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해치택시' 이대로 두고 보실 겁니까

  • 입력 2013.11.13 05:1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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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택시 사업자 강 모씨는 차량 교체를 위해 차고에 세워져 있는 '꽃담 황토색' 택시를 볼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 영업도 안되고 세워 놓는 차도 많은데다 서울 해치택시라는 이유로 팔 때마다 적지않은 손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4년 정도 운행된 같은 차령인데 지방 택시 중고차는 못해도 400만원을 받지만 저 색깔차(꽃담황토색)는 300만원을 받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 마저도 유독 튀는 색상 때문에 중고 수출차 매집상들이 기피를 하고 있어 20~30만원을 들여 도색을 해야만 겨우 팔수가 있다고 한다. 같은 연식이지만 서울 이외 지역에서 운행된 택시보다 70만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해치택시의 고유 색상인 꽃담황토색 모델을 공급하는 업체가 현대차와 기아차밖에 없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의 SM5나 쉐보레 말리부는 아예 서울지역 법인택시로 등록할 수 있는 꽃담황토색 택시를 생산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 지역 법인택시의 90% 이상은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등 두 회사의 모델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런 사정에도 꽃담황토색이 아닌 차량은 택시 등록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위반을 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법인택시와 달리 개인택시는 꽃담황토색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같은 택시인데도 한 쪽은 재산상 피해까지 당하고 있지만 다른 한 쪽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서울택시조합관계자는 "매년 또는 이런 저런 선거때마다 해치택시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꽃담황토색 해치택시는 지난 2009년 시작됐다. 런던의 블랙캡, 뉴욕의 옐로우 캡과 같이 해치택시를 서울의 아이콘으로 만들자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이디어로 출발을 했다.

서울시 해치택시의 최초 디자인, 랩핑비용을 사업자들에게 전가시키면서 반발을 샀고 차량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도색하는 방안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시작부터 여러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분적인 꽃담황토색 랩핑으로 디자인됐던 최초 시안은 사업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면서 무산이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로부터 사업자로 지정을 받아 수억원대의 랩핑 용품을 선점해놨던 사업자가 엄청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다시 논의를 한 끝에 차량 전체를 꽃담황토색으로 통일하는 방안으로 결정이 됐다. 이번에는 완성차업체들이 꽃담황토색 개발에 난색을 보였다. 서울지역에 공급되는 법인택시의 수량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색상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여력이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서울시 요구에 맞춰 꽃담황토색 차량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은 서울지역 법인택시 사업을 포기했다. 또한 개인 사유재산 침해, 사업의 자율권, 중고차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던 개인택시도 해치택시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가 됐다.

이와 같이 지난 2009년 도입한 해치택시가 법인택시 사업자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개인 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체로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지난 해 한 때 해치택시에 대한 재 검토가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해치택시는 서울지역 법인택시 사업자들의 오랜 숙원으로만 남아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법인택시 공급을 독점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대당 수 십만원 손해를 보고 있는 사업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꽃담황토색 해치택시가 식별성이 좋다는 점에는 동의를 하지만 개인택시와의 형평성, 그리고 재산상 손실을 강요한다는 점은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요구"라며 "택시 차종의 선택권을 제한 받고 있다는 점도 해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지난 5월, 시내 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현대차의 횡포에 맞서 사업자들과 함께 국제입찰을 통한 공동구매라는 강수를 내놨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 법인택시 사업자들에게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 택시 모델을 팔지도 못하고 있는 일부 완성차 업체와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작금의 서울 해치택시도 어떤 형태로든 개선을 위한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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