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위기..'충성고객'도 등 돌렸다

품질 신뢰성 추락, 빈약한 라인업도 한 몫

  • 입력 2011.11.02 14:5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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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연초 부진을 털고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회복됐던 판매가 10월 급락했고 르노삼성차의 최대 효자 소비층인 '충성고객'들도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믿었던 준대형 SM7의 신차효과는 벌써 사라지기 시작했고 주력 모델인 SM5도 경쟁 모델인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는 물론 쉐보레 말리부에 치여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들어 6709대를 판매한 지난 4월을 제외하고 비교적 무난한 실적을 기록해왔다.

지난 7월부터는 3개월 연속 월간 1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등 호조를 보였지만 10월에는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이며 7700여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반적인 수요 감소의 영향도 있었지만 10월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38%, 전월대비 31%가 감소해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감소세를 기록했다. 

주력 모델인 SM5의 부진이 가져다 준 충격도 크다. SM5는 10월 한 달 동안 3604대가 팔려 올 들어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르노삼성차 전체의 판매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르노삼성차의 이 같은 부진은 그 동안 품질에 관한 한 업계 최고라고 했던 자부심이 올 들어 계속 제기된 결함 의혹과 이에 따른 리콜로 크게 실추된 탓이 크다.

르노삼성차는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체 리콜 대수 가운데 76%를 차지하며 리콜 최다 업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 때문에 품질에 대한 강력한 신뢰를 보냈던 충성고객들도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결함을 소비자 탓으로 돌리며 안일하게 대처했고 결국 집단적인 행동에 굴복하는 어정쩡한 태도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르노삼성차 브랜드 가치 향상에 일등공신이었던 개인택시 업계와의 일전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SM5 LPI 모델의 엔진 배기 밸브 결함이 계속 발생하면서 지난 해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호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집단행동에 굴복해 어쩔 수 없이 사태를 마무리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판매 비중이 높은 개인택시 수요도 이후 급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 영업사원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리콜 문제도 꼭 걸고 넘어가고 부품 수급 같은 A/S 문제도 확답을 받으려고 한다"면서 "월 평균 4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실적을 올렸는데 지난 달에는 솔직히 타사 차량 소개 판매가 더 많았다"고 토로했다.

SM5 동호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르노삼성차의 충성고객을 자처했던 정 모씨(인천)도 "르노삼성차의 충성고객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차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동호회나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 충성도를 약화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는 르노삼성차가 현재의 부진을 털어내기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에 내 놓을 마땅한 신차가 없고 입으로만 강조하는 완벽한 품질로는 한 번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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