 타고 축적돼 암을 유발하는 초미세먼지 대부분을 경유차가 내뿜고 있어서다. 

질소산화물은 두려운 존재다.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고온상태에서 반응해 생성되고 장기간 노출되면 기관지염, 폐기종, 위장병, 불면증을 유발하고 토양 산성화, 오존층 파괴 원인이 되며 소아천식의 기관지 증상이나 폐 기능을 악화시킨다.

휘발유 엔진 수준으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적 발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가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고 '내연기관차의 종식'을 선언한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집밖에 나서자 마자 바로 옆을 오가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여러 치명적인 오염물질은 비산 이전에 인체와 먼저 접촉한다. 공장굴뚝, 화력 발전소보다 자동차가 더 심각하고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대중교통 공짜 이용보다는 생계형 경유차의 폐차 지원금을 확대하는 데 사용하고 2006년 이전 연식의 노후 경유차 186만대, 제도권 밖에서 방치되고 있는 46만여 대의 건설기계 등 미세먼지 유발원의 뿌리를 뽑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잉대응이 필요했다고 봐도 150억 원은 애먼 곳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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