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아홉번째 '시빅'...끝내주는 핸들링

  • 입력 2011.11.16 15: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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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好事多魔), 잘 나가던 일본 메이커들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리콜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태국의 홍수 등 자연재해에 엔고라는 악재까지 겹쳐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의 빅3가 겪고 있는 고초가 안쓰러울 정도다.

이들 메이커 가운데 혼다는 비교적 활발하게 새로운 모델을 투입하고 라인업을 확대해왔던 도요타와 닛산보다 부진의 정도와 깊이가 더욱 심했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을 한 탓일까. CR-Z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혼다가 이번에는 1972년 데뷔해 지난 40여년 동안 전 세계에서 2000만대 이상 판매된 시빅의 아홉번째 모델을 출시하고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시빅은 고급스럽다거나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이 아니다.

탄탄한 기본기로 누구나 운전을 하는 재미를 느끼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이면 만족한 지극히 대중적인 자동차, 그렇게 인정을 받으면 된다는 혼다의 철학이 베여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4일 강원도 춘천 일원에서 열린 아홉번째 시빅의 미디어 시승 그런 재미와 가치를 찾는데 초점을 맞춰봤다.

▲독특함과 세심함이 돋 보였다

 

같은 세그먼트의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 절대 작은 사이즈가 아니지만 시빅은 더 컴팩트한 느낌을 준다.

앞 부분에서 옆, 뒷 부분까지 이어지는 매끄러운 실루엣과 라디에이터 그릴과 램프류가 오밀조밀하게 디자인돼있어 심플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이 강하게 전달된다.

짭은 전후 오버항, 높은 벨트라인과 시원스럽게 배분된 측면, 그리고 보통 A-필라부에 적용되는 아웃사이드 미러를 앞 쪽 도어에 배치해 운전자의 시야가 최대한 많이 확보되도록 배려한 세심함도 볻 보인다.

8세대 모델보다 넓어진 실내 공간의 크기는 느낌상으로도 넉넉하다. 휠 베이스를 줄이는 대신 시트의 배치와 다양한 포지션으로 더 넓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빅에서만 볼 수 있는 2단 계기반에는 변속단과 엔진회전수(rpm), 그리고 차량 주행 정보와 차량 상태 등을 볼 수 있는 트립컴퓨터 등을 시선의 빈도에 따라 용이하게 바라 볼 수 있도록 적절하게 배치했다.

윗 쪽 계기판에는 5인치 칼라 TFT 모니터가 추가돼 주행정보, 오디오, 라디오, 월페이퍼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되고 스티어링 휠 양쪽에 배치된 리모트 컨트롤로 오디오와 계기반의 각종 정보는 물론 크루즈 기능을 쉽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만족스럽다.

운전자 쪽으로 조금 기울여 비대칭 구조로 설계된 센터페시아의 조작 편의성도 뛰어나고 동선도 짧아 주행 중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반화된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지 않았고 별도의 장치를 장착할 수 있는 위치도 애매하다는 것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또한 아주 평범한 변속기 노브를 비롯해 지나치게 단조로운 인테리어가 크롬 도금이나 우드 등 고급 내장재에 익숙해진 국내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 높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완벽한 핸들링, 가속성능은 평범

 

시빅의 엔진은 1.8L 4기통 i-VTEC, 142마력의 성능을 확보해 최근 출시된 2.0리터급 중형 세단과 대등한 제원을 갖고 있다.

대신 공차 중량을 크게 낮춰 엔진의 응답성이 가속력을 크게 높였고 연비 또한 14.5km/ℓ(자동변속기)로 경제성도 뛰어나다.

한가한 국도와 고속도로를 돌아오는 시승 코스에서 발휘된 주행 성능은 비교적 만족한 수준이다.

초기 발진이 다소 성급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출발하면 고속에 도달하는 시점이나 비교적 빠른 속도에서도 고르고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나 차체의 진동 수준은 비교적 만족한 수준이지만 도로와의 접지 소음은 도로 상태에 따라 귀에 거슬릴 정도로 크게 전달된다.

혼다 관계자가 "브리지스톤의 사계절 타이어가 장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차체 하부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연비 성능도 만족스럽다. 고속도로 등 비교적 차량 소통 상태가 원할한 탓일 수도 있지만 14.5km/l를 넘어 최대 16km/l까지 기록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뛰어난 핸들링이다. 급격한 코너에서의 복원력도 뛰어났고 속도에 따라 적절하게 변하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력도 만족스럽다.

▲운전을 하는재미와 가치

 

시빅의 최대 장점은 운전이 쉽다는 것이었다. 모난 것 없이도 평범한 것 이상의 퍼포먼스와 민첩한 핸들링을 발휘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심한 인테리어로 간결하고 소박한 멋을 부렸기 때문이다.

또한, 끓이 보이지 않는 욕심으로 시빅을 바라보기 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서 보면 2000만대가 팔리면서 축적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날 시승에서 제기된 시빅의 유일한 단점은 '하체의 소음'이었다. 핸들링, 가속력, 외관과 실내의 디자인, 가격 등등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만족한 평점을 줬다.

하체 소음이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크지 않다. 더욱이 나머지 모든 부분에서의 만족감이 큰 만큼, 시빅을 선택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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