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제네시스, 사즉생(死即生)의 결실

  • 입력 2013.12.17 22: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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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영암] 현대차는 '사활을 건 모델'이라고 했다. 46년의 기업 역사에서 차분하게 쌓아온 모든 '기술의 집약체'라고도 했다. 벌써 1만 3000여대가 예약된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현대차의 기대감은 실로 컸다. 잘 만들었다는 자신감도 넘쳤다.

현대차는 17일, 광주공항을 출발해 영암에 있는 F1 코리아그랑프리 서킷까지 이어지는 편도 95km 구간, 서킷 체험 주행으로 구성된 미디어 시승을 준비했다. 신형 '제네시스'가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주는지 직접 체험해 보라는 의도다.

 

첨단 사양의 보고(寶庫)=광주공항에 도열한 신형 제네시스에 오르기 전 차량 뒷 쪽으로 갔다. 정확하게 3초만에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린다. 이날 준비된 시승차는 풀 옵션, 3.8ℓ 엔진이 탑재된 최고급 트림 G380 프레스티지다.

G380 프레스티지는 앞서 소개한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 이외에도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2’, 프라임 나파 가죽시트가 적용된 ‘럭셔리 스타일 패키지’, 뒷좌석에 2개의 모니터를 장착한 ‘듀얼모니터’, 뒷좌석 전동시트가 추가된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 등 첨단 편의 및 고급 옵션이 모두 적용됐다.

전자식 4륜구동 에이치트랙(HTRAC)과 파노라마 썬루프까지 추가됐다. 이 때문에 가격은 독일산 프리미엄과 엇 비슷한 7300만원으로 책정이 됐다. 비싸다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적용된 사양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은 희석이 된다.

외관은 스포츠 쿠페 타입의 루프라인, 4990mm에 달하는 긴 전장으로 더 없이 날렵해 보인다. 분명하게 닫아버린 프런트 엔드는 중후한 앞 모습에 힘을 더해주고 심플하게 처리된 옆 모습과 와이드함이 강조된 뒷 모습은 미려한 LED 리어램프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럽게 마무리됐다.

 

늘어난 체중, 약(藥)일까 독(毒)일까=시동음은 조용하지만 날카롭다. 차체의 진동, 엔진의 소리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압박해도 규칙적이고 기분좋은 소리는 계속 유지가 된다.
무안광주고속도로에서 제법 빠른 속도로 달려도 마찬가지다. 이런 정숙성은 조용하기로 소문난 렉서스보다 한 수위로 봐도 된다. 4륜구동 시스템 HTRAC, 초고장력강 51.5%나 적용되고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해 철 구조물이 더해지면서 무게는 1930㎏이나 된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의 조작력은 기존 제네시스보다 되려 가벼워졌다.

늘어난 차체의 무게가 도로 주행, 그리고 안전성의 품성에 어떤 보탬이 됐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경쟁 모델로 지목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와는 중량에서 제법 많은 차이가 난다. 마력(출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많을 수록 엔진은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고 이 때문에 연비나 기동성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은 가장 먼저 연비로 나타났다. 시내구간 연비는 7.9㎞/ℓ, 고속 주행이 거듭된 고속도로 연비는 7.2km/l를 각각 기록했다. 공인연비가 복합 8.5㎞/ℓ(도심 7.4, 고속도로 10.5㎞/ℓ)라는 점, 그리고 경쟁 수입 모델들은 이 보다 더 높은 수치의 연비 효율성을 갖고 있는 만큼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잘 달리고 잘 서고=반면 이런 단점은 고속도로와 F1 서킷에서의 고속주행을 통해 단박에 상쇄가 된다. 가속페달을 빠르고 깊게 밟으면 순간 rpm 게이지는 6000rpm까지 치솟은 후 숨고르기를 하면서 빠르게 2500rpm까지 떨어진다.

