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테크] 비싸도 너무 비싼 친환경 에어컨 냉매

  • 입력 2017.05.10 10:27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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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로 인해 운전중 자동차 에어컨을 켜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에어컨 작동 때 실내가 시원해지지 않거나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면 에어컨 냉매를 점검해야 합니다. 

냉매(Refrigerant)란 에어컨 시스템 내부를 순환하면서 저온의 액체(또는 기체) 상태에서 고온의 기체로 그리고 다시 액체상태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스템 저온부의 열을 고온부로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즉 냉매는 무더운 여름철 뜨거운 바닥에 찬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 공기를 시원하게 해주는 것처럼 냉매가 액체에서 기체로 그리고 다시 액체로 변환하면서 시원한 냉기를 만들어줍니다. 따라서 에어컨 냉매는 자동차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실내에어컨이나 산업용 공조시스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냉매는 그동안 일명 ‘프레온 가스(R12)’로 불리는 염불화탄소(CFC) 계열이나 수소염불화탄소(HCFC) 계열의 화학물질이 대표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대체냉매가 꾸준히 개발됐습니다.

현재의 자동차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R134a라는 냉매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R134a 또한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로 인해 지난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유발물질로 분류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용이 제한되어 왔습니다.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ning Potential)란 이산화탄소 1kg이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내는지를 알아보는 척도로, R134a는 GWP가 무려 1430이나 됩니다. 또한 자동차가 주행중 에어컨 및 히터를 작동시킴에 따라 추가적인 엔진동력 소모 및 냉매누출로 인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2011년부터 GWP가 150 이상인 냉매는 신차에 적용을 금지하고 2017년부터는 모든 등록차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R134a 냉매가 더 이상 자동차에 적용되기 어려워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또 다른 대체냉매의 개발 및 표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 오고 있으며, R125a, R1234yf, R744(이산화탄소) 등이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신냉매로 부각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중 R125a와 R744는 각각 높은 가연성과 높은 압력이 필요해 사용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기존 공조시스템의 변경이 불가피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반면 R1234yf는 GWP가 4에 불과할 뿐 아니라 자동차에 적용중인 저압 에어컨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지엠(GM)이 세계 최초로 양산적용한 이후 적용차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700만대 이상의 차가 R1234yf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입니다. 한국지엠도 올 해 1월 이후 출시된 신 모델부터 R1234yf 냉매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부 수입차 역시 R1234yf 냉매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대, 기아, 쌍용, 르노삼성 등은 일부 수출차에 적용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적용을 미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이유는 교토의정서와 르완다 키갈리 협약, 몬트리올의정서, G7 등에서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에서의 R134a 등 GWP가 높은 냉매의 사용제한이 상대적으로 시기가 늦춰짐은 물론 R1234yf의 가연성과 독성으로 유럽지역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적용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R1234yf는 냉매특성상 기존 134a에 비해 냉방능력이 떨어져(약 7%) 별도의 내부열교환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냉매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가 극소수이다 보니 가격이 134a보다 수 십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참고로 현재 R134a의 유통가격(1kg 당)이 5천~1만원 내외인 반면 R1234yf는 무려 20~4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비업계에서도 소비자들에게 고비용에 따른 과잉정비로 오인받거나 가스누출 시 손실금액 부담으로 선뜻 정비를 꺼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R1234yf 전용 에어컨 관련장비 역시 고가이므로 장비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에어컨 냉매 회수 및 충진장비를 제조하는 한 업체 사장은 “R1234yf 냉매는 쉐보레를 중심으로 적용차종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내 제조사 역시 일부 수출차에 적용하고 있거나 내수차에 적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R1234yf는 기존 냉매(R134a)보다 가격이 수 십배 이상이므로 냉매사용량이 정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한 전문정비업소 대표는 “신냉매 적용차의 경우 높은 냉매가격과 전용장비가 필요하므로 직접 작업하기보다는 서비스센터로 입고를 유도하는 형편”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R134a의 사용금지 추세에 따라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을 뿐 아니라 수량이 한정되다보니 판매가격 역시 오르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정비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김아롱 기자=아롱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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