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 볼보의 시대 인식 'XC60 D4'

  • 입력 2013.10.21 01:1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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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 볼보가 시대를 읽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핵심 가치는 안전에 있다며 모든 요소들을 거기에 꿰맞춰왔던 볼보가 늦바람이 난 것이다.

1926년부터 안전(Safety)을 최우선으로 시작했던 볼보자동차는 이후 80년 넘게 안전벨트와 에어백, 강판의 두께에만 매달렸다.

이럴 때 경쟁 브랜드들은 디자인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재미있고 편한 자동차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면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총족시켜 나갔다. 자동차의 '문화적 가치'에 눈을 뜬 시장은 에어백 성능은 확실할지 몰라도 보수적인 볼보자동차는 외면했다.

볼보자동차가 모든 자동차의 안전 수준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디자인과 편의성, 첨단화에 쏟아부었다면 볼보자동차는 지금보다 더 가치있는 회사로 성장을 했을법하다.

 

볼보자동차가 시대를 읽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지금 이런 이상적인 자동차에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선을 보이고 있는 새로운 모델들은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스칸디나비안의 보수적인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면서 관심을 끌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모델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V40에 이어 8월 선 보인 XC60, XC70, S60, S80, V60 총 5종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보면 볼보자동차의 작심을 더 뚜렷하게 읽을 수가 있다. '역사상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되는 이 모델들은 기존의 볼보자동차 라인업에는 볼 수 없었던 유려한 선과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요소들도 가득했다.

디젤 SUV의 새로운 기준 XC60 D4=수입차와 국산차를 막론하고 요즘 자동차 시장은 디젤 또는 SUV가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경제적 가치와 활용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영민함에서 시작된 이런 패턴에 XC60 D4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기본기도 탄탄하다. 2.0리터 5기통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 163마력, 40.8 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볼보자동차의 디젤 모델을 시승할 때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시동을 걸 때의 느낌은 단연 최고다. XC60 D4 역시 엔진의 소리가 부드럽고 규칙적이고 아주 작다.

싱글 터보차저의 반응과 탄력은 운전을 하는 즐거움을 배기시켜주는 요소다. 가속페달의 반응이 한 타임 늦게 반응을 하지만 일단 탄력을 받고 나면 상승속도가 엄청나다.

조금이라도 급하게 가속페달을 압박하면 곧 바로 타이어의 스핀이 발생할 정도로 초기 발진 성능이 뛰어나다. 이러한 반응은 1500rpm에서 최대토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주 낮은 실영역대에서 시작되는 토크는 저속에서의 빠른 반응을 이끌어내고 연료 소비, 그리고 배출가스를 아끼고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동급의 모델보다 다소 무거운 체중(1870kg)을 갖고 있는데도 비교적 날렵하게 반응을 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6단 기어트로닉 자동 변속기와의 매칭까지 절묘해 'D'레인지 만으로도 충분히 박진감있는 운전을 즐길 수가 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과 V디스크로 구성된 섀시의 강성도 믿음직스럽다. 전고(1715mm)가 높고 전장(4645mm)도 길어 후미쪽의 쏠림이 우려됐지만 급격한 코너를 포함한 어떤 구간에서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했다.

거친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맛도 적당하고 낮은 회전에서뿐만 아니라 속도와 상관없이 정숙하게 유지되는 실내도 만족스럽다.

미래지향적 디자인, 예외없는 안전=XC60 D4의 겉 모습은 이전보다 확실하게 부드러워졌다. 헤드램프는 하나로 통합됐고 라디에이터 그릴의 더욱 넓어졌다.

범퍼 그릴도 좌우로 늘려 1890mm의 넉넉한 전폭과 함께 안정감이 뛰어난 스탠스를 보여준다. 전면에 적용된 스키드 플레이트, 후면의 에어 스포일러는 외관 전체의 고급감을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실내는 볼보가 추구하고 있는 미래의 컨셉이 어떤지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센터페시아의 구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던 것과 거의 변화가 없지만 광택이 없는 커피색 우드 그레인을 적용해 차분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게 했다.

커피색 우드그레인은 도어 안쪽의 스위치 패널 주변부에도 적용이 됐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계기판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V40에서 소개가 됐던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취향에 맞춰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기계적 성능의 변화는 없지만 모드에 따라 속도표시와 rpm, 순간연비 표시 방법과 배경색이 각각 다르게 변하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1열 무릎공간을 충분하게 확보했는데도 2열에서도 상당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파워 테일 게이트가 장착돼 짐을 싣고 내리기도 편하다.

무엇보다 4:2:4 비율로 분할 가능한 시트로 다양한 공간 구성과 최대 1455리터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2열에는 어린이를 위한 2단 부스터 시트도 적용이 됐다. 이 시트는 버튼 하나로 바닥부분을 들어올려 겹쳐 앉는 위치를 높이면 안전띠를 어린이 키에 맞춰 맬 수가 있다.

안전사양에도 세심한 배려를 했다. XC 60 D4에는 볼보가 자랑하는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 어린이의 신장까지 고려한 에어백 설계로 지난 3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전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안전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새로운 모델들을 내 놓으면서 자신들의 변화를 확실하게 예고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서 더욱 주목할 것은 전통적인 요소들을 완벽하게 털어내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것들과 절묘하게 조화를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들이 그 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던 볼보자동차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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