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9, 모든 것의 정점, 최고의 순간, 인생의 절정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가득 채워졌음을 의미하는 만(滿)과 교차된다.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없는 0에서 시작을 하지만 정점에 오른 9가 끝은 아니다. 다시 윤회를 한다. 끓임없이 무엇인가를 탐닉한다. 단테의 신곡, 천국에 이르려면 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기아차 플래그십 K9에는 이렇게 교만한 뜻이 숨겨져 있다. 엊그제 한껏 사치스럽게 등장한 K9 2014의 겉과 속은 이전보다 더 화려해졌다. 5000만원 이하의 트림이 등장했다는 것도 주목을 해야 한다. 더 저렴한 '대형세단'이 여전히 존재하고는 있지만 K9의 대중화, 그러니까 이전보다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K9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기아차의 마케팅은 더 치밀해졌다. 그 중 숫자 9를 활용, 서울 여의도 호텔 콘레드 9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K9살롱드 나인(K9 Salon de Nine)은 아주 특별한 시도다. 인생 절정의 순간을 마주하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 해 봤다.
K9은?, 듣고 체험하고=콘레드 호텔은 서울 여의도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K9살롱 드 나인은 이 호텔 9층에서 진행이 된다. 최고급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 프로그램인 K9 살롱 드 나인은 칵테일바, 바버샵, 슈케어, 테일러 스타일링 코칭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됐다.
기아차는 살롱 드 나인이 특정 브랜드를 체험하는 기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체험전 기아차 관계자는 "부(富)가 아닌 의미있는 성공을 이룬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그 분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거듭 설명을 했다.
콘레드 호텔 9층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아무리 살펴봐도 기아차의 '장삿속'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다. 세련된 가이드가 살롱 드 나인에 대한 취지를 설명 듣고 노련한 안내에 따라 그냥 듣고 즐기고 체험을 하면 그걸로 끝이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고집스러운 맛=초청객을 맞이하는 살롱 드 나인 웰컴룸은 카지노로 꾸며졌다. 전문 딜러와 카지노를 즐기면서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로 긴장감을 풀 수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부드럽지만 강렬한 향에 취한 탓에 몇 개 되지 않는 칩은 금세 바닥이 났다. 웰컴룸에 이어 쉐이빙룸, 슈케어룸, 테링러링룸, 오디오룸을 차례로 경험하게 된다.
각 룸에는 인생 절정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와 인생 절정가도를 달렸던 각 명사들의 스토리로 채워져 있다. 쉐이빙룸과 슈케어룸을 포함한 그루밍룸에는 대통령들이 존경하는 대통령, 미국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의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있다.
11살 소녀의 조언,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링컨=1860년 공화당 대선후보 링컨은 한 소녀로부터 수염을 길러 날카로운 이미지를 고치라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링컨은 수염을 길렀고 소녀의 예상대로 그는 미국 16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수석 바버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바버샵인 트루 핏 앤 힐(True Fitt & Hill), 영국 왕실의 바버 서비스를 담당했던 테일러 오브 올드 본드 스트리트(Taylor of Old Bond Street), 영국 정통 면도 서비스로 유명한 머독 런던(Merdock London)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따라서 그루밍 서비스는 세심하고 정성스럽고 세련되고 능숙하다.그루밍 룸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100년이 넘은 정통 바버체어와 링컨의 중절모, 코트, 지팡이가 옷걸이에 걸려있다. 180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미국 유학파 출신의 젊은 남성 두 명이 공동 대표로 있는 남성 바버샵 헤아(Herr)가 영국식 정통 면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것을 장식하고 있는 100년 된 바버체어와 구식 계산기는 뉴욕 곳곳의 경매장을 3개월 동안 돌아다닌 끝에 구했다고 한다.
25세의 슈케어 전문가=슈케어룸은 문샤이너(Moonshiner)에서 담당한다. 슈케어로 저명한 일본의 하세가와 유야 밑에서 실력을 쌓은 문샤이너의 슈케어 전문가들은 란스미어(청담점), 볼트82, 존하우스 등에서 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슈케어 서비스 전문가 집단이다.
25세의 김범준 슈케이너는 "고급 구두일수록 닦고 광을 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전문 가죽 케어 용품으로 잘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견고하고 묵직한 의상은 심포니 한 곡의 일부분과 같다”는 문구로 장식된 테일러링룸은 청담동의 정통 비스포크 정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말리본(MARYLEBONE)이 맡고 있다.
작은 키와 짧은 하체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카라얀은 이를 위해 항상 상하의에 밸런스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검은 색 바지 위에 목까지 오는 검은색 스웨터를 즐겨 입고 무대에 섰다.
묵직한 느낌의 스타일링을 통해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선 항상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비결이다.
말리본의 한인성 대표는 영국 LCF(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테일러링을 공부했다. 말리본을 찾는 고객은 40대가 주를 이루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이곳을 방문한다. 이곳에서는 200~400만원대의 맞춤 정장이 가장 일반적이고 1000만원대가 넘는 맞춤 정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통 비스포크 방식의 정장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한대표를 포함한 테일러들은 남성 체형과 직업 등을 다면적으로 고려해 스타일 컨설팅을 제공하는 스타일링 전문가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테일러링룸의 7면 거울 앞에 서면 본인의 전후좌우 360도 피팅뷰를 볼 수 있다. K9의 어라운드 뷰(Around View) 기능을 떠오르게 하는 인테리어다.
음악을 즐겼던 창조자 스티브 잡스=오디오룸은 스티브 잡스의 에피소드가 반영되어 있다.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오디오는 내게 항상 새로움을 주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고교시절 오디오를 좋아했던 스티브 잡스는 값비싼 오디오를 살 수 없었다. 하지만 끝없는 노력 끝에 그는 꿈의 오디오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디오와 함께했던 시간이 그의 창조성을 키운 원동력이었고 혁신의 시작이었다.
오디오룸은 스티브 잡스가 음악을 감상하다 방금 자리를 비운 느낌으로 연출이 됐다. K9의 렉시콘(Lexicon) 사운드 시스템으로 청음을 즐기고 뮤직 테라피와 핸드마사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날 살롱 드 나인의 마지막은 Cloud 9이다. 단테의 신곡 천국편에서 천국에 이르는 마지막 9번째 계단을 인생 행복의 절정의 순간을 Cloud 9으로 칭한 것을 모티브로 꾸며진 공간이다.
이날 체험 공간에서 유일하게 K9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도저히 작은 경차조차 들어 설수 없는 공간에 대형 세단이 전시돼 있다는 점에 우선 놀랐다. 9층까지의 높이는 약 60m, 기아차는 이 곳에 살롱 드 나인 인테리어를 위한 자재와 K9 2대를 끌어 올리기 위해 250톤급 크레인을 동원했다. 그렇게 해서 전례가 없던 새로운 파빌리온이 들어섰고 K9 전용 전시장 Cloud 9을 완성한 것.
이곳에서는 전문 프리젠터가 1:1로 K9 2014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전문 사진작가의 포토세션이 진행된다. 전체 프로그램을 모두 체험하는데는 1시간 3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이 곳 가이드는 일반 초청객들의 반응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것들은 한 자리에서 다양하게 체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K9 살롱 드 나인은 지난 9일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9일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