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코란도스포츠, 절반의 아쉬움

  • 입력 2012.01.13 10:1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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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티언과 카이런,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남겼던 흔적이 더 이상 남지 않게 됐다.

코란도라는 모델명이 부활하면서 카이런은 코란도-C가 됐고 액티언스포츠로 개명을 했던 무쏘스포츠는 코란도스포츠로 이름을 바꿔 무지(無知)했던 상하이자동차의 몽매(夢寐)는 종말을 고했다.

900억원, 어려운 살림의 쌍용차를 생각하면 결코 작지 않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코란도스포츠는 따라서 코란도C에 이어 경영정상화의 속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레크레이션 머신', 오락기계 쯤으로 해석되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 걸고 등장한 코란도스포츠는 쌍용차가 레저용 다목적 차량(Leisure Utility Vehicle)을 강조하고 있듯 활용성이 뛰어난 차종이다.

5인승 화물차, 일반적인 승용차 수준의 탑승이 가능하고 450리터의 대용량 화물칸, 여기에다 RV의 우직하고 개성있는 스타일까지 갖춰 다양한 용도에 적합한 매력적인 차임이 분명하다.

여기까지는 지난 2002년 9월, 국내 시장 최초로 등장했던 SUT(Sports Utility Vehicle) 무쏘스포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차 관계자는 11일 출시한 코란도스포츠가 액티언으로 단절됐던 쌍용차의 정통성과 기백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코란도 스포츠는 이날 첫 대면과 짤막한 시승에서 절반의 아쉬움을 남겨주고 말았다.

 

디자인은 마치 근대조선 양복 저고리에 잠방이를 걸친 양반을 보듯 어색하다. 이유는 그나마 모던한 스타일로 변신한 전면부와 달리 적재함을 중심으로 한 후부의 변화를 쉽게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뒤에서 바라보면 무쏘스포츠때부터 아쉬움으로 지적됐던 어정쩡한 스타일도 여전하다.

그나마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대형 에어 인테이크 홀, 사이즈가 큰 헤드램프와 안개등이 제법 RV의 맛을 내고 있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은 볼륨으로 SUV의 우직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측면부도 후륜 휠 하우스의 밋밋함, 밋밋한 사이드 캐릭터 라인도 차의 용도로 봤을 때 박진감이 떨어진다. 오픈했을 때 평평하게 유지되는 테일게이트는 이전 모델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열고 닫을 수 있다. 그리고 테크 전체를 플라스틱 소재로 감싸 차체 보호능력을 키웠고 보기에도 깔끔하고 세련됐다.

 

실내 역시 절반의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쌍용차는 LED클러스터, 메탈그레인이 가미된 센터페시아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지만 이는 1톤 소형 화물차에도 적용되는 일반화된 치장이다.

그런데 이걸 빼 놓고 보면 코란도스포츠의 인테리어는 딱히 내 세울만한 것이 없다. 레저용 자동차라는데 수납공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네비게이션은 조금 작다 싶은 6.5인치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다.

세심하지 못한 마무리의 흔적도 시트와 룸미러, 대시보드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후석 시트의 등받이를 최대 29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앞 시트의 레그룸을 넉넉하게 확보하면 후석 공간은 여유있는 편이 아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퍼포먼스다. 한국형 디젤엔진이라고 하는 e-XDi200 액티브 엔진을 탑재한 코란도 스포츠는 최대출력 155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비교적 무난한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비슷한 배기량의 경쟁사 모델은 코란도스포츠를 능가하는 동력성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쌍용차가 한국형 디젤엔진을 앞세워 이야기하는 것은 e-XDi200 액티브 엔진의 몇 가지 특성때문이다.

e-XDi200 액티브 엔진은 국내 도로 상황에 최적화된 튜닝으로 1500rpm~2800rpm의 저속 영역대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개발됐다.

경사로와 곡선로가 많고 차량의 용도상 오프로드 주행까지 감안해 중저속 운전 영역에서의 출발 및 추월가속 성능이 최적의 상태에서 발휘되도록 한 것이다. 

자유로를 따라 달리는 짧은 시승 코스에서 코란도스포츠는 이러한 개발자의 의도를 충분하게 보여줬다. 출발시 느껴지는 우직함, 급가속시 rpm이 미친듯이 상승하는 다른 차량과 달리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발휘되는 가속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핸들링이 가볍다는 지적도 일부 나오기는 했지만 프레임 보디의 중량(1860kg~1885kg)을 감안하면 운전 편의성 면에서 적절한 세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드라이빙 성능은 무난한 편이다. 용의해 임진년(壬辰年),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위해 쌍용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코란도스포츠가 '여의주' 혹은 어렵게 완성한 용 그림에 화룡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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