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처럼 원조를 능가한 자동차

  • 입력 2017.04.12 08:17
  • 기자명 한용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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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하고 달콤한 마시멜로. 젤라틴과 옥수수 전분, 설탕 등으로 만들어진 마시멜로는 그러나 대부분 진짜가 아니다. 마시멜로는 유럽과 북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마시멜로’라는 관목식물의 뿌리를 이용해 만든 음식이다. 줄기를 벗겨 스펀지처럼 푹신해진 부분을 꿀이나 설탕에 조려내 먹거나 뿌리에서 짠 즙에 머랭과 설탕을 섞어 굳히면 우리가 먹는 마시멜로와 같이 달콤한 맛을 낸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마시멜로의 대부분은 대량 생산을 위해 젤라틴과 설탕, 옥수수시럽, 전분으로 만들어진다. 뜬금없이 마시멜로가 등장한 이유는 진짜 마시멜로를 대체한 마시멜로처럼 대체 모델이 진짜보다 더 많이 알려진 자동차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랜저와 데보네어

현대차 그랜저는 적어도 한국에서 미쓰비시 데모네어의 마시멜로다. 데보네어(Debonair)는 현대차에서 그라나다(Granada)의 계보를 잇는 모델로 1986년 미쓰비시 데보네어 2세대 모델을 로열티를 내고 들여와 국내에서 그랜저로 판매했다. 데보네어는 당시 일본에서 고급차로 판매됐고 미쓰비시와 협력관계에 있던 현대차가 들여 왔다.    

국내에 들어온 그랜저는 2.0리터 MPI 엔진에 전륜구동 방식에 다양한 편의사양을 적용해 대우 로얄 시리즈 등 경쟁 모델을 단박에 물리치며 국내 고급차 시장을 석권했다. 국내에서 대박을 친 그랜저와 다르게  데보네어의 일본 인기는 토요타 크라운 등에 밀려 신통치 않았다. 진짜 메쉬멜로 1986년 데보네어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랜저는 여전히 국산 준대형 세단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 

 

파제로와 갤로퍼

리스토어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갤로퍼는 1991년 미쓰비시 1세대 파제로(Pajero)를 들여와 판매됐다. 원형인 파제로는 일본에서는 구형이었지만 갤로퍼 후기형까지 파제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을 가져 갔다.  

갤로퍼 역시 원산지 일본보다 국내 인기가 많았다. RV를 대표하는 쌍용차가 있었지만 출시 직후부터 코란도 패밀리 등을 누르고 동급 최다 판매 모델 자리를 꿰찼다. 국산 SUV로는 드물게 3열 시트를 갖추기도 했다. 2000년 현대차 로고가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2003년 테라칸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쓰비시와 현대

현대차에 기술을 제공하던 미쓰비시는 이제 닛산의 산하 브랜드로 전락했다. 반면, 로열티를 내고 기술을 이전 받아야 했던 현대차는 세계 5위의 거대한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고 기술 제휴를 거부했던 포드, 토요타를 위협하고 있다. 그랜저와 갤로퍼, 그리고 현대차와 미쓰비시를 보면 진짜가 가짜에게 자리를 내준 마시멜로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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