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크, 파괴력이 부족한 닛산의 신병기

  • 입력 2013.10.16 05: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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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차가 등장을 했다. 큐브로 국내에 새로운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했던 닛산이 내논 차다. 요즘 급작스럽게 불이 붙은 CUV(Crossover Utility Vehicle), 세단과 SUV의 장점을 합친 쥬크다.

쥬크(JUKE)라는 모델명은 몇 번을 봐도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미식축구에서 수비수의 태클을 피하려는 공격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뜻한다.

2009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컨셉트카 '카자나'로 처음 소개가 됐고 이듬해 같은 모터쇼에서 양산차가 공식 데뷔했다.

2010년 6월 일본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을 했고 지금까지(2013년 8월) 글로벌 시장에서 67만대가 팔렸다.

작년부터 쥬크의 국내 출시가 예상됐지만 한국닛산은 꽤 많은 뜸을 들이면서 해를 넘겼고 지난 14일 마침내 론칭을 했다.

 

견고하고 다부진 스타일=2010년 방문했던 후쿠오카의 닛산 쇼룸에서 처음 쥬크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출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덕에 전시장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쥬크의 외관은 당시 충격이었다.

극도로 낮은 전고, 과장된 숄더라인과 휠 아치, 리어쪽으로 완만하게 기울여진 루프라인, 그리고 곡선형 프론트 라인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디자인 요소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쥬크도 이러한 특징들이 변함없이 읽혀졌다. 원형의 헤드램프보다 윗 쪽에 배치된 방향지시등과 차폭등, 차량 전면부의 양쪽 끝 부분까지 길게 늘어뜨린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인테이크 홀의 스타일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있다.

원형 헤드램프, 그리고 전면과 측면의 글라스 프레임을 부드러운 타원형과 최소화된 비율은 스포츠카의 멋스러움을 제법 풍기게 한다.

뒷 문의 도어 핸들을 C 필러에 같은 컬러로 배치해 쉽게 눈에 뛰지 않도록 한 것도 독특하다. 후면에는 닛산의 스포츠카 370Z와 같은 타입의 부메랑 리어램프로 완성도를 높였다.

 

인체공학적 요소는 부족=외관과 달리 실내의 디자인과 구성은 무난했지만 소재와 편의적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

닛산은 쥬크의 실내가 기계적인 요소와 인체공학적 요소가 결합된 '로바이오틱(Rpbiotic)', 아주 생소한 용어로 설명을 했다. 그러나 기계적 요소의 만족감과 달리 인체공학적 요소에서의 만족감은 그닥 높지가 않았다.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직관적인 클러스터와 함께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아래에 자리를 잡은 또 하나의 큼직한 모니터에서는 선택된 주행모드의 정보에 따라 각각 다른 화면으로 전환이되고 공조시스템의 정보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기계적 충족감과 달리 클러스터의 상단부가 까닭없이 개방이 됐고, 너무 낮게 설계된 센터콘솔은 평면이 아닌데다 수납마저 부족해 효율성이 떨어졌다.

시트는 프리미엄 직물, 그리고 스포츠카 스타일이라고 자랑을 했지만 비좁았고 이질감도 심했다. 같은 직물이라도 어떤 소재인가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트는 구매 후 바로 교체를 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하위 트림인 S모델에는 한 급 낮은 직물시트가 적용됐고 스티어링 휠과 공조장치에서도 차이가 있다. 암레스트가 없다는 점도 불만스럽다. 1000만원이 조금 넘는 경차에도 빳빳하고 늠름하게 달려있는 암레스트가 없다는 것을 고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직분사 터보챠져, 박력있는 주행=시승차는 MR1 6DDT-DOHC 16밸브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했다. 엔진의 형식이 장황하고 길지만 요약하면 배기량 1618cc의 가솔린 터보 엔진을 올렸다는 얘기다.

190마력의 최고출력이 5600rpm, 24.5kg.m의 토크는 2000에서 5200rpm의 낮은 엔진회전 영역대에서 발휘가 된다.컨셉이 비슷한 현대차 벨로스터 터보와 비교하면 출력과 토크 모두가 높은 것이고 따라서 동력 성능의 수치는 높은 만족감을 준다.

이 엔진은 르노삼성차 중형세단인 SM5 터보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것이기도 하다. 닛산이 만든 차이니까 변속기는 X-트로닉 CVT(무단변속기)를 탑재했다.

닛산은 기어비의 간격을 촘촘하게 세팅하고 최종감속비를 낮춰 변속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뛰어난 엔진 베이스를 갖고 있는 반면 시동을 걸면 다소 묵직한 엔진음에 놀라게 된다.

터보엔진의 특정을 고려해도 일반적인 동급의 다른 모델보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크고 분명했다. 기계적 요소로만 보면 만족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유난스럽게 정숙성에 대한 니즈가 강한 우리 정서로 보면 불만이 될 수도 있겠다.

반면 쥬크의 몸체가 제법 빠른 속도에 도달하기 시작하면 이런 불만들은 모두 사라진다. 가속 페달은 빠르게 반응하고 가속도 시원하고 신속하다.

코너링, 그리고 거친 노면을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섀시의 강성과 견고함도 믿음직스럽다. 쥬크는 독립식 스트럿(전륜), 토션빔(후륜) 서스펜션, 그리고 벤틸에이티드 디스크(전륜), 17인치 타이어로 섀시가 구성됐다.

급격하고 과격한 운전에도 쥬크의 차체가 균형감을 유지하고 코넉웍에서 노면과의 접지력을 안정감있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이런 섀시의 구성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닛산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쥬크에 탑재한 통합제어시스템(I-CON System)이 주는 운전의 재미도 쏠쏠하다.

이 장치는 노말, 스포츠, 그리고 에코 3가지의 주향모드를 제공한다. 각각의 모드에 따라 엔진의 스로틀 반응과 변속 로직, 스티어링 휠 반응을 조절해 색다른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심화되는 CUV 경쟁속 생존해야=쥬크는 2010년 출시된 이후 세계 유수의 기관과 언론으로부터 각종 상을 수상하며 평탄한 길을 걸어왔다. 많은 관심속에 탄생을 했고 더 없이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면서 그만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쥬크가 그만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가 않을 전망이다. 쉐보레 트랙스, 12월 출시예정인 르노삼성차의 QM3, 현대차 벨로스터, 그리고 피아트와 시트로엥, 폭스바겐 등 경쟁해야 할 모델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2690만원(S), 2890만원(SV)라는 가격도 부담스러워 보인다. 2990만원인 골프(1.6 TDI), 그리고 1000만원이나 저렴한 벨로스터(1810만원)의 벽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박스카 큐브가 한 때 닛산의 구세주로 등장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너무 빨리 그 열기가 식었고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됐다.

큐브에 대한 초기의 관심을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쥬크에 대한 시장의 초기 관심도 큐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런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속하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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