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은 불법??? 우리는 1960년대에 살고 있습니다

  • 입력 2011.12.15 16:3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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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대, 하나의 베이스로 여러개의 다양한 모델로 개조된 튜닝 카]
 

"머플러를 개조하면 소음이 커지고 매연 배출이 심해질텐데 아유 그걸 어떻게 합법화한다는 것인지...".

"출력이나 토크를 높이는 불법 개조를 합법화한다. 그렇지 않아도 민원이 많은데 이런 차 만들어 과속하겠다 이건데 그러면 교통사고 더 나고 안전에도 영향이 많을 것".

지난 14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그 동안 불법으로 낙인 찍혀왔던 튜닝을 산업으로 인식하는 정책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그 동안 튜닝을 합법화하고 산업의 한 분야로 육성해야 한다며 외롭게 고군분투해오셨던 김필수 교수님이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는데요.

국회의원도 참석했고 지식경제부와 환경청 관계자, 그리고 경찰청에서도 오셔서 튜닝의 합법화와 산업화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서두에 적은 것처럼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튜닝은 불법이고 반 사회적'이다라는 생각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 리무진으로 변신한 험머

-세계 5위권 국가 중 유일한 '불법'

잘 아시겠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대부분의 자동차 강국들이 오늘날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일찌감치 튜닝을 합법화한 것입니다.

튜닝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게 된 소비자, 그리고 애프터 마켓 종사자들이 늘어나면서 제조사들은 차량의 품질 수준을 높여야 했습니다.

소비자가 차를 모르면 '무식하면 가만이 있어'라는 말 한 디로 자기 변명을 일삼는 제조사들의 횡포에도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지만 잘 안다면 상황은 반전되겠죠.

일본의 경우 안전과 배기가스, 그리고 소음과 같은 기본적 항목만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튜닝이 가능합니다.

최저 지상고도 90mm만 초과하면 되니까 멋진 드레스업 튜닝도 가능할 뿐만 아니마 머플러에 스프링만 달고 다니는 차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식으로 보면 일본에서는 매일 엄청난 교통사고 발생하고 도로는 머플러의 부당당 소리로 넘쳐나고 대기질은 최악의 수준이 되겠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독일의 경우는 개인의 튜닝이 자유로운 것은 물론 벤츠나 BMW, 아우디와 같은 고급 브랜드들이 브라부스나 스테인메츠, 알피나, 콰트로 등 세계적인 튜닝 전문회사들과 협력해 독특하고 매력적인 모델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떤가요. 다들 아시겠지만 능력만 된다면 집 창고에서 세계에서 단 한 대 밖에 없는 자동차를 제조하는 일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우리보다 못한 말레이시아나 자국 메이커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대만 같은 나라에서도 튜닝을 제한하는 법이 아예 없거나 심지어 튜닝 차량을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알만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 튜닝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일년에 몇 번씩 연중 행사처럼 '불법 부착물 차량 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컨버터블로 개조된 클라이슬러 300C

-코치빌더를 아십니까?

귀족들을 위한 고급 마차를 수작업으로 주문 생산하던 장인에서 비롯된 것이 '코치빌더'라고 합니다.

멀쩡한 차의 보디를 늘리고 차체를 다시 디자인하고 입혀 세상에 단 한대 밖에 없는 차를 소유하고 싶은 돈 많은 사람들이 주 고객이고 유럽에서는 왕실의 주요행사에 쓰이는 대부분의 차들이 코치빌더의 손을 거쳐 전혀 다른 차로 변신을 하기도 합니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페라리 등 고가의 슈퍼카와 벤츠 등의 스포츠카들을 베이스로 한 커스텀 모델이기 때문에 차량 구입에서 코치빌더의 손을 거쳐 완성되기까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비견할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 튜닝 매니아들도 수 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자기 차를 꾸미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형을 멎지게 꾸미는 '드레스업 튜닝'과 엔진이나 제동 성능 같은 높이는 '메카니즘 튜닝'에 공을 들이고 싶어도, 우리는 불법입니다.

다른 나라는 차를 통째로 바꾸는 코치빌더들이 어엿한 산업의 한 분야로 그리고 장인 대접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멋 대로 구조변경을 하면 업소도 문을 닫을 각오까지 해야하는 불법 정비가 됩니다.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내 차를 멋지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필요 이상을 튜닝을 한 차들을 보면 '저게 무슨 뻘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의 규정대로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튜닝쇼에 출품되는 차도 모두 불법 구조변경 차량으로 단속 대상이 되고 모터스포츠에서 경주를 하는 대부분의 레이싱 카도 마음만 먹으면 잡아 들일 수 있는 것이 현실이죠.

튜닝샵을 운영하고 있는 잘 아는 후배는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을 '개 법'이라고 했습니다.

엊그제 열린 튜닝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가 이 개 법을 바로 잡는 작은 시작이 되기를 기대합니다.(참고로 이날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바쁜 일이 있다면서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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