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와 520d, 전혀 다른 의미의 '착한가격'

  • 입력 2013.12.02 11: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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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3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르노의 캡처, 국내 가격을 2250만원부터 책정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홍보되고 있다.

수입차 가격이 착해지고 있다. 신차를 들여오면서 원산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인기 차종임에도 불구하고 수 년전보다 가격이 내려간 모델도 있다. 국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가격 거품 논란을 의식한 수입차 업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를 두고 수입차 시장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조정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곱지않은 시선들도 있다. 수입차 가격 거품이 걷혀졌는지의 판단 기준을 시장(국가)별 가격이 아닌 국내 판매 가격의 변화로 따져봐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다. 시장 분석에 능통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는 판매 대상국의 세제와 소득 수준, 유지비용 등에 따라 각각 다른 수준으로 결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특정 국가의 가격을 비교해 그 곳보다 싸다고 해서 착한 가격을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판매가격이 약 3000만원인 르노의 캡처를 르노삼성차가 들여와 2690만원에 판매하겠다고 하면서 '파격적인 가격'을 얘기하고 닛산의 쥬크가 미국과 일본의 가격을 비교해 저렴하다고 내세우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그는 "유럽은 세금 때문에 같은 제품도 우리보다 비싸게 팔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순하게 유럽은 얼마고 한국은 얼마니까 더 싸다고 주장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착시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처럼 국산차와 수입차 대부분의 모델들이 유럽에서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기아자동차 박스카 올 뉴 쏘울은 국내에서 1445만원부터 시작을 하지만 유럽에서는 2288만원부터 판매가 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미국에서는 1550만원대부터 시작을 한다. 그러면서도 유럽 시장에서 기업이 남기는 마진율은 오히려 박하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 기아자동차의 쏘울의 유럽 판매가격은 국내보다 700만원 가량 비싸다

쌍용자동차 인기모델인 코란도C도 유럽에서는 5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모두 원가는 비슷하지만 현지에서 자동차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때문에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역으로 생각하면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의 가격은 국내에서 당연히 저렴해야 한다. 유럽에서 30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르노의 캡처가 국내에서 2690만원으로 가격이 결정된 것은 당연한 것이지 '파격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차의 경우 비교할 수 있는 과거 판매 가격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수입차량의 가격이 공정해지고 있는지의 판단은 이전에 얼마였던 가격이 현재 어느 수준으로 조절이 됐는지로 판단을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BMW코리아의 가격 변동 추세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BMW는 수입차 최고의 베스트 셀러인 520d를 비롯해 인기 모델의 가격을 2010년 대비 소폭 인하 또는 동결하거나 일부 내리기까지 했다.

BMW 라인업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520d은 지난 2010년 6240만원에서 올해 62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50만원 오른 가격이다. 320d는 4890만원에서 4760만원으로 가격이 내렸고 528i는 6790만원에서 6790만원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식변경, 또는 페이스리프트 등으로 상품성이 개선되면서 가격을 올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지만 시장에는 전혀 반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과거 가격과 현재의 가격을 비교하면 착한 가격 또는 공정 가격의 실체가 정확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지역별 판매가격을 비교해 착한가격을 운운하는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차 QM3는 파격적인 가격이라는 회사의 홍보에도 가격을 더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수입차 업계가 공정가격, 착한가격을 얘기하고 싶다면 보다 객관적인 비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 유럽 가격을 운운하는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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