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로 미니 잡겠다! 된다고 봅니다

  • 입력 2013.10.31 00: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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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 “도저히 이해가 안가요. 3000만원, 4000만 원짜리 미니가 왜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지. 직접 타보고 나서 보니까 더 이해가 안가요”. 2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신형 쏘울 시승행사에서 기아차 관계자는 경쟁 모델로 지목한 미니(MINI)를 난도질 했다. 그는 “운전이 편합니까, 실내가 좋습니까, 아무리 따져봐도 같은 배기량 국산차 2대를 살만한 가치는 없어요”.  

그리고는 “쏘울요! 미니보다 못한 것이 뭐가 있나요? 타 봤잖아요. 디자인, 인테리어, 달리는 능력이나 감성적인 것까지 미니한테 꿀릴 것이 전혀 없어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니까요”. 돌직구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지 물었다. “홍보용으로 기획을 했던 것이 아녜요. 상품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듣고 싶어서 한 건데 그런 결과가 나왔어요. 거기 왔던 사람들이 직접 평가하고 내린 결론이에요. 쏘울이 미니보다 인테리어, 승차감 등 싹 다 좋다고 말이죠”.

사전에 쏘울이 아닌 국산차와 수입차로 알리고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인테리어와 승차감이 모두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는 점도 거듭 강조를 했다. 그의 확고한 자신감과 달리 시장에서의 평가는 아직 ‘무리수’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미니라는 걸출한 브랜드를 이제 5년 차(2008년)에 불과한 쏘울이 뛰어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에서 정동진을 오가는 2세대 쏘울 시승에서는 의외로 미니를 위협할 만한 적지 않은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듬직해진 외관에 보이는 재미까지=1세대 쏘울은 파격적인 레이아웃에도 부분적인 디자인은 돋보이는 것이 많지가 않았다. 밋밋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보닛과 숄더는 물론이고 황량했던 뒷모습에서는 뭔가 만들다가 만 것 같은 단절감까지 느끼게 했다.

2세대 신형 쏘울이 겉 모습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부드러운 곡선과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만한 요소들이 정성스럽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에어 인테이크 홀과 안개등을 하나로 묶은 범퍼, LED 주간 주행등의 미려한 라인, 세로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블랙 하이그로시로 포인트를 준 후면부에 특히 시선이 간다.

A필러를 더 과감하게 기울였고 전고를 낮추는 대신 이전 모델보다 풍부해진 차체가 주는 안정감도 만족스럽다(전장 4140mm, 전폭 1800mm, 전고 1600mm, 축거 2570mm) 그레이를 기본으로 하고 레드, 블랙 2개 색상의 휠 커버를 취향에 맞춰 선택 할 수 있는 ‘10인치 체인저블 칼라 휠도 독특한 시도다. 세계 최초라고 한다.

반면 전면과 후면의 안개등과 후부반사경 그리고 헤드램프의 형상은 단조롭다. 쏘울의 전체 이미지와 조화롭지 못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오로지 장식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전면의 호랑이 코도 어색하다. 후면은 리어 앤드에서 범퍼까지 무려 4개의 단면들로 나눠져 혼란스럽고 단정치가 않은 단점을 보여주고 있다.

 

594개의 조합, 여유 있는 공간=깡통차라는 혹평까지 받았던 1세대 쏘울과는 달리 신형 쏘울의 실내는 제법 깔끔하게 마무리가 됐다. 소프트 폼 재질과 가죽으로 마무리된 크러시패드와 도어 트림의 촉감, 센터페시아와 플로어 콘솔 패널에 적절하게 자리를 잡은 블랙 하이그로시도 안성맞춤이다.

에어벤트와 스피커가 결합된 에어벤트 일체형 스피커는 독창적이었고 컵 홀더와 글로브박스, 도어박스 등의 수납성도 편리하고 넉넉하다. 버튼시동장치는 플로어 콘솔 왼쪽 상단에 자리를 잡았다. 1세대에서부터 쏘울의 독특함을 배가시켜줬던 사운드 무드 라이트도 계승을 했다.