이런 rpm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속도를 내면 속도계는 끝없이 상승을 한다. 서킷에서는 순간적으로, 속도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230km까지 다다른다. 빠른 가속, 8단 자동변속기의 부드럽고 스트레스가 없는 쉬프트 변화까지 달리는 맛은 그야 말로 삼삼하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팁트로닉 변속 버튼으로 쉬프트 다운과 업을 반복하는 거친 운전에도 한결같이 아주 묵묵하고 정확하게 모든 상황을 받아 들이는 능력도 만족스럽다.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의 정숙성은 계속 유지가 된다.

고속으로 달리는 헤어핀 코스에서 원하는 라인에 착 달라붙는 맛, 4륜구동 HTRAC의 믿음직스러운 맛도 일품이다. 수없이 강조된 하체의 강성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서킷에서 만난 인스트럭터 이성진 씨도 "5일 동안 제네시스와 BMW 5 시리즈를 번갈아 가며 비교 시승을 했다. 견고하고 단단한 하체의 능력은 5시리즈보다 분명 한 수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말 그대로 늘어난 체중 못지 않게 더 야무지고 단단해진 하체의 근육이 신형 제네시스의 주행감성을 한 차원 높게 끌어 올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안정적인 주행능력은 효율적인 무게배분도 기여를 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51.2대48.8의 최적 무게배분으로 일반적인 주행에서 뿐만 아니라 핸들링과 코너링에서 이상적인 운동능력을 발휘한다.

 

펀 투 드라이브를 돕는 장치들=자동차의 진가는 '주행감성'에서 나온다. 주행감성은 수치로 표시되는 제원이 아무리 높아도 절묘한 매키니즘과 튜닝으로 모든 기술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최상의 만족감을 주게 된다. 지금까지 국산차의 최대 약점으로 늘 지적이 돼 왔던 부분이다.

신형 제네시스는 이날 시동을 걸고 저속, 고속, 거친 와인딩 주행에서 제법 높은 수준의 주행감성을 보여줬다. 이전 모델보다 더욱 날카롭게 설정된 배기음, 운전 편의성을 돕는 다양한 장치들도 주행감성에 보탬이 되면서 '펀 투 드라이브'의 재미까지 선사했다.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자동으로 유지시켜 주며 설정된 속도 이내에서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의 자세를 일관성있게 잡아주는 시트도 재미있는 운전을 돕는다. V6 3.8 람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넉넉한 파워도 주행감성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한다. 315마력의 최고출력, 40.5kg.m의 최대토크 수치는 배기량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힘에서 느껴지는 부족함은 발견할 수 없었다.

모두를 배려한 편의 및 안전=승차자 전원을 배려한 편의 사양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앞 좌석의 뒷 면에는 2개의 모니터가 설치됐고 뒷 시트는 각 자리마다 별도로 무릎 공간을 넓히거나 좁힐 수 있도록 했다. 뒷 자리의 암레스트에는 별도로 작동하는 공조시스템, 오디오 버튼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날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가 출시되면서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들의 경쟁 모델 판매가 급감을 했다고 설명했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수치상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4660만원(G330 모던)에서 6130만원(G380 프레스티지)을 기본 가격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이런 저런 옵션이 보태지면 800만원이 더해져 최대 7000만원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체감상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라인업을 다양화 할 필요도 있다. 디젤, 터보, 쿠페, 고성능 라인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늘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네시스가 세계적인 명차의 반열에 오르고 싶다면, 현대차가 사활을 걸고 있다면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참고)HTRAC=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4륜 구동시스템 HTRAC은 일반적인 기계식 장치와 달리 차량의 속도와 노면상태를 감지해 좌우 바퀴의 제동력과 전, 후륜의 동력을 가변제어하는 기술로 눈길이나 빗길 또는 험로, 그리고 굽은 도로에서 안정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전륜과 후륜에 전달되는 구동력의 배분이 제한적인 일반 전자식 AWD와 달리 운전자가 선택한 노멀과 스포츠 2개 모드에서 부드럽거나 스포티한 가속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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