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봄 처녀 재규어 올 뉴 XF

  • 입력 2016.04.01 12:20
  • 수정 2016.04.04 11:4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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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여수에서 출발해 지리산 남쪽 기슭을 타고 오도재를 넘어가는 길 양옆이 자색을 모두 털어내지는 않았어도 수줍게 봉우리를 터뜨린 벚꽃으로 가득했다. 3월의 마지막 날, 재규어가 8년 만에 세대를 교체시킨 올 뉴 XF를 몰고 인적도 그렇고 오가는 차도 드문드문한 이 길을 330km나 달렸다.

2인 1조로 디젤차인 20d와 가솔린차 25t를 바꿔가며 운전을 했다고 해도 꽤 먼 거리를 달린 셈, 그래도 유쾌했던 것은 봄꽃으로 가득한 남도의 청취와 지리산 자락과 아름다운 길 오도재를 타고 넘는 와인딩 로드를 짜릿한 감각으로 달려준 재규어 XF의 성숙한 맛이 더해져서다.

 

현실과 타협한 이안 칼럼

재규어의 디자인은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와 분명히 다른 차별성을 갖고 있었다. 2개의 동그란 헤드램프로 대표되는 도발적인 프런트 마스크, 긴 후드, 짧은 오버행과 리어 테크 등으로 독창적인 영역을 고집해 왔다.

지금도 재규어의 옛 디자인에 향수를 품고 있는 마니아들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안 칼럼은  적절한 선에서 현실과 타협을 하기 위해 시장과 대중에 친숙하고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재규어의 과거 흔적을 지워버렸다.

 

재규어가 미래라고 부르는 현재의 디자인은 따라서 특징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통속적인 것들로 채워져 있다. 오버행은 여전히 짧지만, 프런트 엔드를 가파르게 하고 그릴과 헤드라이트, 안개등까지 익숙한 것들이다. 후드의 곡선으로 완만한 라운드를 보여줬던 벨트라인도 반듯해졌고 C필러에서 리어 앤드로 연결되는 루프 라인의 경사도 정통 세단에 가깝게 다듬어졌다.

옛 재규어의 흔적은 보닛에 남아있는 희미한 캐릭터 라인 정도다. 대신 숨겨진 무기들이 있다. 어댑티브 헤드램프에 방향지시등이 추가된 시그니처 J-블레이드 주간주행등에 광 파이프 기술을 적용해 선명하고 일정한 밝기, 그리고 자연광에 가까운 조명을 제공하게 했다.

맞은편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해 상향등을 자동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하이빔 어시스트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또 제동할 때 보이는 리어 램프의 그래픽도 세련됐다.

 

넓어진 공간,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센터 콘솔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다이얼 타입 시프트를 빼면 실내에도 기존 재규어의 흔적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대신 클러스터를 12.3인치 풀 HD로 대체하고 센터페시아에 10.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바꿔 분위기를 새롭게 했다. 가상 계기반이 주는 재미는 쏠쏠하다. 운전자가 선택한 주행모드에 따라서 조명이 바뀌고 타코 미터와 스피트 미터의 배열과 컬러가 달라진다.

화면 전체를 내비게이션으로 설정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속도와 간단한 길 안내 표시로 운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센터 모니터의 반응 속도도 아주 빠른 편이다. 반면, 온 보드 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내비게이션의 비주얼이 세련되지 않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숫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도 볼 수 있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터치 메뉴가 작아 다루기가 쉽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공간은 만족스럽다. 축간거리가 늘어나면서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 특히 뒷좌석은 40:20:40 폴딩이 가능해 스키 등 긴 물건을 실을 수 있고 505ℓ나 되는 트렁크의 용량을 최대 886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실내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들은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최고급 품질로 마감된 시트와 대시보드의 알루미늄 피니셔, 형광 블루 컬러 조명으로 프리미어 세단다운 품격을 보여준다. 차체 사이즈는 전장 4954mm, 전폭 1880mm, 전고 1457mm, 축간거리 2960mm의 제원을 갖고 있다.

 

토크 백터링의 강렬한 선회능력

시승은 가솔린(25t), 디젤(20d)도 개 모델로 진행됐다. 가솔린 모델은 I4 DOHC 터보, 디젤 모델은 I4 터보가 올려졌다. 먼저 시승한 가솔린 모델은 240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34.7kg.m(1750~4000rpm)의 최대토크 성능을 갖고 있다. 디젤 모델은 180마력(4000rpm), 43.9kg.m(1750~2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성능 제원으로 보면 가솔린과 디젤 모두 경쟁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승차감과 주행 질감은 재규어만의 독특한 맛들로 가득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토크 백터링으로 발휘되는 선회능력이다. 높은 경사와 급격한 선회로로 이어진 오도재를 공략할 때 보여준 코너링 성능과 제어력은 일품이다.

앞에 서 가던 XF가 급한 선회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슬립이 발생했지만 민첩하게 다시 자세를 잡는 것을 목격했다.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아찔했지만 가벼운 카운터로 차체 콘트롤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굽은 길이 많은 길을 지날 때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위험한 순간, 더 없이 유용한 시스템이다.

 

토크 벡터링은 고속도로에 진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또는 완만하게 굽은 길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일반적인 차의 경우 언더 또는 오버 스티어를 제어하기 위해 운전대를 강하게 잡아야 하지만 XF는 힘들이지 않아도 차로의 안쪽을 파고들며 노면을 놓치지 않는다. 

타이어는 아쉬웠다. 콘티넨탈 17인치로는 더블 위시본(전륜)과 인터그럴 링크(후륜)로 구성된 서스펜션의 효율성과 기능을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못했다.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음이 제법 크게 들렸고 거친 노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올 뉴 XF를 구매한다면 타이어는 많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XF는 여기에 미끄러운 노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온 디맨드 방식의 AWD 시스템과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이 보태져 주행 안정성을 높여놨다. 운전대의 조향력도 만족스럽다. 조금은 무겁게 세팅된 운전대는 유격 없이 빠르게 반응하고 잡는 느낌도 좋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전시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사전 계약 대수 400여 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시차가 본격적으로 각 쇼룸에 도착하면 계약도 따라 늘 것으로 자신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실적이 좋다는 말에 그는 “한국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시장을 지배해왔던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에 싫증이 나고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재규어가 가진 특유의 색깔들을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규어 올 뉴 XF의 가격은 6380만 원(20d 프레스티지)부터 시작하고 최고급 모델인 S AWD가 992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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