앞좌석 좌우 도어에 있는 스피커를 이용한 사운드 무드 라이트는 취향에 따라 ‘무드’ 또는 ‘뮤직’ 모드로 설정해 음악에 맞춰 무드조명이 작동을 한다. 반면 온통 검정색으로 둘러싸인 실내 인테리어 컬러는 좀더 과감한 시도가 아쉬웠다. 그린존, 레드존, 엘로우 스티치, 그레이 투톤 등으로 분위기를 바꿔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검정색 시트의 스티치로 생색을 냈거나 메인 컬러는 검정색이다.

이런 구성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컨셉에 개성있는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가진 차가 갑자기 갓을 쓰고 나타난 것처럼 어색하다. 예를 들어 레드존 컬러라면 시트 또는 대시보드 등에 좀더 과감한 색상을 도입하는 것이 더 자극적이고 강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기아차는 그러나 11개의 외장컬러와 투톤 루프 컬러 3종, 체인저블 칼라 휠 3종, 내장 칼라 6종을 조합해 모두 594개의 쏘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성능, 무난함에 만족해 달라=시승 전 기아차는 가속 성능보다는 얼마나 무난하고 정숙하게 달릴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거듭 강조를 했다. 신형 쏘울은 감마 1.6 GDi 엔진을 적용한 가솔린 모델과 UⅡ 1.6 VGT 엔진을 적용한 디젤 모델 2가지로 출시됐다.

이날 시승차는 최고출력 132마력, 최대토크 16.4kg•m, 연비 11.6km/ℓ를 확보한 가솔린 모델로 제원상 동력성능은 미니 쿠퍼 클럽맨(출력 122마력, 토크 16.3kg.m)보다 우세하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출발해 정동진을 오가는 코스에서 신형 쏘울이 보여준 최대 장점은 정숙성이다. 가솔린 모델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로드 노이즈와 윈드 노이즈, 엔진룸에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도 크게 만족스러워 할 만큼 차단이 됐다.

이런 장점과 달리 폭발적인 가속력은 보여주지 못한다. 보통의 주행력에서 부족하지는 않지만 속도감을 느끼려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고속에서는 시종일관 뒤에서 당기는 듯한 느낌이 이어지고 풀 엑셀에서도 늘 한 템포 늦게 반응을 한다. 시속 100km의 정속 주행에서 rpm의 수치가 2300을 맴 도는 것도 불만이다. 그 만큼의 속도에 필요한 엔진의 많은 회전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연비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반면 핸들링과 차체의 안정감은 이전과 확실하게 다른 견고함을 보여준다. 박스카의 구조적 특성상 코너에서 조금 불안한 감은 있지만 대부분은 민첩하게 탈출을 한다. 이런 승차감과 주행감이야 말로 미니를 위협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력을 다르게 설정하는 콤퍼트와 노멀, 스포트 모드로 조금씩 다른 핸들링을 느낄 수도 있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안전, 편의사양=미니를 위협하는 쏘울의 또 다른 요소는 첨단 사양들이다. 신형 쏘울에는 불안정한 차량 주행을 감지하면 VDC와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간 협력 제어를 해주는 VSM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C), 급제동 경보 시스템(ESS),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어드밴스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과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등 차별화된 사양들도 마련이 돼 있다.

따지고 보면 미니는 오랜 시간 역사를 다져온 프리미엄 브랜드다. 쏘울이 감히 경쟁모델로 지목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올 들어 지난 9월 현재까지 쏘울은 전 세계 시장에서 10여만대, 미니는 23만 여대를 팔았다. 객관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쏘울은 2008년 첫 출시가 된 이후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닛산의 큐브와 싸이언xB 등 박스카의 원조로 불리는 모델들을 제치고 시장을 석권한 저력을 갖고 있다. 미니와의 경쟁을 선언한 것도 이런 저력과 신형 쏘울의 상품성에서 분명한 자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점도 많다. 무엇보다 햄스터 광고로 대박을 쳤던 북미 시장과 같이 쏘울의 특성을 살릴 획기적인 마케팅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지금 나오고 있는 TV광고를 보면 더 절실하다. 자동차를 색상과 컬러로만 강조하고 있는 그 광고가 독특하고 개성이 가득한 쏘울의 컨셉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런 여운이나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다. 흥행이 안되면 간판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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