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노림수는 ‘뼈대 있는 가문’

  • 입력 2013.10.24 23: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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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4일, 신형 제네시스의 제품설명회를 한다며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많은 시간을 '뼈대' 자랑에 할애했다. 

차체의 강성, 뒤틀림 강성, 초고장력 강판이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보다 강력하다며 구체적인 테스트 결과들도 공개했다.

이것도 모자라 연구소 한쪽에 있는 시험동에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테스트 중인 신형 제네시스의 앙상한 뼈대를 감상하도록 배려했다.

이곳에서 신형 제네시스는 가혹조건의 진동을 견뎌내고 비틀림을 버텨내고 있었다. 요철이 심한 노면을 하루 400km 이상을 몇 개월 동안 달리기도 하고 서서히 차체를 비틀어 그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들이다.

모두가 파격적이다. 출시 전 신차를 다수의 기자들 앞에 공개하는 것도 그렇고 연구소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형 제네시스의 테스트 현장을 직접 보여준 일은 흔치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신형 제네시스의 제품 설명을 맡았던 연구원들의 면면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연구소를 총괄하는 박문식 사장과 중대형 PM 센터의 황정렬 상무, 현대차 스타일링실 이병섭 상무, 그리고 차체 설계실 양휘원 이사와 연비동력개발실 상품성 개발담당 김무상 상무까지 직접 각 분야별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군대로 치면 별들이 뜬 것. 이날 설명회장의 맨 앞자리에는 '스피치 강사'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앉아 이들의 표정과 말투까지 눈짓과 손짓으로 세심하게 코치를 했다. 모두가 그 동안 현대차가 보여주지 않았던 세심한 모습들이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앞에서 늘어놓았던 차체 강성에 대한 설명들이었다. 유독 많은 시간이 투자됐고 담당자인 양휘원 이사에게 배당된 시간도 길었다.

현대차의 미래 디자인 ‘플루이딕 스컬프쳐 2.0’, 상시 4륜 구동 방식인 전자식 AWD 시스템 ‘HTRAC(에이치트랙), CO2 농도를 감지해 실내 공기를 환원시키는 등의 획기적인 기술들을 소개하는 것보다 차체의 강성, 견고한 하체 등을 강조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썼다.

DH(신형 제네시스의 프로젝트명) 개발을 총괄한 황정렬 중대형 PM 센터 상무도 "2011년부터 실도로 및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며 튼튼한 차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녹색지옥으로 불리는 뉘르부르크링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에도 계속 등장을 한다. 황 상무는 "차체 구조을 개선하고 초고장력 강판을 동급 모델 최고 수준으로 적용했다"며 "이를 통해 차체 안전성과 기본성능을 높이고 유럽고급차 수준의 라이드 및 핸들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강건한 차체를 완성했다"고 자랑했다.

차체 설계실 양휘원 이사는 좀 더 구체적인 수치들을 내놨다. 그는 "60kg 이상의 초고장력 강판을 51.5%나 적용해 기존 모델보다 3.8배나 높은 강성을 달성하고 구조용 접착제로 바디의 결합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신형 제네시스에 사용된 강판이 현대제철에서 만든 전용 고초장력 강판이라는 점도 강조가 됐다.

 

유럽 경쟁차 대비 38%나 우수한 차체 강성, 굽힘 모드 및 비틀림 모드에서 완벽한 지지력도 그의 자랑거리가 됐다. BMW와 같이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합금 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최근 출시된 5시리즈도 차체의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판으로 대체를 했다"고 설명을 했다.

차체 강성을 높이는 소재의 변화 못지 않게 실제 강성유지력에 대한 실험도 까다롭게 진행이 됐다. 유럽의 ‘바이브라코스틱’, ‘LMS’와 같은 유명 회사와 함께 주행성능을 공동 연구하고 뉘르부르크링은 물론이고 알프스와 뉴욕 등의 혹한 및 혹서 테스트도 강도 높게 실시됐다.

현대차가 이처럼 신형 제네시스가 견고한 차체를 가졌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시장에서 국산차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이 돼왔던 '부실한 차체'를 의식한 때문으로 해석이 된다.

특히 D 세그먼트 이상의 대형 세단들은 여지없이 자기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하체 때문에 조롱거리가 되고는 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 현대차가 넘어야 할 수많은 경쟁모델들이 갖고 있는 다부진 뼈대와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아왔다.

이들 모델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맛은 엔진의 능력 이상으로 운전자의 모든 요구를 분명하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차체의 힘에 있다고 봤을 때 현대차의 프리미엄 시장 생존조건 역시 튼튼한 뼈대다.

이날 연구소의 모든 직원들이 신형 제네시스의 '튼튼한 뼈대'를 핏대까지 세워가며 열심히 강조하고 설명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전체가 차의 진짜 맛, 그리고 탑승자의 안전에 '뼈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은 앞 출시된 기아차 신형 쏘울에서도 엿보였다. 신형 쏘울 역시 신차의 필수조건처럼 여겨져왔던 동력과 연비의 수치가 줄어들면서까지 차체 강성을 높이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현대차가 자동차가 화려한 디자인, 또는 사치스럽고 고급스러운 치장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챈 것인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만 신형 쏘울을 시작으로 차체의 강성이니 하체의 견고함이니 하는 것들을 그들 스스로 강조하고 또 내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뼈대있는 가문'으로 변신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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