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제로, 디젤택시에 들 뜬 자동차

  • 입력 2014.01.19 21:3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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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택시 유종 다변화를 위해 경유 사용 차종을 택시로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LPG 연료와 같이 유류세를 환급해주고 예산이 마련되면 늦어도 내년 9월부터는 경유 연료를 사용하는 택시가 등장을 할 전망이다.

일부 자동차 업체는 매년 1만대로 공급을 제한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경유택시 시장을 선점하려는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푸조와 폭스바겐 등 경유차 경쟁력이 높은 수입차 업체들의 행보가 적극적이다.

일부 매체는 내년부터 디젤택시가 LPG 택시와 경쟁을 하고 국산, 디젤 모델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경유택시와 LPG 택시의 유가와 연비, 차량 가격 등을 비교해서 경제성의 우위를 따져보는 자료도 쏟아져 나왔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유택시가 사업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해 유종간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유도함으로써 경영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유택시가 정부와 사업자, 또 자동차 업체와 경유 유종 업계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가능성은 전혀없다.

택시업종의 특성, 사업자와 종사자들의 관계, 경영방식 등을 고려하면 경유택시는 도입을 할 수도 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경유택시 도입은 애초 사업자들이 요구했던 사항이다. 가장 큰 이유는 끓임없이 오르기만 하는 LPG 가격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사업자들이 경유택시 도입을 원했지만 실제로 이들이 바라던 사항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다. 경유택시에 대한 구체적인 보조금 지원 방안 등이 나왔는데도 택시 사업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택시는 일제시대부터 운행이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법과 제도, 사업장 운영의 틀에 거의 변화가 없다. 이미 시장과 환경, 경영, 노사관계 등 모든 부문에서 고착화된 산업이다. 

지입택시가 한정면허로 허가된 후 한시택시로 전환이 됐고 지금의 개인택시가 된 것을 제외하면 관허, 관치, 그리고 사납금과 지입제, 도급제의 병페와 요금제의 형태까지 그대로다. 수입급 전액관리제, 경형택시, 점보택시, 모범택시, CNG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정책과 택시 형태의 다양화 등이 꾸준하게 논의되고 도입이 됐지만 실제 효과를 본 정책도 전무하다.

이렇게 수 십년 동안 고착화된 택시 산업이 경유택시라는 이질감을 받아 들이기는 쉽지가 않다. 이런 관측은 택시를 팔고 운영하고 몰고 다니는 각 분야 관계자들도 다르지않다. 완성차 업체 택시 영업 담당자는 가장 최근에도 "경유택시에 대한 문의는 단 한 건도 받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택시용 디젤 모델을 개발하려는 계획도 전혀 없다는 점도 확실히 밝혔다.

시장의 생리, 전망, 미래에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자동차 업체가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 현실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또 "LPG 유종과 같은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해도 경유택시를 운행 할 업체나 개인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업자나 종사자들의 관심 밖이라는 얘기다. 업체 관계자의 전망도 마찬가지다. 충남지역 택시 사업자는 "경유택시는 LPG 사업자에 대한 경고성 정책"이라고 말했다. LPG 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경유택시를 전면에 내세웠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택시는 연간 10만km를 운행하는 차"라며 "연간 2만km를 주행하는 일반 경유차의 승차감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3년을 기준으로 보면 경유택시는 1년 이상, 초기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PG, 또는 가솔린 차량보다 비싼 유지비도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연료의 특성상 엔진의 내구력이 다르고 여기에 맞춰 제작이 되는 만큼 경유 차량은 일반 가솔린이나 LPG 차량보다 차량과 부품 가격이 훨씬 비싸다.

택시 기사들의 반응도 매 한가지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만난 택시 기사 임 모씨는 "자가용으로 몰고 다니는 차가 경유차"라면서 "주행거리 5만km에 3년이 채 안 됐지만 40만km 이상을 달린 5년 넘은 이 택시보다 승차감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300km 남짓 운전을 해야 한다고 봤을 때 지금 내 자가용으로 택시 영업을 하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경유택시에 부정적이었다. 따라서 차량가격과 부품, 내구성, 승차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단지 연비만을 고려해 경유차량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진다.

경유택시는 이미 수년 전 일부 지방도시에 운행된 적이 있다.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문제로 운행이 중단됐지만 당시 사업장에서는 크게 후회를 했다. 이 회사 차량 관리 담당자는 "운전기사들이 피로도를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면서 "한 번 고장이 나면 부품값도 만만치 않은데다 연비만 계산했을 때도 그렇게 경제성이 뛰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틈새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 택시 시장의 90% 가까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경유차량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면 일정량의 수요 대응은 가능할 수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판매량이 극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채산성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택시업계는 연간 1만대라는 수요 제한에도 불구하고 경유 택시의 연간 수요는 1000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경유택시가 거론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부나 택시업계가 LPG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견제하려고 내 놓은, 현실성이 전혀없는 여론몰이용 정책에 자동차 업계가 놀아 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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