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폭스바겐의 벽(壁)을 허물 수 있을까

  • 입력 2014.06.24 16: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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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의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고 몰락한 휴대폰 업체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산업의 핵심경쟁력(core competency)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자동차산업 핵심경쟁력의 중심이동’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스마트 폰 트렌드에 대처하지 못한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몰락을 예로 들며 스마트카, 그린카 등에 제 때 대응하지 뭇하는 자동차 업체들도 이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스마트카, 자율주행 자동차 등 차량 시스템의 지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기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는 동력원의 전기화 추세, 차체 경량화를 최근의 자동차 트렌드로 지목했다. 이러한 트렌드가 가치사슬 변화, 산업구조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완성차 및 부품·소재 공급 기업들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자동차 연관 산업별로 본 현황과 미래 대응책을 정리했다<편집자주>

▲ 자동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철강소재가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 비철금속 소재로 대체되고 있다. 사진은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아우디 A8의 차체다.

철강 비중 줄고 비철금속, 화학소재 증가=연구원은 자동차의 골격과 차체를 구성하는 주요 소재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철강이 줄어들고 이를 비철금속 및 합성수지가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루미늄,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 가볍고 강성이 뛰어난 비 철금속이 자동차에 반영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가 자동차용 경량 소재에 의한 대체위협에 대응, 경량소재 개발에 주력해왔으나 더 가벼운 효과를 내는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반면 비철금속 및 화학소재 업계는 자동차용 소재 개발에 적극 진출하면서 철강재를 대체하는 노력을 펼쳐왔다.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 중간투입액 대비 철강 1차제품 중간투입액 비중은 1990년 10.9%에서 2010년 7.2%로 감소한 반면, 플라스틱 제품의 중간투입액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6.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동력원을 대체하는 배터리와 모터 등 전기차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장비 줄고 전자장비 비중 증가=자동차 부품의 전장화(電裝化), 동력원이 급속화게 전기화 되면서 기계장비 및 엔진 부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전자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고 있다. 내연기관의 엔진 및 관련 부품 비중이 감소하고 전기차 관련 부품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 자동차 제조원가 가운데 전자부품 및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35%, 2050년에는 5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자동차에 반영되는 편의사양에 첨단화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빠르게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전자장비를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수단과의 융합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지난 해, 전기차 전문 제조사 테슬라의 판매대수는 2만 2500대, 그러나 2020년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대수는 10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규 완성차 업체의 등장, 무한 경쟁 시대 돌입=기존 완성차 제조업체의 그린카, 스마트카 생산 비중이 증가하는 한편, 신규 진입자의 등장과 이에 따른 주도권 역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존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량은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고 2030년에는 전기차 등의 판매대수가 기존 내연기관 엔진차의 판매대수를 추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로 성장한 기존 업체들이 새로운 동력원의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자멸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연구원은 특히 구동계통의 단순화, 핵심 경쟁력의 변화 등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신규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2003년 설립된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러 모터스,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등이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 자동차의 모든 장치들이 빠르게 전자화되고 있다. 사진은 풀 LCD를 통해 자동차 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클러스터다.

소프트웨어와 첨단 소재 중심으로 재편=자동차산업의 핵심 부문이 기계부품 제작 및 조립 중심에서 IT제조, 소프트웨어, 첨단소재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ICT 분야의 특허분쟁이 자동차 영역으로 확산되고 그린카 및 스마트카 관련 특허 출원 및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또한, 자동차 운영체제(OS) 및 기술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핵심기술 획득을 위한 M&A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자동차산업내 기업 간 관계는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구조에서 거래 관계의 개방도가 높아지는 수평적 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

향후 부품 공급자와의 거래는 자회사 거래, 공존적 협력사 거래 중심에서 병렬적 협력사 거래, 시장 거래 중심으로 변화 것으로 보이며, 제한된 협력사 중심의 고착된 구조에서 다양한 플레이어의 등장 및 퇴출이 활발해지는 유동적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스마트카 및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충, 기술표준 정비, 안전 및 환경기준 마련 등과 관련한 정부 역할의 중요성도 지적을 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 등과 달리 도로교통 시스템 및 공공 충전인프라와의 연계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주요 선진국 정부는 전기차, 스마트카를 자동차산업과 ICT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유리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과감한 투자와 선행 정책 필요=연구원은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을 새로운 성장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기 위한 3가지 핵심 과제를 지목했다.

첫째, 고속성장이 예견되는 스마트카, 그린카 사업과 기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 자동차산업 내 산학연 협력 활성화,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보호 강화 등 혁신 지향적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셋째, 정부는 초기 시장 창출 및 혁신 지향적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를 정비하고 스마트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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