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 車부품 안파는 이유가

  • 입력 2012.03.14 08:52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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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골프’를 소유한 A씨는 값비싼 수리비 때문에 공식서비스센터에 차량을 맡기기 두렵다. A씨는 엔진오일, 가속페달 교환 등 간단한 작업들은 부품을 직접 구해 수입차를 전문으로 수리하는 카센터에 의뢰하거나 스스로 해결해왔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썬루프 유리를 이 같은 방법으로 교체하려다 폴크스바겐 공식서비스센터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품 썬루프 유리를 구입하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문의했지만 소모품 외에는 개인에게 부품을 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

그는 “볼트 몇 개만 풀었다 조이면 유리를 쉽게 교체할 수 있는데도 부품을 팔지 않는다”며 “폴크스바겐이 의도적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부품을 팔지 않아 서비스센터에서 비싼 공임을 주고 교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말로만 듣던 수입차 업체의 횡포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다시는 수입차를 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일부 수입차 차주들이 비싼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수리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폴크스바겐 등 유럽차들은 공식서비스센터에서 부품을 구입해 ‘자가 수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반면 한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부품 판매에 대한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운전자들이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부품을 구할 수 없는 일부 운전자들은 대행업체를 통하거나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com) 등에서 필요한 부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동아닷컴 확인결과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유럽차 서비스센터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하면 부품을 개인에게 파는 곳은 없었다. 서비스센터 대부분은 신원확인을 거친 후 엔진오일·필터 등 일부 소모품만을 판매하고 있었다.

볼보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부품을 팔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본사 지침대로 따르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했고, BMW 딜러인 코오롱모터스 서비스센터도 “다른 BMW 딜러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코오롱모터스 내부 지침에 따라 소모품 외에는 부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차 업체들 담합의혹, 공정위 “지켜보고 있다”

유럽차 수입업체 대부분이 부품을 팔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품 값을 높이고 비싼 공임을 챙기기 위해 업체들이 담합하고 있다는 것. 특히 병행수입이나 외국에서 타던 차를 직접 들여오는 것을 막기 위해 수입차 딜러들이 담합해 서비스센터 이용을 막거나 부품을 팔지 않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짠 듯이 한결같이 부품을 팔지 않는 것은 의심 받을 만하다”면서 “외국에선 이런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동차시장감시부 담당자는 “현재까지 담합에 대한 조사는 벌이고 있지 않다”면서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 쌓이거나, 공식적으로 제보가 들어온다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수입차, 부품 값 국산 6배, 공임 5배, 도장료 3배 폭리

이와 관련해 보험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수입차 및 국산차 수리비 비교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수리비는 국산차의 평균 5배에 달했다. 부품 가격은 국산차의 약 6배, 공임은 5배, 도장료는 3배의 차이가 있었다. 보험개발원의 파손 실험에 쓰인 수입차 3종의 평균 수리비는 1456만원(국산차 평균 275만원)이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염혜지 차장은 “폴크스바겐코리아의 경우 현재 차량 및 부품 판매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8개의 폴크스바겐 딜러들에게 있다”며 “우리가 공식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공식적으로 교육을 받은 직원에게 수리를 받아야 안전하다”며 “개인이 부품을 구입해 조립할 경우 자칫 심각한 차량 손상을 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부품 마음대로 사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

하지만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정품 부품을 구할 수 없어 비정품 물건을 선택해 직접 수리하는 경우도 봤다”며 “이럴 경우 오히려 차량 고장을 일으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단한 부품은 본인이 사서 교체하는 것이 오히려 선순환의 입장에서 좋을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수리비 부담이 감소한다면 더욱 수입차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품을 마음대로 사서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의 당연히 권리”라면서 “유독 국내 수입차 업체들만 독과점적이고 패쇄적인 구조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데 수입차 10만대 시대에 하루빨리 개선해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부품을 아무데서나 쉽게 사고 고칠 수 있다면 가격도 내려가고 수리도 빨라질 것”이라면서 “이런 것이 국내 자동차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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