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3 Z.E, 강남에서 분당 '버스요금 반값'

  • 입력 2013.11.14 01:2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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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화두다. 자동차를 만드는 곳,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정부, 환경론자들까지 미래 이동수단의 대안으로 전기차를 꼽고 있다. 여기 저기서 이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기차를 밀어 붙이는 이유는 뭘까. 안타깝게도 전기차 말고는 당장,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도 전기차는 있었다. 그리고 산업현장, 레저용으로 지금도 다방면에서 이용이 되고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배터리와 모터라는 구동의 기본 원리에 변화가 없지만 '탈 만한 차'로는 발전을 했다.

우리나라 전기차의 역사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8서울올림픽 마라톤 경기 중계차로 사용된 기아차 베스타(승합)다. 한 번 충전하면 110km 이상을 달렸다. 최고속도는 72km/h, 요즘의 전기차와 성능은 차이가 있지만 당시 '냄새도 매연도 없는 첨단 친환경 전기자동차'로 주목을 받았다.

다시 요즘으로 넘어와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을 능가하는 성능을 갖추게 된다. 모델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테슬라는 한 번 충전에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팔고 있다. 그 밖의 다른 전기차들도 대개 150km 남짓한 거리를 달린다. 도심에서의 출. 퇴근 또는 단거리 업무용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다.

이런 열기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기아차는 레이EV를 진작에 내놨고 쉐보레도 스파크EV도 출시가 임박했다. 아쉬운 것은 앞서 출시된 전기차들 모두 맛보기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쳤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정된 공간(시험장 트랙)에서의 제한된 주행만 허락을 했다.

이에 반해 르노삼성차는 지난 13일, 순수전기차 SM3 Z.E를 타고 제주도 일원을 도는 과감한 시승 기회를 마련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는 씨에스호텔을 출발해 싱개물공원과 도두동으로 이어지는 편도 75㎞의 구간을 마음껏 달리도록 설정된 코스다.

 

소음無, 그런데 반응이=전기차는 시동을 걸지 않는다. 가전제품과 같이 전원을 켠다. 당연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액셀레이터가 반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표시, 그리고 조명으로 알아채야 한다.

시속 30km이하의 속도에서 보행자가 차량의 접근을 알아 챌 수 있도록 가상의 사운드를 내도록 하고 있지만 실내에서는 이런 소리조차 듣기가 쉽지 않다. 일반 내연기관의 차량과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계기판이다. 엔진의 회전수를 보여주는 RPM과 연료 게이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배터리의 충방전 상황을 보여주는 에코미터와 배터리의 충전상태와 속도, 경제운전의 수준을 보여주는 나뭇잎 모양의 에코모드 표시가 포함된 에코 드라이빙 인디케이터로 구성이 됐다. 주행이 시작되면 감속과 제동 때 회생제동시스템에 의한 배터리의 충전상태, 배터리의 잔량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장치들이다.

연비가 표시되는 다른 차들과 달리 운전자가 경제운전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나뭇잎의 개수, 그리고 주행가능거리로 판단을 해야 한다. 한 번 충전을 하고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렸는지를 말한다. 전원을 켜고 엑셀레이터를 밟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빠른 반응에 놀라게 된다.

 

SM3 Z.E에 탑재된 모터의 최고출력은 70kw로 일반 내연기관의 94마력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형세단에 버금가는 높은 토크 성능을 갖고 있다. 이 교류동기식 모터의 최대토크는 226Nm, 일반적인 수치로 환산하면 SM3 Z.E의 최대토크는 23kg.m이 된다. 2.0리터 가솔린 엔진의 토크를 뛰어넘는 수치다.

따라서 일상적인 주행에서 요구되는 달리기 성능은 더 뛰어난 점이 많다. 특히 초기 발진 성능이 뛰어나 조금 과격하게 엑셀레이터에 힘을 가하면 타이어에서 여지없이 스핀이 발생한다. 반면 중속에서 고속으로 치닫는 시간은 더딘 편이다. 엑셀레이터의 담력도 무르기 때문에 파워풀한 주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속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배터리의 잔량,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는 것도 덩달아 빨라지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엑셀레이터를 누르고 있는 발에서 조금씩 힘을 빼야 한다. 이렇게 SM3 Z.E는 제법 거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지구력은 아쉬웠다.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이 우선하는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받아 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최고속도는 135km/h에서 멈춘다. 내리막 길에서 탄력을 받으면 조금 더 속도가 난다. 워낙 조용해서 시각과 청각만으로 체감속도를 읽어 내기도 쉽지가 않다.

서스펜션을 포함한 섀시의 구성은 일반차와 동일하다. 다만 무거워진 중량(1565kg)을 버티기 위해 금호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와트런(WATTRUN.205/55R16)을 장착했다. 고속 위주의 시승을 했기 때문에 표시된 1회 충전주행거리(135km)에는 특별한 의미는 두지 않았다. 75km의 거리를 달리고 계기판에 표시된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28km였다.

 

완충비용 2200원, 어떻게=전기차의 최대 단점을 충전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난 이는 불편함으로 얘기해야 한다. 인프라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급속충전에 30분이 걸리고 완속에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4시간이다.

일상적인 자동차 사용 패턴으로 봤을 때 틈틈이 충전이 가능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조금 불편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이날 완충된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하는 퀵드롭 현장을 시연했다. 반자동 형태로 작업이 이뤄지는 퀵드롭에 걸리는 시간은 8분 남짓, 그러나 시간과 상관없이 이런 장소는 비용과 규모에서 아직 멀게 느껴졌다.

반면 전기차의 장점은 경제성이다. 130여km를 달리는데 필요한 1회 충전비용이 2200원 수준이다. 10km/l의 연비를 가진 중형세단이 10km를 달리는데 2000원 정도가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170원이면 된다. 어림잡은 것이기는 하지만 SM Z.E로 서울 강남에서 분당까지 25km를 달리면 425원, 왕복 850원, 한 달 근무일수 20일 동안 매일 오간다면 1만 7000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잦은 충전, 비싼 차량 가격에도 택시와 같은 영업용 차량과 차량 공유사업자, 관공서 등에서 관심을 갖는 이유다. SM3 Z.E의 가격은 4200만원에서 4300만 원대다. 정부보조금 1500만원, 각 지자체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제주시의 지원금 800만원이 보태지고 각종 세금면제 및 감면분을 합치면 2000만원 미만에도 구입을 할 수 있다.

 

르노삼성, 전기차 시장 선도 가능성은=제품만으로 봤을 때의 경쟁력은 돋 보인다. 경차를 베이스로 한 기아차 레이EV와 쉐보레 스파크EV보다 차 값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준중형급 차체에 트렁크 용량을 조금이라도 확장하기 위해 전장을 4750mm로 늘려 외관이 주는 안정감도 우세하다. 후석에서도 특별한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공간에도 여유가 있다.

이런 경쟁력 덕분에 르노삼성차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경남 창원시, 부산시 등 지자체와의 전기차 보급 사업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한편 박동훈 부사장은 자세한 내역은 밝히지 않았지만 SM3 Z.E가 내년 목표인 4000대를 달성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 비치기도 했다.<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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